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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쌍둥이 빌딩에 쌍둥이 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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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여의도 LG 트윈(쌍둥이)타워에 11일부터 실제로 쌍둥이 형제가 함께 근무한다.

15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권좌근(28.사진(右)).우근씨가 그 주인공이다.

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2002년 LG전자에 입사한 형 좌근씨가 일하는 휴대전화 북미수출팀은 그동안 GS타워(옛 LG강남타워)에 있다가 이날 LG트윈타워로 이사를 해 형제가 같은 빌딩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형은 트윈 타워의 서관, 동생은 동관에 있다. 쌍둥이 빌딩에는 동생이 먼저 둥지를 틀었다. 그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카투사를 거쳐 올해 1월 LG화학에 입사해 업무팀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입사 전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담 사무국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을 인정받아 지금의 업무를 맡게 됐다고 한다.

우근씨는 "여러 국제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취직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직장생활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미혼인 우근씨는 또 "형과 LG CNS에 근무하는 형수(좌근씨의 부인)의 조언을 받아 LG화학에 입사했다"며 "이제는 외국계 기업보다 국내 대기업들이 교육이나 자기계발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초등학교 시절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포르투갈 등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LG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의 해외 주재원들이 일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비즈니스맨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쌍둥이 형제는 꿈도 비슷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형은 "멀리 보면 최고경영자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실에 충실하면서 해외사업 전문가로 크겠다"고 말했다. 동생은 "신입사원답게 조직내 다양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업무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쌍둥이는 형제가 같은 빌딩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주변의 혼선'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동생은 "방금 나올 때도 모르는 사람이 반갑게 아는체를 했다"고 말했다. 형은 "2003년 내 결혼식장에서 장인어른이 동생을 나로 오인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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