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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파 건달로 월척 캐릭터 얻은 김래원 "딱 두 가지만 생각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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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래원이 19일 개봉하는 범죄 코미디 영화 '롱 리브 더 킹'(감독 강윤성)으로 돌아왔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배우 김래원이 19일 개봉하는 범죄 코미디 영화 '롱 리브 더 킹'(감독 강윤성)으로 돌아왔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낚시와 연기의 공통점은 점점 재밌어진다는 거죠. 뭐가 잡힐지 모르고, 어떤 놈을 만날지 모르고, 늘 새로운 포인트, 바다에 나가서 적응하죠.”

충무로의 소문난 낚시광 김래원(38)이 새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에서 월척 캐릭터를 낚았다.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2017년 데뷔작 ‘범죄도시’로 688만 관객을 모은 강윤성 감독의 두 번째 범죄액션물. 누적 조회 수 1억뷰에 달하는 동명 웹툰이 토대다.
주인공 장세출은 목포 최대 조폭 두목인데, 뜻밖에 시민 영웅으로 떠올라 국회의원 선거까지 출마한다. 이런 범죄 코미디부터, 첫눈에 반한 열혈 변호사 소현(원진아)으로 인해 좋은 사람이 되길 꿈꾸는 순애보 멜로까지, 그야말로 만화 같은 설정을 김래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소화해낸다.

웬툰 원작 영화 '롱 리브 더 킹' 주연 #짝사랑 빠져 '좋은 사람' 되려는 조폭 #시민영웅 되고 국회의원에도 출마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범죄액션에 #코미디와 순애보까지 장르맛 살려

터프·애절·투박…목포 건달의 감칠맛

김래원이 가장 고민했던 영화 첫 장면. 재건축 반대 시위 현장에 나간 목포 건달 장세출(김래원, 가운데)이 인생을 뒤바꿀 운명과 만난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김래원이 가장 고민했던 영화 첫 장면. 재건축 반대 시위 현장에 나간 목포 건달 장세출(김래원, 가운데)이 인생을 뒤바꿀 운명과 만난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내가 좀 바뀔 라니까. 이쁘게 좀 봐 주쑈!” 

능청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더해(실제로는 강원도 강릉 출신), 슈퍼맨 뺨치는 활약을 펼치고도 “별거 아니여” 훌훌 털어버리는 터프함, 좋아하는 여자에게 청승맞은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는 투박함이 간을 적절히 맞춘 매운탕처럼 얼큰하다.
정치인보다 더 의리 있는 조폭 캐릭터가 그리 새로울 건 없지만, 가장 잘하는 캐릭터를 입은 김래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옥탑방 고양이’ ‘...ing’ ‘어린 신부’ 같은 로맨스부터 ‘해바라기’ ‘프리즌’ 같은 범죄액션까지 영화‧드라마를 오가며 장르의 맛과 현실감의 균형을 맞춰온 23년차 배우의 내공이 호쾌하게 빛난다.

데뷔작 '범죄도시'에 이어 이번 영화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왼쪽)과 김래원. 강 감독은 첫 시사 직전 급성충수염으로 영화 홍보에 참여하지 못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데뷔작 '범죄도시'에 이어 이번 영화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왼쪽)과 김래원. 강 감독은 첫 시사 직전 급성충수염으로 영화 홍보에 참여하지 못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강 감독은 웹툰 원작의 주인공을 “땅에 발붙이게 하고 싶었다”며 김래원에 대해 "실제 장세출이 살아나온 듯”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개봉 전 만난 김래원은 “웹툰을 다 보진 않아서 싱크로율은 잘 모르겠다”며 “감독님 보고 출연했다. ‘범죄도시’에서 영화를 풀어내는 방식, 밸런스 조절 다 좋았다”고 말을 이었다. “배우를 영화 만드는 도구로 쓰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세요. 초반엔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금방 적응했어요. 자유롭고 즐거웠습니다.”

연습광인 저, 왜 대사 안 외고 촬영장 갔냐면

영화 vs 웹툰. 위에서부터 주인공인 목포 건달 장세출(김래원)과 그가 첫눈에 반하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 조광춘(진선규)의 모습. 원작 스토리를 쓴 류경선 작가가 영화 각본에 참여했다.[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vs 웹툰. 위에서부터 주인공인 목포 건달 장세출(김래원)과 그가 첫눈에 반하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 조광춘(진선규)의 모습. 원작 스토리를 쓴 류경선 작가가 영화 각본에 참여했다.[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촬영 10분 전 새로운 장면이 주어지기도 했다. 장세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낚시하는 장면도 당일 아침 생겼다. “정해진 틀로 찍은 것도 있지만 그런 장면이 꽤 있었어요. 처음엔 감독님이 그만 연습하라고 말릴 만큼 준비했는데 어차피 바뀌니까 대사를 안 외고 가게 됐어요. 대신 뭘 해도 장세출이 되기로 했죠.”

어떻게 장세출이 됐나.  

“조직원 역할의 배우들과 촬영 안할 때도 ‘형님, 형님’ 하며 일당처럼 지냈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 로케이션이라서 같이 합숙하고, 밥 먹고 쉬는 날엔 숙소 앞 산책도 했다. 사투리도 촬영 3개월간 그냥 전라도 사람으로 살았다. 이게 참 뭐랄지, 제가 김래원이지만 장세출로 지냈으니 연기한 건 아니라고 해야 하나.”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장세출(오른쪽)과 소현의 유세 현장.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장세출(오른쪽)과 소현의 유세 현장.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가장 고민했던 장면은.  

“오프닝의 재개발 반대 시위 현장 장면. 소현한테 반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첫 등장이어서 크랭크인 전부터 부담이 컸다. 원래 촬영 중반에 찍기로 했다가 배우들이 작품에 더 깊이 녹아있을 때를 기다리셨던 것인지, 감독님이 후반으로 미루셨다. 세출이는 단순하잖나. 정하면 밀고 나간다. 시나리오의 의미를 놓고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장세출이라면 이러지 않을 텐데, 싶어 그 모든 걸 내려놓고 딱 두 가지 생각만 했다. 저 여자 좋아? 오케이. 상대가 원하는 좋은 사람이 되자. 그게 다였다. 감정표현에 너무 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목포대교서 슈퍼맨 액션, 장세출 닮아갔죠 

목포대교 버스사고 장면은 실제 와이어 액션 촬영에 컴퓨터그래픽(CG)을 더해 구현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목포대교 버스사고 장면은 실제 와이어 액션 촬영에 컴퓨터그래픽(CG)을 더해 구현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번 영화의 장세출은 평소 “진지하고 생각 많은” 그를 조금은 더 행동파로 바꿔 놨다. 극 중 버스 추락 사고 장면은 일주일간 목포대교, 고양 스튜디오, 인천 영종도에서 몸을 던져 찍었다. 라이벌 조광춘(진선규)과 맞붙는 액션 장면에선 와이어를 달고 4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무술감독님이 2층 높이쯤에서 와이어를 말없이 놔버렸어요. 리얼하려고요. 그걸 대여섯 번 했어요. 모랫바닥이어서 크게 위험하진 않았지만 촬영하다 다쳤어도 저는 멈추지 않았을 거예요. 절뚝거리면서 싸우면 더 멋있었을 걸요? 지금도 그 정도 높이는 뛰어내릴 수 있어요. 액션뿐 아니라 연기에도 다 열려 있어요.”

왼쪽부터 부패 국회의원 최만수, 조폭 조광춘 역 최귀화와 진선규. 두 사람 다 '범죄도시'에 이어 강윤성 감독과 다시 뭉쳤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왼쪽부터 부패 국회의원 최만수, 조폭 조광춘 역 최귀화와 진선규. 두 사람 다 '범죄도시'에 이어 강윤성 감독과 다시 뭉쳤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 장세출이, 국회로 보내 주쑈!” 판타지같은 영화지만, 극 중 유세현장은 실감 난다. 등 떠밀리듯 선거에 나섰던 세출은 어느 순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진심을 바친다. “연설장면에서 제가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려고 하잖아요. 감독님은 첫 리딩 때부터 ‘네가 (대본) 읽는데 내가 슬프더라’ 하셨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막상 촬영할 땐 영화 안에서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진짜 울컥하더라고요. 흉내가 아니라 진짜 그 감정을 느끼도록 감독님이 계속 몰고 가신 거죠. 중간에 울음이 터질 뻔했는데 참았어요.”

'해바라기' 패러디 13년 인기 이유…

이번 영화에서 김래원은 요리 솜씨도 선보인다. 건달 출신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는 지역인사 황보윤(최무성)네 백반집에서 주방장이 된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번 영화에서 김래원은 요리 솜씨도 선보인다. 건달 출신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는 지역인사 황보윤(최무성)네 백반집에서 주방장이 된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렇게 묵직한 감정을 실은 작품으로는 ‘해바라기’가 있다. 청춘스타였던 그를 액션배우로 만든 이 영화에서 가족을 잃게 만든 폭력배들에게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울부짖는 장면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패러디될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인상이 남았을까 분석해본 적도 있어요. 응어리진 감정을 폭발하고, 본능적이잖아요. 누르고 참으며 살아온 남자분들이 그 통쾌함 때문에 좋아하시지 않나. 후배들이 재밌게 흉내도 내고요.”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사진 쇼박스]

영화 '해바라기' 포스터. [사진 쇼박스]

이번 작품이 이를 능가하는 대표작이 될까. “그냥 재밌으면 되죠. 감독님은 현시대에 이런 젊은이가 필요하다,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목포 시민들을 위한 영웅으로서 정말 그런 올바른 마음가짐, 진실 되게 그런 사람이 되려고 했고요.”

낚시하러 바다·절벽 누벼, 결혼하면 접어야겠죠

30대 후반으로 아직 미혼인 김래원은 이번 영화의 장세출처럼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믿는다고 했다.[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30대 후반으로 아직 미혼인 김래원은 이번 영화의 장세출처럼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믿는다고 했다.[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그는 “지금 저한테는 영화와 낚시가 다인 것 같다”고도 했다. 낚시 명인인 아버지를 닮아 촬영이 없을 땐 추자도‧가거도‧만재도 등 섬과 바다, 절벽을 누빈단다. 가끔은 연기보다 낚시 잘한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다고 할 정도. 예능에 출연하지 않기로 소문났지만, 최근엔 낚시예능 촬영차 5박 6일 일본 로케까지 다녀왔다. “배우니까 연기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번엔 홍보를 위해 나갔죠. 이덕화 선배님, 이경규 선배님과 고생하며 낚시하며 정말 재밌었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직 미혼인 그는 “보통 낚시꾼의 30배쯤 낚시를 다니는 것 같다”며 “가정이 생기고 하면 그런 생활은 접어야 겠죠”라고 했다. 뭔가에 푹 빠지는 즐거움을 놓치기 싫은 마음도 내비쳤다. “이번 영화를 같이한 진선규 형의 뮤지컬 ‘나빌레라’를 보고 왔어요. 주인공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살다가 나중에 치매에 걸리고 발레를 배워요. 관객 중에 제가 제일 많이 울었어요. 선규 형한테 기회 오면 무조건 앵콜공연 해달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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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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