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확을 기다리는 보리밭 |
▲ 익어가는 보리들 |
▲ 토실토실 잘 익은 보리 |
▲ 아직 며칠은 더 익어야할 보리 |
▲ 깜부기 병에 걸린 보리 |
[한국문화신문 = 최우성 기자] 지난해 가을에 뿌린 보리가 초봄에 싹이 터서 이제는 다 익었다. 대부분의 보리밭은 이미 추수가 끝이 나고, 보리를 심었던 들녘에는 벼로 모내기를 한 곳도 많다. 그러나 예전처럼 땅을 쉬지 않고 놀리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보리를 심었던 곳에 벼를 심어 쌀을 한톨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투쟁하듯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땅도 좀 쉬어가면서 작물을 길러내고, 사람도 쉬어가면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를 심었던 밭에 수확이 끝나면 벼대신 야채를 심는 경우가 더 많게 되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보리밭에도 부분적으로는 익어가는 시기는 다르다, 같은 날 심었지만 싹이 트는 시기가 하루이틀 다르고, 또 같은 밭이지만 물공급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보리는 이미 다 익어 노랗기 그지 없고, 어떤 보리는 아직 며칠은 더 익어야할 처지이다. 또 같은 밭에서 자라고 있지만, 어떤 보리는 깜부기 병에 걸려서 수확도 못하고, 병원체만 다른 보리에 전해줄 처지이기도 하다.
똑같은 세상을 살면서 사람도 차이가 있고 좋고 나쁜 사람들로 뒤섞여 살아가는 세상의 일면을 보는 듯도 하다. 병들고 싶어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병이 다른 이웃에게까지 옮겨져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스스로도 조심할 일이다. 또 세상을 밝게하고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이웃을 힘들게하고 그 이웃의 등을 처먹고 살아가는 못된 인간들도 뒤섞여 살고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현실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거의 한달동안 한국 최고의 뉴스가 되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당분간 여행을 삼가해야할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전에 많이 지나갔던 홍콩독감, 멕시코독감, 싸스 처럼 스스로는 살아갈 힘도 없는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작고 작은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몸을 튼튼히 잘 관리한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 없는 하찮은 균이고, 몸이 허약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병이 되는 것이다. 보리밭의 깜부기병도 약한 보리에게 옮겨진 병이 아닌지...
오뉴월 노랗게 익어가는 보리밭을 보면서..
최우성(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
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