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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우리 집 새 반찬 ‘낫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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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입맛에 맞추다 박주호 축구선수의 딸 나은이, 정대세 축구선수, 가수 백지영.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낫토 마니아라는 것. 낫토는 우리나라 청국장과 비슷한 발효 식품으로 볏짚에서 추출한 낫토균(종균)을 배양한 뒤 삶은 대두와 혼합 발효해 만든다. 일본의 전통 발효 식품이지만 최근 1년 사이 국내 마트·백화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으로 낫토가 우리의 혀끝을 노크하고 있다.

서울 위례동에 사는 공무원 박수연(가명·36)씨는 1년째 매일 아침 낫토를 먹는다. 일본 여행 중 현지인의 집에서 낫토를 처음 접해본 뒤부터다. 그는 “아침에 배고플 때 허기를 달래고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식사 대용으로 낫토를 먹는데 포만감이 꽤 오래간다”고 말했다.

일본의 낫토를 한국에서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12년 전인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식품기업이 국내 최초로 낫토 냉장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낫토가 일반 소비자에게 더 친숙해지고 대중화된 건 최근이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낫토 시장(홈쇼핑 등 판매 제외) 규모는 283억4000만원으로 2014년 108억8000만원보다 2.6배 커졌다.

이처럼 일본의 전통 식품인 낫토가 국내서도 자리 잡은 데는 일본에 왕래하는 한국인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다녀온 한국인은 714만165명으로 전년(509만302명)보다 27.2% 증가했다. 현지에서 건강식 낫토를 먹어본 뒤 한국에서도 찾는 이가 많아지자 제품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산보다 큰 국산 콩 사용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한국형’ 제품으로 개발된 것도 인기 요인이다. 한국형 낫토는 대부분 국내산 콩을 사용한다. 임이종 풀무원기술원 발효식품팀장은 “최근 일본은 낫토에 사용하는 콩을 일본산(10%가량)보다 수입산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산 콩을 사용하는 한국형 낫토는 일본 것보다 콩알이 크고 한국인 입맛에 더 맞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는 풀무원·CJ제일제당·대상·오뚜기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낫토 시장은 풀무원(77.5%), CJ제일제당(8.8%), 대상(4.5%), 오뚜기(2.3%) 순으로 점유하고 있다.

낫토를 만들어내는 종균도 ‘한국화’했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집의 자체 종균으로 발효해 낫토를 만든다. CJ제일제당은 저온에서 24시간 이상 숙성해 낫토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어린이용 제품도 개발됐다. 풀무원은 어린이가 한 손에 잡고 먹을 수 있게 용기의 부피를 줄이고 간장 소스에 김조림·버터를 추가한 어린이용 소포장 제품을 출시했다.

식품업계는 낫토 수요에 힘입어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4월 충북 괴산에 낫토 공장을 증설했다. 지난해 낫토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CJ제일제당은 자체 보유한 식물성 유산균(CJLP-133)을 첨가하며 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 일본의 낫토 공격에 대응해 낫토형 청국장 제품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 연구기획과제인 ‘한국형 글로벌 장 건강 프로젝트’를 지원해 개발한 청굿의 ‘생청국장’이다.

장·혈관 튼튼하게 피부는 매끈하게

낫토가 인기 있는 이유는 비단 구수한 맛 때문만은 아니다. 낫토의 성분마다 활약상이 다르다. 우선 낫토를 만들어내는 낫토균은 사람의 장내에서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 유익균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로 맹활약한다. 이는 장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낫토 속 효소(낫토키나아제)는 혈관 속 혈전을 녹이고 혈액을 맑게 만든다. 셋째, 콩을 발효하면 콩엔 없던 비타민K가 생겨난다. 비타민K는 칼슘을 도와 골다공증을 개선한다. 넷째, 낫토의 실(감마 피지에이)은 보습 기능이 뛰어나 피부를 촉촉하게 만든다.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이유다. 2006년 미국 건강 전문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한국의 김치,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즈콩,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일본의 낫토를 꼽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많이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강동경희대병원 이정주 영양파트장은 “낫토는 발효 과정을 거치며 콩보다 부드러워지고 소화 흡수율을 높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부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항혈전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낫토의 비타민K가 혈액을 응고시킬 수 있으므로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도움= 도기식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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