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9월 3일) 남산 둘레길에서 노랑망태버섯을 만났습니다.
찾고자 해서 찾은 게 아닙니다.
상상조차 못 한 우연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랑망태버섯의 삶은 이러합니다.
이른 새벽 버섯 갓에서 노란색 망사모양 균망이 아래로 펼쳐집니다.
두어 시간 만에 노란 드레스를 펼친 자태가 됩니다.
그 고혹한 자태를 보고 ‘버섯의 여왕’이라 합니다.
하지만 햇살이 숲에 들면 버섯이 녹아내립니다.
한순간 피었다가 속절없이 지는 한나절 삶인 겁니다.
어찌 보면 세상 그 무엇보다 슬프디슬픈 짧은 삶입니다.
이처럼 짧은 삶이니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겁니다.
몇 해 전 이 친구를 만나려고 산을 뒤진 적 있었습니다.
결국 못 찾았습니다.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친구를
길가에서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 겁니다.
게다가 이미 시들었어야 할 정오 무렵에요.
실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9월 10일 아침,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비 온 뒤라 혹시나 해서 찾은 겁니다.
노랑망태버섯이 피었던 자리엔 흔적도 없었습니다.
대신 애기낙엽버섯이 온 숲에서 올망졸망 피고 있었습니다.
버섯은 일반적으로 피던 곳에서 또 핍니다.
그래서 주변을 샅샅이 살폈습니다.
노랑망태버섯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결국 못 찾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먼발치에 또렷한 노란색이 보였습니다.
비 온 뒤 흐린 날,
채도 낮은 숲에서
저 홀로 노랗게 빛나니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보니 여느 노랑망태버섯과 색이 다릅니다.
연한 노란색입니다.
마치 노랑 병아리가 다소곳이 앉은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둘러보니
또 다른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짙은 노란색입니다.
노란 치마를 한껏 펼친 무희 같습니다.
주변에 달걀 크기의 알이 몇 개 보입니다.
이 알에서 대와 갓이 올라오고 균망이 펼쳐지는 겁니다.
이렇게 조그만 하얀색 알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노란색이 나온 겁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후략….'
그렇습니다.
한순간 어마어마한 일생이 노랑망태버섯에 온 겁니다.
어제(9월 11일)도 비가 내렸습니다.
이른 아침 비가 멎자마자 남산을 찾았습니다.
길가에서 두 친구를 만났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드레스를 펼쳤나 봅니다.
고와도 어찌 이리 고울 수 있을까요.
벌이 망태버섯을 찾아 왔습니다.
색 고우니 꽃인 양 여겼나 봅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개미도 옵니다.
온갖 하루살이도 옵니다.
이들이 포자를 퍼트립니다.
이 짧은 삶에도 이리 다음 삶을 퍼트립니다.
오묘합니다,
노랑망태버섯 삶에 자연의 신비가 오롯이 담겼습니다.
숲에 빛이 듭니다.
제 한 몸 불사르기 전,
한껏 빛 받은 노란 드레스가 신비롭게 빛납니다.
과연 ‘버섯의 여왕’입니다.
행여 노랑망태버섯을 만나는 행운을 얻고 싶다면,
이른 아침 남산 둘레길 남산약수터 쉼터에서
남측 숲길 입구 방향으로 걸어 보십시오.
한가위입니다.
두루 행운 가득한 한가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