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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9. 포천 ‘국립산림박물관’
정치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9. 포천 ‘국립산림박물관’

광릉숲 속 자리잡은 박물관 가는 길 ‘새들의 합창소리’에 스트레스 싹!
1987년 4월 개관… 볼거리·즐길거리 풍성한 남녀노소 ‘힐링 명소’
제1전시실 ‘살아있는 숲’… 계절따라 바뀌는 신비로운 모습 한눈에
제2전시실 ‘산림과 인간 생명의 근원인 씨앗’… 나무의 역사 조명
제3전시실 ‘500년 숲에서 놀자’… 산림·생물보전 중요성 영상 메시지
제4전시실 산림생명관, 우리들의 무딘 감각과 생각을 깨우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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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산림박물관 및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광릉숲을 거닐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윤원규기자

포천 소흘의 광릉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크낙새와 장수하늘소가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수령 2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소나무를 비롯해 늘씬한 전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초록의 숲길을 따라 흥얼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산림박물관이다.

산림박물관을 품고 있는 광릉숲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곳으로 500년 이상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최영태) 산하 국립산림박물관은 가운데 정원이 있는 ‘ㅁ’자 모양의 건축이다.

박물관 외벽은 화강암에 백제시대 벽화 ‘산수 무늬 벽돌’을 현대적으로 그래픽 하여 음각한 벽화로 산과 나무, 물과 바위 구름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은은한 나무 향기가 풍겨온다. 1987년 4월5일에 개관한 국립산림박물관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금 특별전 ‘광릉숲 속 애벌레들’이 열리고 있다.

■ 즐기고 느끼면서 숲과 나무를 배우는 곳

“우리 산림박물관의 비전이 ‘즐기고 느끼면서 배우자’입니다. 개발 콘텐츠에 정보통계기술을 접목하고 홀로그램 등의 콘텐츠 기술을 활용하여 ‘즐기는 박물관’으로 전시의 방향을 잡았지요. 입구에서 보셨나요? 해설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두 가지 있는데, ‘산림문화’가 5월부터 12월까지, ‘산림생명’이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됩니다. 숲과 깊이 만나도록 해설사 한 분이 관람객 5명만 안내하지요. 참, 지난해에 우수박물관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정희 실장의 말처럼 ‘관람객들이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박물관의 정성이 전시실 곳곳에 스며있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살아있는 숲’이다. 날개를 펼친 독수리가 앉아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가가서 보니 꿩, 삵, 너구리, 담비 같은 숲속 동물들의 박제도 있다. 아래에 달린 5개의 모니터에서 들꽃과 개구리와 두꺼비 등 숲의 바닥에 사는 식물과 동물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비친다. 나무 허리에 설치된 모니터 3개에서는 나뭇잎과 꽃과 열매, 새와 나비와 곤충을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숲의 신비로운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어요. 살아있는 나무가 참 굵죠? 이 느티나무는 둘레가 6m가 넘는데, 다섯 그루가 붙어 자란 연리목으로 산림박물관의 ‘상징목’이지요. 경북 안동의 수몰 지구에서 캐낸 것인데 수령이 150년, 키가 18m나 되었다고 해요” 나이테를 활용하여 세계사와 한국사 연표, 한국 산림 연표를 소개한 것도 이채롭다. 산림문화의 전당에는 박물관 건립에 큰 도움을 준 임목육종학자 현신규를 비롯한 네 분의 얼굴과 이력, 사료를 기증한 분들의 이름을 새겼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흥미롭다. 계단 왼편은 국내 수종의 판재로 만든 난간이고, 오른편 난간은 외국 수종의 판재를 전시하여 서로 비교해 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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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은행나무, 찰피나무 등 다양한 나무 등 식물의 씨앗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나무에 새긴 역사, 나무가 만든 우리 문화

제2전시실에서 나무의 모든 것을 만난다. 씨앗들이 가득한 벽에 ‘산림과 인간 생명의 근원인 씨앗’이라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나무로 만든 삽이 눈에 띈다. 팔만대장경판은 고려 승려들의 불심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온돌모형은 왜 전시했을까? 그렇다. ‘온돌’은 나무가 만든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나무 문화가 궁금하다면 검색대에서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면 된다. 일제 강점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부족한 연료를 마련하기 위해 소나무 줄기를 파내 송진까지 수탈해간 일제는 한국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백두산 호랑이까지 멸종시켰다. 해방은 되었으나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 산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러나 나무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염원은 불타올랐다. 1950년대 전후부터 산림을 가꾸기 시작하여 마침내 푸른 국토를 만들어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한 녹화 성공국가로 세계가 인정한 나라가 된 배경에는 세계 최고의 산림육성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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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포천시 소흘읍 국립수목원에 위치한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산림과 임업사료 및 관련 유물 4천900여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산림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 나무와 친해지는 법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우고 조립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나무를 결합하는 방식이 참으로 다양하다. 나비장이음, 십자걸침턱짜임, 오늬쪽매...옛사람들이 가구를 만들며 개발한 기술에 붙인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널뜨기, 통메우기, 이음·맞춤, 배뭇기 등 뛰어난 전통의 가공기술은 현대 목재 가공기술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나무 표면을 다듬는 대패를 비롯해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유물들이 정겹다. 악기는 가문비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오동나무로 거문고와 가야금을 만든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장고의 몸통은 무엇으로 만들까? 역시 오동나무다. 특유의 색과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감나무와 느티나무는 방안을 장식하는 목가구 제작에 애용되었다. 여성들이 사용한 빨랫방망이와 베틀, 물레는 물론 남성들이 사용한 지게와 쟁기 같은 기구도 있다. 나무로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은 역시 한옥이 아닐까. 한옥 모형은 한옥의 구조와 제작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천연색 옷감이 놓인 공간이 눈길을 끈다. “자연은 온갖 빛깔을 품고 있습니다. 식물의 열매나 잎, 껍질과 뿌리에서 자연염료를 추출하여 옷을 염색했지요. 푸른빛을 내는 쪽을 비롯해 염료로 쓰이는 다양한 재료와 염색된 천을 전시한 것입니다. 옻나무와 황칠나무는 최고급의 천연도료였어요. 옻칠은 도막이 단단하고 광택이 뛰어나 애용되었고, 황칠나무는 금색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해전파 등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해요”

새끼로 꼬아 만든 멍석 위에 나무 조각들이 놓여 있다. 목조기술 체험코너 ‘손과 마음으로 만나는 목재’다. “한옥을 짓거나 전통 목가구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목재 결구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음, 맞춤, 촉매 등의 전통방법으로 목재를 짜 맞추다 보면 옛 장인들의 지혜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정말 그렇다. 나무 조각을 만지며 놀다 보면 자연스레 나무도 저만의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사람도 그렇다. 나무들이 서로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듯이 사람들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풀이나 나무처럼 자신만의 향기와 빛깔을 가진 사람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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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제4전시실은 생태숲 디오라마, 인간과 곤충 등을 주제로 숲 속에서 서식하는 생명들을 전시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 우리 500년 숲에서 놀자

제3전시실 다면영상관은 산림의 중요성과 생물보전의 중요성을 영상물로 알리는 공간인데, 주제가 ‘500년 숲에서 놀자’이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놀면서 즐겁게 숲과 나무와 친해지는 곳이다. 제4전시실 산림생명관은 우리들의 무딘 감각과 생각을 깨우는 공간이다. ‘인간과 식물의 진화’, ‘생태숲 디오라마’, ‘인간과 식물’, ‘인간과 곤충’, ‘인간과 버섯’, ‘위협받는 지구’, ‘국제협력을 통한 다양한 위협에 대한 방지 노력’, ‘광릉숲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세계가 처한 엄혹한 현실을 만난다. 제5전시실의 주제는 ‘한국의 자연’이다. 광릉숲의 현재 모습을 디오라마와 상호작용식 검색시스템을 통해 보여주고, 광릉숲의 모습을 3D영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광릉숲 멸종위기야생동물 증강현실로 만나요!’는 흥미 만점의 프로그램이다. 3m 높이의 잎이 풍성한 나무 두 그루와 이끼 낀 바위를 배경으로 한국호랑이와 노란목도리담비와 크낙새를 만날 수 있다. 이정희 실장이 스마트폰을 지정 마크에 갖다 대자 동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호랑이가 바위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하품하고. 담비가 바위 앞을 달리고, 크낙새는 부리로 나무를 두들기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우리의 산림문화자산이 얼마나 풍성한지 몰라요. 관람객들에게 산림문화자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물과 연관된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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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광릉숲에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고라니, 멧돼지, 장수하늘소 등 숲의 동물을 만날 수 있는 다면영상관. 윤원규기자

숲은 역시 걸어야 제맛이다. 국립수목원은 처음 수목원을 처음 찾은 사람을 위한 ‘느티나무· 박물관길’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길을 개발하여 거리와 시간, 걸음 수, 칼로리 소모 정보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박물관을 다 둘러보았다면 이제 숲의 매력에 빠질 차례다.

김준영(다사리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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