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혀 있는 사람 위에 업혀 있는 사람…대체 왜 그런 걸까?

올댓아트 김도연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1.06 10:0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1.06 10:22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앓거나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코로나 블루’라고 일컬어지는, 우리가 지금 느끼는 우울감, 불안함이 스스로 납득이 가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이 모든 것들은 존재해왔다. 인간은 집단 속에서 태어나 여러 집단에 소속되고 여러 집단을 형성하면서 그 생애의 궤적을 그려나간다. 격리된 생활과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사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에 시행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30% 우울/불안 증상을 겪었고, 13%는 약물 중독 증상이 시작되거나 사용량이 증가했다. 또한,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는 비율은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3분기) 주요사항을 살펴보면, 우울 위험군은 22.1%로 5월 조사 18.6%, 3월 조사 17.5%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지역사회 건강조사(2018) 3.79%보다 매우 높게 나왔다. 9월 불안 위험군은 18.9%로 5월 15%보다 높았고, 3월 19.0%와 비슷한 수치다. 자살사고는 3월 9.7%, 5월 10.1%, 9월 13.8%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8년 성인 자살 생각률 4.7%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서도호, 카르마, 2009 | 올댓아트 김도연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 앞에 설치된 서도호의 ‘카르마(Karma)’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반호 형태의 이 작품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일으킨다. 서로 무동을 탄 자세로 맞물려 있는 인간 군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존재성과 의미를 인지토록 한다.

‘카르마’의 형상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사방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는 네 사람과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쭈그려 앉은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꼭짓점을 이룬다. 서로의 눈을 가린 채 인간 띠를 잇는 사람들의 수가 무려 200여 명이나 된다. 하늘을 향할수록 네 무리의 군상은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굴곡진 돔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동그란 원이 자리하고 있다.

서도호, 카르마, 2009 | 올댓아트 김도연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걷는 4명의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 위에 올라탄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이면서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를 의미한다. 눈을 가린 것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암시하며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연상시킨다. 작품 앞 소개 글은 “서로 연결된 시간과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미래가 원인과 결과의 산물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도호, 카르마, 2009 | 올댓아트 김도연

작품의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원은 까마득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아리아어 계통으로 고대 인도의 표준 문장어인 산스크리트(Sanskrit)로 ‘행위’를 뜻하며, 불교에서 ‘업(業)’을 상징한다. 인도 전통에서는 모든 행위는 이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고 믿어진다. 이것이 소위 인과응보(因果應報)다. 과거 또는 전생의 선악의 인연에 따라서 뒷날 길흉화복의 갚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로 인해 현재가 있고, 현재가 존재해 미래가 있음을…

이처럼 ‘카르마’는 꽤나 역설적이고 유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실존과 다층적인 관계, 좌절과 용기를 언급하며, 우울한 삶일지라도 담담히 맞서라는 자발적 구원의 메시지를 심어놓았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인과응보를 시각화한 점에서 설치 장소와도 잘 어울린다. ‘시간을 함유한 공간’을 경유하는 이들에게 철학적 사색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 |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2020하반기)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홍경한, 재승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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