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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까지…이치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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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다."

'명언 제조기'인 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45)가 올해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구단 특별 보좌관 역할을 맡지만,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 눈가가 촉촉하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구단 특별 보좌관 역할을 맡지만,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 눈가가 촉촉하다. [AP=연합뉴스]

이치로는 올해 사실상 은퇴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결별한 그는 한참 팀을 구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통산 안타 1위(3089개) 기록 보유자이지만, 40대 중반의 나이 탓에 새로운 팀을 찾기 어려웠다. 이치로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큰 개가 된 기분"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치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시즌 개막에 임박해서야 친정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보장 연봉 75만 달러에 성적에 따라 최대 200만 달러(약 22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1년짜리 계약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남은 시즌을 뛰지 않기로 하고 구단 특별 보좌관 역할을 맡게 됐다. 아시아 야구 선수로서 빅리그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치로가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처럼 보였다. 이치로는 올해 15경기에 나와 타율 0.205(44타수 9안타)로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6월 휴스턴과 경기 전 배팅 연습을 하고 있는 이치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도 그는 매일 훈련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휴스턴과 경기 전 배팅 연습을 하고 있는 이치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도 그는 매일 훈련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선수로 뛰지 못했으나 원정경기를 포함한 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훈련을 계속해왔다.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그의 열망을 본 시애틀 구단은 이치로와 1년 더 계약할 예정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이치로가 건강하다면 내년 3월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치를 2019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시애틀 구단은 빠르면 올해 안에 이치로와 내년 시즌에 대한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치로는 지난 23일 고향인 일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배 유스 야구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답답했던 올 시즌을 돌아봤다.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올해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나'라고 묻자, 이치로는 "내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꼭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즉, 자신의 가능성을 미리 결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야한다는 뜻이다.

이치로는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30년 넘게 1년 365일 중 3일을 제외하고 훈련하고 있다. 식습관도 변함이 없다.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든 음식(카레를 먹다가 2010년부터 식빵과 국수로 바꿈)를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까지 야구를 위해 맞춰있다.

그 결과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시애틀에서 타율 0.350에 242안타, 56도루로 3관왕에 올라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치고 다시 시애틀에 돌아오기까지 메이저리그 18년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등을 기록 중이다.

이치로의 등번호 51번. [AP=연합뉴스]

이치로의 등번호 51번. [AP=연합뉴스]

이치로는 자신의 등번호(51번)처럼 51세까지 현역 선수로 뛰는 게 목표다. 메이저리그에 만 50세 이상까지 뛴 선수는 모두 6명이 있었다. 2000년 이후 최고령 기록은 2012년 만 49세까지 던진 투수 제이미 모이어가 갖고 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12세 소년은 "고교 졸업 후에 이치로 선수와 프로에 가서 대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이치로는 "우선 일본에서 선수로 뛸 경우는 없을 것 같다"면서 "네가 12세라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내가 51세까지 뛰면 가능한데,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치로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목표인 51세까지 뛰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항상 말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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