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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46> ‘가을의 보약’ 버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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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가을은 버섯 요리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영조·네로 황제·진시황·나폴레옹이 즐긴 음식으로도 유명합니다. 버섯을 즐긴 네로는 폭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버섯 황제’라는 애칭을 얻었지요. 진시황은 영지를 불로초로 믿었어요. 조선의 최장수 왕인 영조는 송이의 ‘광(狂)팬’이었습니다. 이들이 버섯을 칭송한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버섯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박태균 기자

영지버섯은 예부터 영약으로 알려져왔다. 본초강목에선 인삼과 함께 상약(上藥)으로 분류됐다. 자실체의 모양은 대부분 버섯 모양이지만 드물게 사슴 뿔 모양인 것도 있다. [중앙포토]

서양에선 버섯을 ‘산속의 쇠고기’ ‘채소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버섯 장수는 장수한다’는 속담도 있다. 동양에선 요리의 ‘감초’ 격이다.

버섯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비만·변비를 막아주며 암을 예방하는 웰빙·장수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 같은 효능의 중심엔 베타글루칸이 있다. 다당류(단당류인 포도당이 수십 개 이상 연결된 것)이자 수용성(물에 녹는)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을 빼놓고는 버섯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는 실험적으로 증명돼 있다.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열량이 100g당 30㎉ 안팎이다. 녹색 채소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버섯은 수분이 90% 이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먹으면 금세 포만감이 느껴진다. 버섯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변비 예방·치료에 유효한 것도 식이섬유 때문이다.

암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양론이 있다. 영지·운지·상황·아가리쿠스·차가버섯 등 수많은 버섯이 암 예방을 표방한다. 이 버섯들의 항암성분으로 기대되는 것도 베타글루칸이다. 베타글루칸이 대식세포(大食細胞·암세포 등을 잡아먹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는 여럿 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버섯의 항암 효과를 분명하게 증명한 연구는 아직 없다. 식용·약용 버섯 13종을 알아보자.

능이

한방에선 흔히 ‘일능이송삼표’라고 한다. 약성으로만 보면 능이가 1위, 송이가 2위, 표고가 3위라는 뜻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두꺼비처럼 생겼다. 식감이나 맛도 괜찮다. 베타글루칸과 콜레스테롤 저하를 돕는 테르펜이 주된 약효 성분이다. 인공재배가 되지 않으므로 시판 중인 것은 자연산이다. 갓은 절반 이하만 펴 있고 고유의 다갈색 외엔 검은 얼룩이 없는 것이 상품이다. 대는 탄력 있고 부드러운 것을 선택한다.

영지

석이(石耳)버섯의 일종으로 높은 산의 벼랑에서 발견된다. 활엽수의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영지를 『본초강목』은 인삼과 함께 상약(上藥)으로 분류했다. 『동의보감』엔 ‘장수하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버섯’으로 소개됐다. 이 버섯은 혈압·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고혈압·심장병·동맥경화·고지혈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 효과도 나타낸다. 기침·기관지염·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도 이롭다. 평소 기관지에 문제가 있거나 날씨가 건조할 때엔 영지를 넣고 끓인 물을 하루 세 번 식전 공복에 마시면 효과적이다.

운지

운지(구름)는 상황·영지보다 채취하기 쉽다는 이유로 가격이 훨씬 싸다. 약효는 영지 못지않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해 암을 억제한다. 특히 간(肝)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간염·만성 간 질환자에게 권장된다. 약으로 복용할 때는 물 1L에 운지 20개가량을 함께 넣어 달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성질이 차 몸이 냉한 사람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동충하초(冬蟲夏草)

동충하초

중국의 덩샤오핑과 199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마(馬)군단이 애용한 버섯이다. 중국에선 주나라 때부터 약선 요리로 만들어 먹었고 황실에선 동충하초 오리 수프 요리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충하초는 겨울엔 벌레 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이 된다는 뜻이다. 겨울엔 벌레에 기생하다 벌레가 죽으면 여름에 그 자리에 생기는 색다른 버섯이다. 이 버섯은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피로를 푸는 데도 유익하다. 항암 효과도 기대된다. 당뇨병·백혈병·기관지염·간염·성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상황

상황

상이(桑耳·뽕나무)라고도 불린다. 신체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버섯 중 하나다. 원래는 버섯 중 가장 고가였지만 요즘은 인공재배가 가능해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동의보감』 『신농본초경』 『향약집성방』에선 ‘신과 같은 효험이 있다’고 예찬했다. 『본초강목』엔 ‘여성의 자궁 출혈, 생리 불순에 도움이 된다’고 기술돼 있다. 이 증상으로 고생하는 여성은 볶은 상황 가루를 공복에 1회 8g씩 술과 함께 복용하면 좋다. 스트레스·숙취가 심하면 상황 10g에 물 1L를 넣고 달인 물을 마시는 것도 괜찮다. 달일 때는 약한 불로 물이 반쯤 줄 때까지 달여 식후 세 번 복용하는 것이 좋다. 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험도 있지만 약간의 독이 있어 복용 시 주의를 요한다. 국내에서 공식 허가된 것은 ‘펠리누스 린테우스’와 ‘펠리누스 바우미’ 두 종뿐이다.

아가리쿠스

브라질 피아다테 지방에서 자생하는 버섯이다. 요즘은 한국·일본·중국 등에서 인공재배된다. 주성분은 암 예방 효과가 기대되는 베타글루칸·알파글루칸·갈락토글루칸 등 다당류와 뼈를 튼튼히 하는 에르고스테롤(햇볕을 받으면 비타민 D로 전환)이다. 살 때는 갓이 펴 있지 않고 둥근 것을 고른다. 건조제품은 손으로 만졌을 때 물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적당하다.

차가

북위 45도 이상인 시베리아·북미·북유럽의 자작나무·오리나무·단풍나무·버드나무에서 발견되는 버섯이다. 이 중 자작나무에 기생하는 것만 약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동유럽에선 오래전부터 난치병 치료제로 이용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버섯의 추출물을 암과 당뇨병 치료 성분으로 허가했다. 대부분의 버섯이 죽은 나무에서 기생하는 것과 달리 살아 있는 나무에서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유해산소를 없애는 효소인 SOD의 활성이 높다는 것이 이 버섯의 장점이다. 자연살해세포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높여(베타글루칸의 효과) 신체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 예방을 도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이

송이

‘냄새는 송이버섯, 맛은 자연 송이’란 옛말이 있다. 산중고송(山中古松) 밑에서 자라 향기로운 솔 냄새가 난다. 소나무 중에서도 적송(赤松)의 잔뿌리에서 자란다. 송이는 생김새 때문인지 ‘암소나무 밑에서 잘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소나무는 자웅동체이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흑송(黑松)을 수컷, 적송을 암컷으로 본다. 송이가 귀한 것은 인공재배가 안 되고 9~10월 추석 무렵 잠깐 나와서다. 값이 비싸 서민은 좀처럼 밥상에 올리기 힘든 ‘귀족 버섯’이다.

건강과 장수에 이로운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27명의 조선 왕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82세)는 식성이 소탈했지만 “송이·생전복·새끼 꿩·고추장 등 네 가지만 있으면 밥을 잘 먹는다”고 했다.

꽃송이

꽃송이

중국·일본·호주·북미 등의 고산지역에서 자생한다. 수확량이 적어 주로 상류층을 위한 호사 요리 재료로 활용돼 왔다. 이름 때문에 송이버섯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별 관련이 없다. 베타글루칸 외에도 단백질과 비타민 B1·B2·D가 풍부하고 칼슘·철분 등 미네랄 성분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팽이·느타리버섯이 활엽수 톱밥 배지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꽃송이버섯은 소나무 등 침엽수 톱밥으로 만든 배지에서 잘 자란다.

팽이

팽이

팽나무버섯이라고도 한다. 자연산은 늦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각종 활엽수의 고목이나 그루터기에서 흔히 발견된다. 담백하면서도 매끄럽고 향이 은은하며 씹히는 맛이 쫄깃해 된장찌개·우동 등에 들어간다. 자연산은 갈색이고 갓도 큼직한 데 반해 인공산은 갓이 작고 흰색이다. 다이어트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팽이의 항암성분으로 추정되는 것은 베타글루칸 등 다당체다. 일본 나가노 현민의 인구 10만 명당 평균 암 사망률은 160명인 데 비해 이 지역 팽이 재배농가 가족의 암 사망률은 97명으로 40%가량 낮다.

표고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버섯 중 하나다. 중국·동남아의 풀버섯, 유럽·미국의 양송이버섯과 함께 세계 3대 재배 버섯으로 꼽힌다. 영양적으론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의 보고(寶庫)다. 한창 자라는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권할 만하다. 웰빙 성분은 렌티난(다당류의 일종)이다. 렌티난은 암 예방을 돕고 신체의 면역력을 높이며 항(抗)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선 생것 100g(마른 것은 50g)을 1주일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양송이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양송이 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크림 수프·볶음요리엔 거의 빠짐없이 들어간다. 피자·샐러드·그라탱 등에도 들어가며 어떤 음식 재료와도 맛이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에선 대개 고기를 구울 때 곁들여 구워 먹는다. 양송이의 갓 속에 고이는 국물엔 양송이의 각종 영양성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인공배양으로 대량 생산되고 연중 출하되기 때문에 값이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맛·영양도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 몸의 살과 피가 되는 단백질과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풍부하다.

느타리

노랑느타리

갓은 짙은 회색, 대는 흰색인 식용 버섯이다. 느타리·여름느타리·사철느타리 세 종류가 있다. 모양이 길쭉하게 생겨 산적에 고기와 함께 끼우는 식재료로 유용하다. 잡채에 넣거나 나물로도 먹는다. 영문명은 묘하게도 ‘굴 버섯(oyster mushroom)’이다. 100g당 열량이 생것은 25㎉, 삶은 것은 41㎉에 불과하다. 비타민 D의 충분한 섭취는 암 예방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륨도 꽤 많이(100g당 260㎎) 들어 있다. 칼륨은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 혈압을 낮춰주는 미네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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