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버섯 이야기(114): 무자갈버섯(독)
 

무자갈버섯 Hebeloma crustuliniforme(Bull.) Quel.

무자갈버섯은 무 냄새가 나는 자갈버섯속 버섯이다.   속명 Hebeloma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날카롭지 않고 둔한 가장자리”라는 뜻이다.   hebe는 라틴어로“어린, 젊은”이라는 뜻이고 loma란 “과자나 파이 모양의, 딱딱한 껍질모양의”라는 뜻이다. 그래서 무자갈버섯의 영어이름이 “Poison Pie"이다.  우리나라의 무자갈버섯이라는 이름은 이 버섯에서 무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2011년 가을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사는 집 앞 커다란 스트로브잣나무 밑 잔디 밭 위에 무리를 이루고 많은 버섯이 돋았기에 도감을 찾아 본 결과 무자갈버섯으로 판단하여 즉시 냄새를 맡아 보니 무 냄새가 짙었다.

갓 색깔이 담황색에서 갈황색으로 갓 중앙의 색이 더 진하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그 색이 엷게 된다. 주름살은 처음에 허연색이다가 차차 담홍색을 걸쳐 적갈색으로 변한다. 포자색은 암갈색이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숲속 나무 밑 땅위에나 풀밭 위에 홀로 또는 여기저기 그리고 때때로 균환을 이루면서 돋는데 그 독성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독버섯이다.
 

무자갈버섯의 주름살 색깔은 처음에 허연색에서 차차 적갈색으로 변한다.

무자갈버섯의 화학성분

용혈 세포 독성분인 crustulinol(=hebeloysin), 산성인산효소(酸性燐酸酵素) 포스파타아제(acid phosphatase)가 들어 있다.  이 포스파타아제는 생체 조직에 있는 유기산과 에스테르, 폴리인산을 가수 분해하는 효소라고 한다.   약리작용으로 항종양 작용이 있어 sarcoma 180 암 쥐 실험에서 67.8-84.2% 억제율을 보여준다고 한다.     
 

무자갈버섯은 둥그렇게 균환을 이루면서 돋는다.

자갈버섯속 버섯의 지구 다시 살리기에 이용 가능성

한국 미기록종인 Hebeloma sacchariolens라는 자갈버섯속 버섯은 안트라닐산(anthranilic acid) 감소에 높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안트라닐산은 염료와 의약품 생산에 사용하는 물질로 이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 주변의 하천을 오염시키는 일반 물질이다.  따라서 이 자갈버섯속 버섯은 환경정화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1990년 캐나다의 윌렌보그(Willenborg) 등이 행한  “시험관 안에서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외생균근 버섯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무자갈버섯은 지극히 적은 양(500마이크로미터)의 칼슘을 가지고도 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카드미움은 무자갈버섯 성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 1996년 브루너(Brunner) 등은 무자갈버섯이 스트로브잣나무(White Pine, Pinus strobus) 묘목의 세시움 축적을 경감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무자갈버섯이 방사능물질인 세시움 제거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솜털자갈버섯(Hebeloma mesophaeum)은 침엽수림 숲을 위한 아주 훌륭한 식물 접종원이라고 한다. 이 식물 접종원(plant inoculant)은 순수한 혹은 혼합된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의 처방으로 식물의 생식이나, 성장, 내병 및 내한능력 등을 증대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또 한국 미기록종인 Hebeloma cylindrosporum이라는 자갈버섯속 버섯은 염소화한 살충제 제거에 도움이 되는 버섯이다. 이러한 사실 들이 보여주는 것은 자갈버섯속 버섯이 지구 다시 살리기에 아주 유용한 버섯이라는 점이다.

자갈버섯속 버섯의 범죄수사에 이용 가능성

이태수박사 외 여러 분들이 집필하신 한국의 버섯도감(I)에 보면 자갈버섯속 버섯들 가운데 긴뿌리자갈버섯(H. spoliatum)은 암모니아 균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동물의 배설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포도색자갈버섯(H. vinosophyllum)은 숲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또 뿌리자갈버섯(H. radicosum)은 두더지 굉도에도 돋는다 하는데 이 자갈버섯도 두더지의 배설물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86-89쪽).
 

포도색자갈버섯(밤자갈버섯) Hebeloma vinosophyllum Hongo.이 귀한 버섯 사진은 네이버 카페 버섯도감 지기 기쁜소식 최호필 님이 빌려 주셨다. 감사합니다.

특히 자갈버섯류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서 돋는 포도색자갈버섯은 포유류 동물의 시체를 선호한다고 한다.  1968년 일본 교또에서 포도색자갈버섯이 다발로 돋은 것을 발견하였다. 이 버섯이 돋은 토양을 자세히 검사해 보니 개의 사체가 그 질소의 근원지임이 밝혀졌다.  1975년에는 또 다시 교토대학교 캠퍼스 근처에서 같은 버섯 한 송이가 돋았는데 이 버섯이 돋은 표토층에 고양이의 뼈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갈버섯류는 범죄 수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당장 범죄 수사에 자갈버섯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어떤가? 아직은 아니다. 버섯을 범죄수사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하여 수사가 난항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혹시 자갈버섯이 돋는 곳을 눈여겨본다면 사체의 잔해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자갈버섯류는 사체의 소재를 알려 줄 것이기 때문에 자갈버섯속 버섯들은 범죄 수사를 위한 법균류학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하여 더 자세한 정보는 전에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 연재 하였던 “자갈버섯류는 범죄 수사를 위한 법균류학의 선구자?: 야생버섯의 신비(143)”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참고문헌:

박완희, 이호득, 한국 약용버섯 도감, 서울: 교학사, 2003(재판), 134쪽.

Robert Rogers, The Fungal Pharmacy: The Complete Guide to Medicinal Mushrooms and Lichens of North America, Berkeley, Calif.: North Atlantic Press, 2011, p. 209.

Danny Haelewaters, "Hebeloma, Pioneer Genus in Forensic Mycology," Fungi Volume 6:3, Fall 2013, pp.47f.

이태수, 조덕현, 이지열 공저. 2010. 한국의 버섯도감(I), 서울: 저숲출판, 86-89쪽.

Brunner, Ivano, et. al., 1996. Influence of ectomycorrhization and cesium/potassium ratio on uptake and localization of cesium in Norway Spruce seedlings, Tree Physiology 16(8):705-711. Cited in Robert Rogers, The Fungal Pharmacy: The Complete Guide to Medicinal Mushrooms and Lichens of North America, Berkeley, Calif.: North Atlantic Press, 2011, p. 513.

Willenborg, et al., 1990. Effects of environmental stress factors on ectomycorrhizal fungi in vitro, Canadian Journal of Botany 68(8),1741-1746. Cited in Robert Rogers, The Fungal Pharmacy: The Complete Guide to Medicinal Mushrooms and Lichens of North America, Berkeley, Calif.: North Atlantic Press, 2011, p.556.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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