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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 나무와 버섯의 상리 공생관계야생버섯의 신비(82)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 승인 2010.06.06 18:50

 

www.jadam.kr 2010-06-06 [ 최종수 ]
코커광대버섯(Amanita cokeri)참나무와 소나무 혼합림 땅위에 돋는다.

 

균류(즉 균근균 또는 버섯)와 식물(나무)뿌리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생태계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50ft(약 80m)가 넘는 균근균(버섯)의 균사가 불과 반 인치(약 1cm)밖에 안 되는 식물(나무)뿌리에 붙어서 마치 그 나무의 엄청나게 긴 잔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면 한 나무뿌리 전체와 관계된 버섯의 균사가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볼만하다. 이러한 관계는 나무와 버섯이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상리공생관계로서 식물영양과 관련된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그래서 균류 곧 버섯과 상리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식물(나무)은 그렇지 못한 나무보다 50%이상이나 더 크게 자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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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뿌리광대버섯(Amanita daucipes)참나무 숲, 혼합림 땅위에 돋는다.

 

쉽게 말해서 버섯은 나무에게 광물질, 수분, 호르몬 등을 공급하여 나무를 더 크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우며, 나무는 나무대로 염록소가 없어서 탄산동화작용을 할 수 없는 버섯에게 에너지 넘치는 탄소와 당분을 공급하여 버섯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 우리가 맛 좋은 송이나 꾀꼬리버섯을 먹을 때 바로 이러한 나무와 버섯 사이의 상리공생관계가 이룩해 준 결과물을 먹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무가 버섯에게 마련해준 수확물을 버섯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즐기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90%에서 95%나 되는 식물들이 버섯 또는 균류와 상리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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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갓젖버섯(Lactarius hygrophoroides) 활엽수림, 특히 참나무 밑에서 돋는다.

 

옛날 프러시아 왕(King of Prussia)이 땅 속에서 돋는 맛 좋은 송로버섯(Black Truffle, Tuber melanosporum)을 무척 좋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1885년 A. B. Frank 교수에게 송로버섯 재배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하였다. 연구 결과 송로버섯을 인공 재배하는 일에는 실패하였지만 대신 나무뿌리와 버섯의 균사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발견해 내어 “mykoriza"라고 이름을 붙여 학계에 보고하게 되었다. 송로버섯을 인공 재배할 수 없는 이유는 활엽수인 참나무가 탄수화물을 버섯에게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즉 참나무의 도움 없이 버섯이 자랄 수 없고 또 좋은 맛도 낼 수 없는 것이다. 송이를 재배할 수 없는 이유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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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팔라치안꾀꼬리버섯(Cantharellus appalachiensis) 활엽수림, 혼합림 땅위에 돋는다.

 

"mykoriza" 즉 영어로 "mycorrhizae"라는 말은 균류와 나무뿌리의 관계를 지칭하는 말(fungus-root partnership)인데 나무의 잔뿌리를 둘러 싼 균류나 버섯의 균사 덮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A. B. Frank 교수가 이러한 공생관계를 학계에 보고하였을 때 과학자들 사이에 찬 반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25년 스웨덴의 웁살라대학교의 Melin교수의 실험으로 Frank교수의 상리공생 개념이 입증되었고, 이어서 학자들의 연구열이 더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1937년 미국농림성 과학자 Hatch박사가 공생관계에 있는 소나무 묘목에서 질소(N) 86%, 인(P) 234%, 칼륨(K) 75%의 증가를 보고하였다. 균류가 이 모든 광물질들을 소나무 묘목에 공급해 준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상리공생관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 국제적 회의가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Mycorrhza라는 학술잡지도 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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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꾀꼬리버섯(Cantharellus cinnabarinus) 활엽수림, 혼합림 땅위에 돋는다.

 

나무(식물)와 버섯(균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공생관계는 여러 유형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식물들이 보여주는 공생관계는 수지상소낭 내생균근 형태(Vesicular-Arbuscular Endomycorrhizae)이다. 내생균근은 온대와 열대림의 많은 나무 종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토양 속의 균류 포자가 숙주인 나무의 잔뿌리 가까이에서 발아한 뒤, 숙주인 나무뿌리 외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생장하면서 수지상체(arbuscule)라는 미세한 다발의 망을 형성한다. 이렇게 균류의 균사체는 나무뿌리의 연장처럼 작용하지만 뿌리의 구조나 모양은 변형시키지 않은 채, 나무뿌리나 뿌리털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인과 질소를 빨아들여 나무에게 공급하고, 나무는 균류에게 탄소를 공급해 주는 상리공생관계를 이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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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버섯, 참나무가 주로 많은 혼합림 땅위에 해마다 같은 장소에 돋는다.

 

그 토양 속의 균류는 내생균근균이기 때문에 숙주인 나무뿌리 토양주변으로 널리 퍼져 나가기는 해도 모두 땅 속에서 이루어지고 버섯이라는 자실체를 돋게 하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버섯을 관찰하는 가운데 이상하게도 미국 단풍나무(maple) 숲에서는 버섯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단풍나무 숲을 만나면 경험상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나중 알게 된 사실은 단풍나무와 공생관계를 이룩하고 있는 균류는 바로 버섯을 돋게 하지 않는 내생균근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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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끈적버섯(Cortinarius iodes) 갓 위에 흰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활엽수림, 혼합림, 특히 참나무 밑에 돋는다.

 

또 다른 공생관계 유형은 눈에 띄게 버섯이라는 자실체를 형성하는 외생균근 형태(Ectomycorrhizae)이다. 이러한 외생균근 형태의 공생관계는 어떤 특정 버섯과 어떤 특정 나무와 관계되어 있다. 광대버섯류, 그물버섯류, 무당버섯류, 젖버섯류가 그 예이다. 외생균근 형태로 공생관계를 이루면서 버섯을 돋게 하는 미 동부지역의 나무들은 소나무, 전나무, 쓰가나무(Eastern Hemlock)와 같은 침엽수와 자작나무, 버드나무, 사시포플러나무, 사시나무, 너도밤나무, 참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히코리 등 활엽수들이다. 그 밖의 공생관계 유형은 ericoid와 arbutoid, 그리고 orchiddaceous 형태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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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주름을 가진 전나무끈적버섯아재비(이태수의 한국기록종 버섯목록 Cortinarius semisanguineus Gillet) 침엽수림과 혼합림 땅위에 돋는다.

 

어떤 경우에는 한 나무와 약 2000여종의 균류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또 한 균류 또는 버섯이 이웃에 있는 다른 나무에 옮겨 공생관계를 맺기도 한다. 특히 활엽수와 침엽수의 혼합림에서 이러한 공생관계의 이동을 볼 수 있다. 광대버섯류, 그물버섯, 턱수염버섯, 싸리버섯, 꾀꼬리버섯 같은 버섯들이 그 예이다. 어떤 버섯은 침엽수를 좋아한다. 송이는 물론 나팔버섯류, 비단그물버섯이 그것이다. 어떤 버섯은 침엽수 가운데서도 오직 한 소나무 종류만 좋아하는 버섯도 있다. 이를테면 껍질을 벗기고 조리해야 하는 젖비단그물버섯(Suillus granulatus)이나 끈적젖비단그물버섯(Suillus americanus)은 소나무 가운데서도 오직 Eastern White Pine 밑에서만 돋는다. 젖버섯 가운데 Lactarius subpurpureus라는 젖버섯은 오직 쓰가나무 밑에서만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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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갈색무당버섯(Russula compacta) 활엽수림, 혼합림 땅위에 돋고, 조직이 딱딱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 흥미로운 관계의 한 형태는 기생식물이 보여주는 관계이다. 역시 염록소가 없기 때문에 탄산동화작용을 할 수 없는 식물로 균류나 버섯과 공생관계에 있는 나무로부터 탄소를 얻고 있는 형태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은 균류나 버섯에 기생하는 식물이다! 미국 동부지역 숲속에서 반투명의 흰색을 가진 인디언 파이프(Indian Pipe, Monotropa uniforma)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그 기생식물이다. 그런데 이 인디언 파이프는 한국 깊은 산간에서도 볼 수 있고 수정란풀 또는 수정초, 수정란이라고도 부르며 민간에서 이뇨와 익정 등에 약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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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파이프(Indian Pipe, Monopropa uniflora)

 

그동안 이러한 나무와 버섯의 상리 공생관계는 주로 소금기 있는 토양은 물론 사막처럼 수분과 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수분이 넉넉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공생관계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오하요 주 데이톤대학교(University of Dayton, Ohio)의 Carl F. Friese교수는 오하요 주 남서부의 습지에서 연구 조사해 본 결과 적어도 50%나 되는 식물들이 균류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나아가서 Friese교수는 습지와 거기서 자라는 식물들의 건강을 위하여 균근균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그곳에 존재하는 특별한 균근균들을 조사하고 습지의 다양한 식물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선한 균근균 포자를 더 많이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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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비단그물버섯, 소나무(White Pine)밑에 많이 돋는다.

 

전 세계 건조지역에서 서식하는 61종의 식물들 가운데 90%가 균근균과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지만, 아직까지 남미에서는 이렇다 할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Friese교수와 그 동료들이 남미 칠레의 사막지역 두 곳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역시 조사한 식물들 가운데 90%가 공생관계를 맺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균근균의 존재가 식물의 생존과 사막화 방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균근균을 투입함으로써 뜨거운 지역의 사막화를 막고 생물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균근균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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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또는 선혈색그물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 Boletus frostii) 활엽수림, 특히 참나무 밑에 돋는다.

 

아름다운 숲, 아름다운 나무는 눈에 보여도,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아름다운 이웃, 아름다운 동반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균류(버섯)와 식물(나무)과 맺고 있는 아름다운 공생관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 맛좋은 식용버섯을 찾아내는 일에 우선 큰 도움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농사짓는 작물과 산림과 나무에 어떤 영향을 끼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속해 살고 있는 전체 환경에 어떤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자연환경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더불어 그것을 즐기고 감사하는 일 또한 늘어갈 것이다. 생존하는 모든 것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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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갈색그물버섯(Boletus bicolor var. bicolor Peck), 활엽수림이나 혼합림, 특히 참나무 밑에 돋는다,

 

참고문헌:

 

Bill Freedman, "Mycorrhizae Shown to Protect Plants Even When It is Very Wet or Very Hot," NJMANews, Vol. 26, No. 3, May=June, 1996, p. 4

 

Orson K. Miller, Jr., "Mycorrhizae in Our Eastern Forests," NJMANews, Vol 29, No. 2, March-April, 1999, p. 13

 

Allison Brown, "Mycorrhizae: Th Incredible and at Times Edible Fungus-Root Partnership," NJMANews, Vol. 30, No. 2, March-April 2000, p. 3

 

Thomas M. Smith & Robert Leo Smith(강혜순, 오인혜, 정근, 이우신 옮김), 생태학 6판, 서울: 라이프사이언스, 2007, 290-294쪽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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