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시작된 나의 글, 나의 삶

기사 요약글

봉달호 씨의 삶에는 ‘어쩌다’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편의점을 운영하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쓴 책 <매일 갑니다, 편의점>이 ‘어쩌다’ 나오게 되었는지 그의 삶을 따라 가봤다.

기사 내용

 

 

 

원래는 어떤 일을 했나요?

 

 

학생운동을 하다 대학을 중퇴했고, 인권 단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는데, 당시에 받았던 7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래서 대학 선배가 소개해준 월간지 취재 기사 쓰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5년 정도 프리랜서로 기사를 썼더니 자연스럽게 글 쓰는 일과 가까워졌어요.

 

 

글 쓰는 일을 투잡으로 한 거군요?

 

 

이후에도 교민 잡지사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20년 정도 글과 가까운 일을 해온 덕분에 무엇이든 끄적이는 습관이 생겼죠.

 

 

편의점은 어떻게 차리게 된 거예요?

 

 

정말 ‘어쩌다’ 하게 됐어요. 당시 저는 중국에 있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들어오라고 해서 와보니 편의점을 하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하지 말라고 말리다가 제가 하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야말로 ‘어쩌다’ 시작된 점주 생활이지요.

 

 

점주가 되었으니 편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두면 되니 간단한 일이라 여겼어요. 하지만 편의점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만큼 매출이 나오지도 않았거니와 물건을 발주하고, 들어온 물건을 정리해 진열하고, 계산대까지 직접 맡아야 해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만 했어요.

 

1년 동안 하루 14시간씩 밤낮 가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재미있게도 이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죠.

 

 

힘들고 피곤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글 쓰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뭔가 쓰지 않으면 이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 쓰듯 오늘 어떤 손님이 있었는지, 오늘 특이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휴대폰 메모장에 쓰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때 정기적으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스스로 정한 글쓰기의 규칙이 있나요?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글은 마감이 임박했을 때 써진다는 것을 체득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했죠. 편의점은 발주 때문에 오전 9시가 가장 바쁜데, 그전인 8시에 글쓰기 마감을 하기로 정한 거예요.

 

매일 성실하게 쓰다 보니 글이 차곡차곡 쌓였고, 한 권 분량을 거뜬히 넘길 무렵 주위에서 책으로 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어요.

 

 

책 출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군요.

 

 

큰 기대 없이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편집자가 바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명확하게 방향을 잡은 다음 글을 가다듬고 보니 편의점의 일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 남더라고요. 이런 내용을 누가 관심 있어 할까 싶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사실 요즘 출판 시장에서 1쇄를 넘기기도 어렵잖아요. 중쇄만 찍어도 인생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출간한지 석 달여 만에 4쇄를 찍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한데요?

 

 

<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편의점 점주의 시각에서 쓴 책입니다. 손님은 알 수 없는 흥미로운 편의점 뒷이야기를 담았어요. 동시에 소비자와 점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도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그런 불편함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도 제법 있어요.

 

 

책이 나와서 불편한 상황도 있군요.

 

 

각자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당연히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 이야기는 제 삶을 있는 그대로 쓴 것이지 손님들께 그러지 말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회사에 대한 불평 한번 해본 것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편의점이 작가님 글의 배경이 될까요?

 

 

‘편의점 작가’라는 독특한 타이틀이 생겨서 편의점을 소재로 두 번째 책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을 냈고, 편의점의 상징과도 같은 삼각김밥이 주인공인 책 <삼각김밥:힘들 땐 참치 마요>를 한 권 더 냈습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보자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글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편의점 한구석에서 탄생할 재미있는 글을 기대해 주세요.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박영혜 감독, 내나이 63세 영화감독이 되다

 

>> 그림에 관심 있다면, 월 200만~300만원 버는 모바일 화가 어때요?

 

>> 나가라, 집에서! 만나라, 누구든! 공부해라, 새로운 것을!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