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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m 서울성곽 49일만에 쌓은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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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1394년 수도를 한양으로 옮긴 후 1396년 경복궁을 중심으로 도성(都城)을 쌓는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등 4개의 산 능선을 따라 연결한 18.2km 서울성곽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396년 1월 9일(음력) 시작한 공사는 2월 28일 끝이 났다. 동원한 인원이 11만명이 넘었다고 하지만 18km나 되는 성곽을 어떻게 49일 만에 쌓을 수 있었을까.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 도심 곳곳에 남아있는 성곽을 따라 걸으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을 햇살이 풍성하게 내리비친 10일 토요일 오후 서울 남산 동쪽 장충동지구.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서울성곽을 따라 내려오던 초등학생이 “아빠, 저 돌에 쓰여진 글씨가 뭐야”고 물었다.

울산시면(蔚山始面). 성곽 아랫 부분 성돌에는 희미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각석(刻石)이다. ‘울산’은 현재 울산광역시의 지명이고, ‘시면’은 시작점을 뜻하지만, 서울성곽을 쌓은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네 글자가 함축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성곽 둘레 18.2km를 여러 구간으로 나눠 동시에 쌓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끝낼 수 있었죠”

역사와 문화 현장을 두 발로 걸으며 체험하는 ‘발로 쓰는 문화지도’ 첫 행사로 열린 서울성곽 걷기의 해설을 맡은 이중재 (사)문화우리 사무국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음력 1월 추운 겨울에 시작한 서울성곽 공사는 600자(당시 1자는 약 30.65cm)씩 총 97개 구간으로 쪼개 시행되었다. 각 구간 이름은 천자문에 나오는 한자를 순서대로 붙였다. 첫 번째 구간을 ‘천(天)’자로 시작해 마지막 97번째 구간은 ‘조(弔)’자로 끝난다. 각 구간 공사를 함경도․평안도․강원도․경상도․전라도 등 5도의 각 지역에 맡겼다. ‘울산시면’은 울산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공사를 시작한 구간을 말한다. 서울성곽 장충동 지구의 성돌에서 의령․흥해․경산 등 여러 지명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 중독, 걷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가 마련한 ‘발로 쓰는 문화지도’ 서울성곽 걷기(아이더 후원)는 지난 10일 남산구간부터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부부․연인 등이 짝을 지어 걸으며 서울성곽 주변에 대한 ‘마음의 지도’를 그렸다. 토요휴무일을 맞아 초등학생 딸과 아버지가 두 손을 꼭 잡고 참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성곽 걷기는 17일 낙산구간, 24일 북악산구간, 31일 인왕산구간에서 계속 이어진다. 문의 02-6471-5554.

노태운 기자 noh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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