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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열기 식혀 주는 오이와 가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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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여름철 대표적인 채소로는 오이와 가지를 들 수 있다. 시원한 느낌과 갈증 해소 효과에 관한 한 오이를 넘볼 채소는 없다. 수분 함량이 96%로 수박(91%)보다 높다. 또 ‘as cool as cucumber(오이처럼 찬)’란 영어 관용어가 있을 만큼 냉채소다. 실제로 속살의 온도가 겉보다 낮다.

한방에선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본다. 중국인이 여름철 외엔 오이를 삶거나 볶는 등 주로 가열해 먹는 것은 바로 오이의 찬 성질이 몸을 더 차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뇨 효과도 뛰어나다. 먹으면 몸 안의 수분이 체외로 빠져나가 얼굴이나 몸의 부기가 빠진다. 민간요법에선 부종이 잦은 사람에게 “오이 한 개씩을 매일 먹으라”고 권한다.

오이는 가능한 한 삶은 것을 저녁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녁 식사가 나오기 전에 하나 먹으면 독소 배출은 물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오이의 성분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엽록소·칼륨·쿠쿠르비타신 C·아스코비나제다. 엽록소는 ‘녹색 혈액’으로 통한다. 유전자(DNA)의 손상을 막고 세포 재생을 돕는 고마운 성분이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시켜 혈압을 조절하고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 쿠쿠르비아신 C는 꼭지 부분에 든 쓴맛 성분이다. 설사를 유발하고 음식 맛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조리할 때 꼭지를 잘라낸다. 그러나 최근 이 쿠쿠르비아신 C가 항암 성분으로 밝혀졌다. 아스코비나제는 비타민 C를 분해하는 효소다. 오이를 생으로 씹어 먹는 도중에 다른 과일이나 채소가 섞이면 이 효소로 인해 비타민 C가 대부분 소실된다. 다행히도 오이에 식초나 소금을 뿌리면 아스코비나제가 파괴된다. 이 때문에 오이를 조리할 때는 먼저 식초·소금을 약간 첨가하는 게 좋다.

가지도 오이처럼 몸을 차게 하는 식품이다. 임산부나 젊은 여성이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을 차게 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냉증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가지는 떫은맛이 강하므로 물에 잘 헹군 뒤 조리해야 한다. 가지에도 안토시아닌이란 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주로 꼭지와 껍질에 들어 있으며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잎은 독성이 강하므로 절대 먹어선 안 된다. 중국의 고의서 『본초강목』엔 가지에 관해 “피를 맑게 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부기를 빼 준다”고 적혀 있다. 중국의 민간에선 배뇨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권장했다. 일본에선 오래전부터 치통과 잇몸 병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가지 절임을 추천했다. 가지로 치약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가지 꼭지 분말에 소량의 소금을 넣어 치약 대신 사용하거나 시판되는 치약에 분말을 섞어 썼다.

가지의 지방 함량은 여느 채소와 마찬가지로 무시해도 될 수준이지만 무작정 안심해선 안 된다. 호주의 연구진에 따르면 다른 채소보다 지방을 훨씬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가지에 식용유를 두르고 프라이를 하면 70초 만에 지방을 83g이나 빨아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자의 네 배다. 이렇게 조리한 가지 요리의 열량은 700㎉가 넘는다.

오이와 가지는 식물 분류상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가지가 감자ㆍ토마토ㆍ후추 ‘패밀리’에 속한다면 오이는 호박ㆍ수박 ‘패밀리’의 일원이다. 원산지는 둘 다 아시아다. 가지는 중국ㆍ인도, 오이는 태국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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