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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타는 경차 값이 1000만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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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민들의 발인 경차 가격이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넘어섰다.

 기아자동차는 이달 말 신형 모닝 출시를 앞두고 예정 가격을 발표했다. 신형은 880만~1155만원으로 구형 714만~986만원보다 최대 169만원까지 높아졌다. 기존 모델보다 20% 이상 올린 셈이다. 가장 저렴한 기본형(880만원)에 자동변속기(125만원)를 달면 1005만원이 된다. 경차의 자동변속기 장착률은 95%로 사업용이 아닌 개인 구매는 99% 자동변속기를 단다. GM대우의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같은 기준으로 995만원이다.

 신형 모닝은 고급 옵션을 달면서 소형차와 가격이 비슷해졌다. 선루프·내비게이션 등 최고급 옵션을 단 모델은 1400만원 정도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 엑센트 가격은 1149만~1536만원이다.

 모닝은 2004년 7월 신차로 출시됐을 때 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이 726만원이었다. 6년 반 만에 풀모델 체인지를 하면서 가격이 38% 오른 셈이다. 2004~2010년 생산자물가상승률은 17.6%였다. 1990년대 후반 경차의 효시였던 대우차(현 GM대우)의 티코(자동변속기 기준)는 500만원대였다. 경차 가격은 10년 만에 두 배로,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상승률(26.5%)의 네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정부는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취득·등록세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권장소비자 가격이 사실상 구입가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차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 독점에 가까운 시장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경차 시장은 모닝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6.5대 3.5 비율로 나눠 먹고 있다. 지난해 경차 판매는 16만579대로 승용차 시장의 13%를 차지했다. 특히 모닝은 수요가 공급보다 넘치는 공급자 시장이다. 계약을 하면 통상 한두 달 기다려야 한다.

 다양한 모델이 있는 일본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경차만 40여 개의 모델이 있어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신차 가격상승은 1∼3% 정도다.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2009년부터는 신차 가격이 3∼5% 내린 경우도 있다. 기아차는 신형 모닝에 6개의 에어백을 기본장착하는 등 고급 옵션을 많이 단 것이 가격 인상의 주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20% 이상 가격을 올려야 했지만 가격인상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모닝에는 준중형급 옵션인 열선 스티어링휠(겨울에 따뜻하게 데워지는 운전대), 버튼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음성인식 7인치 DMB 내비게이션, 원터치 선루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경차라도 자동변속기와 파워 스티어링 핸들은 물론 버튼시동 스마트키 등 준중형급 옵션을 좋아해 이런 사양을 장착하다 보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옵션을 잔뜩 달아 경차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다. 중앙대 이남석(경영학과) 교수는 “경차에 에어백을 기본으로 한 것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준중형 옵션을 달아 가격을 올린 것은 필요없는 기능을 달아 강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비자가 필요한 옵션을 고를 수 있는 마이너스 옵션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판매 경쟁이 심한 미국·일본·유럽·중국 등에서는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편의장치를 기본 장착해도 정해진 개발비용에서 흡수해 신차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태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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