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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몸보신 위해 조선호랑이 먹었다

중앙일보

입력

16세기 일본을 통일한 뒤 조선을 침략, 한반도를 피비린내 나는 살육장으로 만들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수명연장을 위해 그가 먹었던 음식은 다름아닌, 조선 호랑이였다고 일본 주간지 '사피오(SAPIO)'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조선 출병 때 무장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와 깃카와 히로이에(吉川広家)에게 조선 호랑이를 사냥해 고기를 소금에 절여 자신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전투를 벌이는 것만으로도 벅찬 이들에게 호랑이 사냥은 커다란 부담이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을 거스를 순 없었다. 결국 이듬해 시마즈 요시히로는 사냥한 조선 호랑이 두 마리의 고기를 소금에 절여 토요토미에게 보냈다.
 당시 일본 무장들 사이에선 호랑이 고기가 기력을 보충해준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현저하게 쇠퇴한 도요토미로서는 호랑이 고기가 더욱 탐이 났을 터.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열연한 배우 김응수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열연한 배우 김응수

오다 쇼고(小田省吾)가 쓴 『조선출병과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라는 책에도 "1592년 일본군 무장이 부산 근처 기장성(機張城)을 점령해 도요토미에게 호랑이 한 마리를 보냈다. 드물게 보는 거대한 호랑이였기 때문에 도요토미는 교토의 천황에게 자랑했다. 그리고 호랑이를 수레에 싣고 장안을 돌아다녔다"고 기술돼 있다.
당시 공문서에도 "조선 호랑이의 가죽, 머리, 뼈와 고기, 간과 담을 목록 그대로 받았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님은 기뻐하시며 드셨습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특히 공명심이 강했던 가토 기요마사는 도요토미의 몸보신을 위해 조선 호랑이 사냥에 열중했다고 한다.

영화 '대호'에 등장한 조선호랑이

영화 '대호'에 등장한 조선호랑이

도요토미는 이 뿐만 아니라, 규슈(九州)의 다이묘에게도 학과 백조를 진상하라고 명령했다.
학과 백조 고기 또한 호랑이 고기와 마찬가지로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 이처럼 도요토미는 자신의 체력과 정력강화를 위해 여러 식이요법을 썼고, 심지어 희귀한 새와 짐승 고기까지 섭취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그토록 몸에 좋다는 호랑이 고기는 물론 간과 쓸개까지 먹었던 도요토미는 그리 오래 살진 못했다.
도요토미는 전쟁(정유재란)이 가장 치열한 국면으로 치닫던 1598년 8월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사망했다.
 일본의 야생동물 생태연구가인 엔도 키미오(遠藤公男)는 『조선의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작은 몸집에 원숭이라고 불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풍모를 떠올렸다. 무엇인가 홀린 듯한 눈을 하고, 호랑이의 간(肝)과 장(腸)까지 탐내며 먹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려고 했는데, 그는 61세에 죽었고 임진란은 끝이 났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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