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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장기화…'경찰도 위험하다'


경찰 출신 시민들 "시위 현장은 전장…이성이 안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시작된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잇단 폭력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는 집회가 한 달 여 동안 이어지면서 경찰과 시민 쌍방 모두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쇠고기 고시 발표 직후인 지난 5월31일 촛불집회에서는 물대포가 동원되고 여대생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등 시민들의 부상이 잇따랐다.

경찰 측 또한 "시민들에게 맞은 경찰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 출신' 시민들은 현재의 대치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큰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경찰 기동대에서 98년부터 2000년까지 의경으로 근무했다는 안 모(남·31세)씨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시민이다. 안씨는 2000년 있었던 아셈 정상 회의 때의 비상근무를 기억했다.

안 씨는 "아셈 회의 때 세계 각국의 NGO, 테러단체들을 막기 위한 비상 경계근무를 2주 남짓 동안 한 일이 있다"며 "당시 경계근무 뿐 아니라 자다 일어나 훈련도 받고, 통상근무까지 계속하다 보니 모두들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당시 서울지역 경찰 기동대 인원이 1만여 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촛불집회에 약 8천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다면 이는 거의 전 병력"이라며 "교대근무 없이 전 병력이 한 달여 동안 계속 동원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진압을 하다 보면 시위대에 의한 경찰의 부상도 적잖은데, 장기간 근무로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옆에서 동고동락하던 사람이 피 흘리며 쓰러지면 흥분할 수 밖에 없다"며 "지휘관들이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현장에서 '전투 상황'에 휩쓸리면 '죽여'라는 말과 폭력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촛불 집회를 막는 경찰들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위 진압을 맡고 있는 경찰들은 막으면서도 뭘 막는지 모를 수 있다"면서 "시위대가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경찰은 불법 도로 점거를 어차피 막아야 할 상황이라 장기간 대치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신경이 더 날카로워 질 것"이라고 했다.

전투경찰로 차출돼 군 복무를 했다는 신 모(남·32세)씨도 경찰의 폭력에 대해 "그들도 그냥 군대를 간 것일 뿐"이라면서 "시위 진압 경험을 쌓다 보면 본능적으로 맞붙어야 할 상황을 느끼게 되고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경찰들은 가차 없이 폭력을 가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데모에 참여한 적도 있다고 밝힌 그는 "기동대 시청각 교육 때 시위대에 끌려가는 경찰을 동료가 잡고 있는 대치상태에서 한 시위자가 쇠파이프로 허리를 가격한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소위 '닭장차(기동대 버스)'에서 쪼그려 자고 밥도 먹고 하는 비참한 생활을 몇 주일 간 하다 보면 남는 건 '악'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상황은 마치 '이성이 상실된 전쟁 상황'과 같다며, 양측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책임은 "방 안에 가스를 채워놓고 불 붙이기를 강요하는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문가는 "촛불집회처럼 양측의 긴장 상황이 장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이성적 판단력이 저하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며 "오랜 긴장상태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 폭발하게 된다면 더 큰 폭력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현장에서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시민들에게 경찰에 대한 도발을 자제해 줄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편, 3일 정부의 고시 관보 게재 연기 발표가 났지만,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이상 촛불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오는 5일 10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더 큰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inews24.com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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