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잡기-동물인가 식물인가

이야기로 만나는 버섯


송이, 표고, 느타리, 새송이, 능이, 만가닥, 광대…, 셈 해보니 스무 개쯤이다.
버섯을 좋아하는 탓에 아는 버섯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맛은 잠시 참기로 했다.
이 칼럼은 버섯에 대한 잡기(雜記) 정도. 버섯 이야기를 긁어모았다


+글. 비건 편집실



2,000℃를 견디고 수백 년을 꿈꾼
2011년 서울시는 서울월드컵공원에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후보종’ 버섯 하나와 국내에서
처음 발견 한 ‘미기록종’ 버섯 네 개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낙엽버섯류 한 종과 독청버섯·난버섯·애주름버섯·
털가죽버섯 등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그 각각이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쓰레기 매립지였던 섬, 난지도. 
그곳에서의 새로운 버섯 종 출현은 국내와 국외 학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버섯 대부분은 ‘무성생식’을 한다. 무성생식은 암수 구별 없이 어미 체세포 일부가 떨어져나가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식법. 버섯의 생식법을 좀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무성생식 중에서도 ‘포자법’이다.
어미를 떠난 포자는 공기, 물, 토양 등에 널리 퍼져 있다가 온도, 양분, 수분 등 적당한 조건이 되면 싹을 틔운다.
암수의 구별이 필요 없고, 암수가 만날 필요도 없기에 번식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
‘독버섯처럼 번진다’는 관용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순간이다.
또 포자는 온도와 건조에도 강하다. 2,000℃ 이상의 온도에서도 생존하며,
수백 년 전 형성된 포자에서도 튼튼한 성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세계 최초로 발견된, 아직 이름도 없는 그저 ‘낙엽버섯류’인 이 친구는 어디서 온 걸까.
마만큼의 공간을 날아와 얼마나 많은 꿈을 참은 후, 2011년 봄 우리 앞에 고개 내민 걸까.
그의 기다림과 인내가 그저 놀랍다




동물과 식물, 그 사이 균류
생물학에서 생명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크게 동물계와 식물계, 균계로 생명들을 어림해
나눈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면,
동물은 그 유기물을 먹고 소화하는 소비자 역할이다. 그렇다면 균들은?
균은 유기물을 분해해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분해자다.
균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별도의 자리를 차지하며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순환시키는
기특한 청소부를 자임하였다. 
그래서인지 균계인 버섯은 동물과 식물의 생태적 특징을 두루 가진다.
동물보다는 식물에 가까운 모양새지만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하고,
동물처럼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식물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가 하면, 동물보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월등히 풍부하다.
동물과 식물, 정확히 그 경계에서 버섯이 자란다. 

예술가들의 상상 재료, 버섯
이제 만화영화 얘길 해볼까 한다. 30, 40대라면 꼭 기억할 <개구쟁이 스머프>와 <이상한 나라의 폴>이다.
먼저 <개구쟁이 스머프>. 꿈과 환상의 스머프 동산엔 파파 스머프를 아버지로 모시고 여러 스머프가 산다. 
똘똘이 스머프, 익살 스머프, 요리사 스머프… 욕심이, 덩치, 투덜이, 시인, 편리, 농부, 그리고 스머페트…. 
신기한 것은 이들은 ‘1인 1주택’을 이루며 산다는 것.
주택보급률 100%다. 동시에 시공한 듯 그들은 똑같은 
모양새의 버섯 집에서 사는데 이 버섯 집이 지금 할 이야기다.
버섯 집의 모티프는 바로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 계곡의 암굴집. ‘요정들의 굴뚝’이란 뜻의
페어리 침니(Fairy Chimney)라는 이 집에서 스머프의 작가 피에르 컬리포드(Pierre Culliford)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조연배우 ‘버섯돌이’에게 
‘꼬마 버섯의 꿈’이라는 연주곡을 헌사했다.
1995년 발매된 그의 4집 <야간비행>에 실린 이 곡은 ‘대마왕 수족으로 사는
이 꼬마는 어떤 꿈을 꿀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훗날 이병우 씨는 말했다.
정적감으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 세계. 
그래서인지 ‘꼬마 버섯의 꿈’을 듣고 있자면 암흑의 정적을 뚫고 알록달록 솟아나는
버섯돌이의 여러 마음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상한 나라의 폴>이 인기를 끌던 당시,
전국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들은 ‘버섯머리’를 유행시켰다. 
바람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카사노바도 버섯 마니아.
그는 상대를 유혹할 때면 송로버섯 요리를 자주 내놓았는데,
송로버섯에는 남성 호르몬과 흡사한 사향 냄새가 나
여자들은 그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자료를 찾아보니 작년벌 써 몇년 전  한 경매에서 900g짜리 송로버섯이
1억 6,200만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헉! 1g당 18만 원. 


버섯은 동물도 춤추게 한다
동물도 버섯을 좋아한다. 앞서 얘기한 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라는지라
사람이 찾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어떻게 찾을까? 바로 돼지다.
송로버섯에는 성적 흥분 효과가 있다는
페로몬 성분이 들어 있어 암퇘지가 잘 찾는다고.
돼지의 성욕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킨 카사노바의 선택과 집중이 또한 놀랍다. 
동충하초(冬蟲夏草)의 경우 양과 야크가 즐긴다는 기록이 있다.
이 버섯은 천년 전 티베트의 목동이 처음 발견했는데 하루는 양과 야크들이 이상한 풀을 먹고
점점 강해지고 건강해지는 것을 본 것이다. 눈여겨보니 동충하초였다.
이후 장사 수완 좋은 중국인들이 그걸 최음제나 정력제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나온 여러 문헌을 살펴보니 동충하초와 표고버섯은
인간의 생식능력 증식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슴들은 붉고 흰 색깔을 띤 광대버섯을 즐겨 먹는다.
독버섯의 하나인 광대버섯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슴에게는 환각작용을 일으킨다.
이 버섯을 먹은 사슴은 사람을 봐도 달아나지 않고, 술 취한 듯 
방향 감각을 잃고 비틀거린다고. 

사람처럼 버섯을 재배하는 동물도 있다.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우림에 사는 가위개미(잎꾼개미)가 그들이다.
이들은 잎을 재단해 잘라 둥지로 나르고 이 잎을 거름 삼아 버섯을 재배해
단백질과 당분을 얻는다. 이들은 더 놀랍게도 잡초나 잔디씨앗을 저장했다가 농사도 짓는다고. 
바야흐로 돌아올 비키니 계절. 애꿎게도 왜 핵폭탄은 버섯구름을 만들고,
어르신의 검은 반점을 왜 검버섯이라 부르며, 암적인 존재는
또 왜 독버섯이라고 부르는지 분노를 참지 못한 채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