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멀꿀(Stauntonia hexaphylla [Thunb.] Decne.) -으름덩굴과-

가로수로 심어진 느티나무도 이미 잎을 떨구어 겨울을 준비하고, 단풍으로 가을을 수놓았던 한라산의 계곡의 나무들도 잎을 떨구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덩굴성 식물인 멀꿀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열매의 색깔이 멍이 든 것처럼 보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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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꿀의 이름과 관련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에서는 열매가 적자색으로 익어 멍이 든 것처럼 보이고 덩굴을 이루어 줄로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제주 방언으로는 ‘멍’, ‘멍줄’, ‘멍쿨’ 등으로 불리는 덩굴성 식물입니다.

미성숙된 멀꿀의 열매 / 9월 ⓒ제주의소리
미성숙된 멀꿀의 열매 / 9월 ⓒ제주의소리

제주도와 주변 도서의 자연, 역사, 산물, 풍속을 기록한 ‘남환박물’에서의 멀꿀의 표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열매의 크기는 모과와 같고 껍질은 붉은 흑색이다. 이것을 갈라보면 씨는 으름과 같으면서도 약간 다르다. 으름에 비해 씨가 약간 크고 맛은 조금 진하다. 대개 으름 종류이나 으름보다는 조금 크다. 전남 해남 등지에도 있다고 한다. 의약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해남에서는 줄기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으름 줄기와 같이 쓰면 효력이 배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멀꿀 열매를 반으로 쪼개어 놓은 모습. ⓒ제주의소리
멀꿀 열매를 반으로 쪼개어 놓은 모습. ⓒ제주의소리

멀꿀과 사촌지간인 으름덩굴은 익으면 스스로 세로로 갈라지지만, 이 멀꿀은 벌어지지 않아 인위적으로 자르지 않으면 속살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따뜻한 봄날인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꽃 안쪽에는 연한 홍자색의 줄이 나 있습니다.

멀꿀의 꽃차례. ⓒ제주의소리
멀꿀의 꽃차례. ⓒ제주의소리

가끔 흰색의 꽃을 피는 멀꿀도 있습니다.

흰색의 꽃을 피운 멀꿀의 꽃차례. ⓒ제주의소리
흰색의 꽃을 피운 멀꿀의 꽃차례. ⓒ제주의소리

멀꿀은 오늘날 바나나와 대비되는 달콤한 과일로서 옛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으름덩굴과 같은 쓰임의 약재로도 널리 알려진 덩굴성 나무인데, 멀꿀의 일본 이름은 왕에게 올리는 과일이란 뜻의 무베 그리고 장명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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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꿀은 상록성이라 잎이 겨울에도 남아 있지만 멀꿀과 비슷한 으름덩굴은 낙엽성이라 잎이 모두 떨어져 버립니다. 멀꿀의 줄기와 뿌리를 한방에서는 야모과, 야목과(野木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모과같이 생긴 열매의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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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꿀의 꽃말이 ‘즐거운 날’이라고 합니다. 요즘 감귤 농가에서는 감귤 수확철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손이 달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투입되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멀꿀의 꽃말처럼 감귤 농가에도 수확으로 인한 즐거운 날들이 가득하시길 응원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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