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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홍수시대의 버섯 정보야생버섯의 신비(119)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 승인 2012.01.21 02:10

www.jadam.kr 2012-01-21 [ 최종수 ]
달걀버섯 Amanita jacksonii Pomerleau

최근 한국에서 이른바 파우어 블로그나 카페의 상업성 문제가 물의를 일으켜 뉴스의 화제가 되었다. 그야말로 인터넷 또는 SN 홍수시대를 맞아 무궁무진한 정보에 접하면서 많은 좋은 점들이 있는가 하면 때때로 그 폐해도 큰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또는 SN 역할이 지대하게 된 마당에서 그것은 어떻게 보면 ‘조직화한 혁명이요 독재자 폭군을 뒤 엎어 몰아내기인가 하면 친구들의 생일을 알려주고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무엇을 먹었었는지 알려주기’이기도 한다. 한편 방심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있고 버섯에 관한 정보 측면에서 보면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때로는 위험성마저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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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비늘광대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Amanita flavoconica G.F. Atk.

옛날에는 야생버섯에 관한 지식 전달이 가계의 비밀이자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구전과 현장 학습을 통하여 전수되었기에 그 정보가 인터넷 정보보다 더 믿음직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 정보 홍수시대에는 검증하지 않은 엉터리(?) 정보가 마치 가위로 오려 붙이기 식으로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이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버섯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초기에 버섯 갓 위에 노란 인편이 많이 붙어 있는 독버섯 노란비늘광대버섯(임시이름, 한국 미기록종, Amanita flavoconica G.F. Atk.)의 인편들이 비에 씻겨 탈락한 것을 모르고 식용버섯인 달걀버섯(Amanita caesarea)으로 잘못 동정하여 올린 적이 있다. 그 뒤 잘못 동정한 것을 알고 바로 잡았다. 그런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 잘못 동정한 버섯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이 퍼다가 자기들 블로그나 카페에 올린 것을 알게 되었다. 댓글을 달 수 있을 때에는 바로 잡은 이름을 댓글로 달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검색되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이름을 잘못 동정한 버섯이 독버섯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버섯 정보에 대한 책임문제가 큰 것임을 알게 된다. 더구나 인터넷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별명(익명)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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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 Amanita virosa (Fr.) Bertillon

수많은 버섯애호가들의 블로그나 카페에 “무슨 버섯일까요?”라는 버섯 이름을 문의하는 난이 있는데,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듯 잘못 동정한 버섯 이름이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블로그나 카페지기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정확한 버섯이름을 알려줄 수 없으면 최소한 정확한 이름을 동정중이니 유의하라는 주의사항 정도는 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어떤 버섯카페에서는 아예 야생버섯의 식용여부를 말하지 않기로 한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위험성을 막는 측면에서는 옳은 처사이지만, 다른 한편 아무리 아마추어 버섯애호가들의 블로그나 카페라 할지라도 최소한 야생버섯의 식용여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대중 교육상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누구라도 야생버섯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식용 또는 약용이라는 인간의 기본욕구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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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황토버섯 Galerina marginata(Batsch) Kuehn. 죽은 나무에 돋는 맹독버섯.

또 인터넷 신문은 물론 인쇄된 신문기사에 버섯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읽어 보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야생버섯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대체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기사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버섯 기사는 버섯 전문들의 자문을 쉽게 청할 수 있어서 그런 경우가 드물겠지만, 해외 특히 미주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의 경우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특히 한국인 이민자들의 독버섯 중독사의 경우가 거의 해마다 보도되고 있고 그 때마다 야생버섯에 관한 기사가 뒤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어 보면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어느 버섯박사라는 분의 인터뷰 기사였는데, 그 분 말씀이 야생하는 버섯들 가운데 식용버섯이 드물다 하면서 식용이라 하여도 채취하여 집에 가져 오면 독버섯의 포자가 묻어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야생버섯의 대한 신화가 생겨난 것이다. 어이없게도 야생버섯을 함부로 식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으면 엉터리(?)라고 여겨 웃을 수만은 없겠다 싶기도 하였다. 해외의 기사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홍수시대에는 세계 어디서라도 이런 기사를 읽게 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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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버섯 Morchella esculenta(L.) Pers.

또 예전에는 버섯을 찾아 나서려면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버섯을 찾아야 할지 먼 길을 운전해야 하고 오랜 시간 걸어야 하며 많은 산들을 힘들게 올라 다녀야 했다. 버섯을 찾느라 무진 애를 써야 하는 것을 당연지사로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송이나 능이를 좋아하는 것만큼 곰보버섯을 좋아하는데 그 돋는 시기와 장소(지역)를 알려주는 곰보버섯지도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곰보버섯이 돋는 시기와 지역에 맞추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손쉽게 곰보버섯이나 송이나 능이를 채취할 수만 있다면 아마 식도락을 최대한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혹시 모르겠다. 별소리를 다 한다고. 송이나 능이를 그렇게 손쉽게 채취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 아니냐고. 허지만 야생버섯 애호가들이 오직 “식용하려고,” “수입을 얻기 위해서”만 산행한다면, 그건 이미 “애호”나 “취미” 또는 좀 거창하게 “자연사랑”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야생버섯 채취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인터넷 정보까지 갖추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야생버섯 웹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지나친 야생버섯 채취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히 무분별한 야생버섯 과다채취와 그 윤리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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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뚝이깔때기버섯 Ampulloclitocybe clavipes(Pers.) Redhead, Lutzoni, Moncalvo, & Vilgalys = Clitocybe clavipes 술과 함께 먹으면 중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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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정보 홍수시대의 버섯정보들은 “사실과 신화”가 혼재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버섯정보를 올리게 되면 주의 깊게 조사 연구하고 검증되지 아니한 정보일 경우, 그 정보에 꼬리와 날개가 달려 괴상하게 자라가면서 마침내 신화가 되고 만다. 이를테면 곰보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술을 겻들이면 안 된다는 경우가 그것이다. 물론 먹물버섯 류나 배불뚝이깔때기버섯을 식용하는 경우 알코올음료는 금기사항이다. 허지만 곰보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와인 한잔이나 맥주 한 컵 정도를 겻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신화는 1960년대 어느 기사에 언급된 것이 웹사이트마다 인용되면서 자라난 신화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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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쥐눈물버섯 Coprinellus micaceus(Bull.) Vilgalys, Hopple, & Johnson =갈색먹물버섯 Coprinus micaceus. 술과 함께 먹으면 중독된다.

버섯정보에 대한 가계 전수나, 도감 구입과 힘든 버섯공부가 그저 간단하게 140자 트위터나 빠른 구글 검색으로 대치되었다. 무궁무진한 정보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심하다간 신화나 엉터리 정보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 상기시켜 줄 수 있는 충고는 어느 한 트위터의 말은 “갑자기 짧게 터져 나온 불합리한 정보”(a tweet is a "sudden short burst of inconsequential information")라는 사실이다. 문명의 이기(利器)는 때때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의 빠른 정보는 유익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흔히 해악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Denis R. Benjamin, "Mushroom (Mis)Information and the Internet: WWW-Boon or Bane?" Fungi, Volume 4, No. 4: Fall 2011, pp. 48f.

Denis R. Benjamin, "Social Networks-The Outdoors in Jeopardy," Mushroom: The Journal of Wild Mushrooming, Issue 107, Vol.28, No. 3-4, Summer-Fall, 2010, pp. 6f.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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