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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 따라 꽃길 걷는 김민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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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 빙속 간판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상화를 따라 꽃길을 걷고 있는 후계자, 김민선(19·의정부시청)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선은 11살 때 취미생활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빠르게 성장해 국내 최고로 떠올랐다. 김민선은 "일주일에 한 번 타다가 두 번, 세 번으로 늘어났다. 결국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이미 고등학생 언니들을 제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 릴레함메르 겨울유스올림픽 여자 500m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따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김민선을 '리틀 이상화'로 소개하기도 했다.

제48회 전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한 김민선. [연합뉴스]

제48회 전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한 김민선. [연합뉴스]

지난해 9월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인터내셔널 폴 클래식에서 37초78를 기록, 세계 주니어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7년 이상화가 세운 37초81이었다. 대회 당시 김민선의 기록은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세계 기록을 세운 선수는 당일에 도핑 검사를 받아야하는데 대회 조직위가 실시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서였다. 하지만 ISU가 뒤늦게 김민선의 기록을 공인하면서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민선은 "그땐 속상했지만 기록을 낸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트 김민선 의정부시청 입단   (의정부=연합뉴스)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2018년 의정부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입단식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민선(왼쪽)이 안병용 시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7.12.18 [의정부시청 제공=연합뉴스]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피드스케이트 김민선 의정부시청 입단 (의정부=연합뉴스)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2018년 의정부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입단식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민선(왼쪽)이 안병용 시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7.12.18 [의정부시청 제공=연합뉴스]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성인 무대에서도 김민선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7-18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6위까지 차지했다. 김민선은 "월드컵 1,2차 대회에선 성적이 좋았는데 3,4차 대회에선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많은 걸 배웠다"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장점들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의정부시청 감독인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단거리 스케이터로서 신체조건이 아주 뛰어나다. 정신적으로도 잘 무장이 된 선수"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김민선에겐 '제2의 이상화', '포스트 이상화'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김민선은 "기분 좋다. 하지만 상화 언니가 은퇴한 뒤 제게 주목이 쏠릴 거 같아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부담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웃었다. 김민선은 "상화 언니가 룸메이트이기도 했는데 큰 대회를 앞두고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진 않았다. 사실 스케이팅 주법도 다르다. 하지만 언니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김민선의 취미는 미술관 관람이다.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김민선의 취미는 미술관 관람이다.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김민선의 첫인상은 '귀여운 10대 소녀'다. 뽀얀 피부, 통통한 볼살에 앳된 얼굴을 갖고 있어서다. 가벼운 농담에도 '꺄르르' 웃고, 미술관을 가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면도 있다. 하지만 얼음판 위에선 180도 달라진다.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이번달 서문여고를 졸업하는 그는 의정부시청 입단을 결정했다. 운동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제갈성렬 감독은 "보기엔 그냥 순한 얼굴이지만 지는 걸 싫어하는 친구다. 대학 팀으로 가게 되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실업팀 입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호랑, 반다비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민선.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수호랑, 반다비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민선. [사진 김민선 인스타그램]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 출전한 이상화는 5위에 올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지만 이상화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이 경험을 토대로 4년 뒤 밴쿠버올림픽에선 금빛 질주를 펼쳤다. 김민선이 그리는 그림과도 비슷하다. 평창올림픽에서 경험을 쌓은 뒤 선수로서 절정기에 오른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것이다. 김민선은 "중학교 때부터 올림픽이란 꿈을 꿨다. 다른 대회와 다르다고들 하더라. 이번엔 톱10을 목표로 편안하게 도전할 생각"이라며 "4년 뒤엔 꼭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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