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환! 추억의 TV] <2>하늘을 날던 아톰과 황금박쥐

<2>하늘을 날던 아톰과 황금박쥐

우주소년 아톰. 매일신문DB
우주소년 아톰. 매일신문DB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TV로 애니메이션 중에선 '철인28호'와 함께 '우주소년 아톰'도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국산 TV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건 1980년대 후반이니까요. 1988년부터 KBS에서 방송된 '달려라 하니'가 첫 사례입니다.

'우주소년 아톰'의 일본 원제는 '철완 아톰', 미국에 소개될 때 이름은 'Astro Boy'(우주소년)인데요. 두 이름을 합친 게 바로 한국판 제목인 셈입니다.

일본에선 1963년 1월 1일 첫 방송됐고, 한국엔 1970년부터 지금은 사라진 동양방송에서 보여줬습니다.

우주소년 아톰 1963년 원작. 영상 캡처
우주소년 아톰 1963년 원작. 영상 캡처
우주소년 아톰 1963년 원작. 영상 캡처
우주소년 아톰 1963년 원작. 영상 캡처

우주소년 아톰도 철인28호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지난해 일본 NHK TV에서는 아톰을 만든 천재 박사 텐마와 오차노미즈의 젊은 시절을 그린 '아톰 더 비기닝'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춘 '리틀 아스트로보이'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방영될 예정입니다. 미취학 아동이 대상이라 하지만, 아톰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중장년층도 꽤 볼 것 같습니다. 일찍 손주를 보신 분들의 경우, 나란히 앉아 시청하는 풍경도 곳곳에서 나타나겠네요.

2018년 하반기 방영 예정 리틀 아스트로보이 이미지. 테츠카 프로덕션 제공
2018년 하반기 방영 예정 리틀 아스트로보이 이미지. 테츠카 프로덕션 제공

▶'요괴인간' 역시 동양방송에서 틀어줬습니다. 사실 동양방송은 드라마 '아씨'와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쇼쇼쇼'로 유명했습니다만, 아이들에게는 여러 인기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했습니다.

요괴인간은 일본에선 1968년부터 '요괴인간 벰'이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탔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습니다.

요괴인간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지 못했지만 인간이 되고자 악당과 싸우는 벰(어른 남성), 베라(어른 여성), 베로(남자 아이) 등 요괴 3인의 이야기입니다.

요괴인간 주인공 베라, 베로 벰 1968년 원작. 매일신문DB
요괴인간 주인공 베라, 베로 벰 1968년 원작. 매일신문DB

'보기 흉한 그들의 몸 속에는 정의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게 이 만화 주인공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당시 어렸던 저는 처음엔 등장인물들이 그저 공포스러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고, 선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 심오한 작품이었는데, 어릴 적엔 도무지 알아챌 수 없었습니다.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황금박쥐'가 실은 더 유명할텐데요. 동양방송에서 요괴인간에 앞서 1967년부터 틀어줬지요. 금발 소녀 메리가 "도와줘요 황금박쥐!"라며 눈을 감고 기도하면, 어디선가 박쥐들이 나타나 마구 날더니, 망토를 두른 황금박쥐가 '두둥' 등장했습니다. 그런 다음 악당들을 물리치고 메리를 구해줬습니다. 황금박쥐가 왜 메리를 구해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황금박쥐는 고대 아틀란티스 문명의 결정체'라는 설명보다는, '빛나는 해골은 정의의 용사다'라는 주제가 속 한구절이 황금박쥐의 이미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또한 황금박쥐 등장 전 박쥐 떼의 등장은 '첩혈쌍웅'(1989) 등의 홍콩영화로 유명한 오우삼 영화감독에게도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오우삼 감독의 여러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결전 직전 어김 없이 하얀 비둘기(한마리 또는 떼로)가 등장합니다. 황금박쥐와 박쥐들이 원조일 수 있겠네요.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그러고 보니, 요괴인간과 황금박쥐의 주인공들 모두 정의가 콘셉트이고, 다소 흉칙한(요괴, 해골) 모습 역시 공통점입니다. 이런 얘기일 것도 같습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자는 것. 역시나 우리 인간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진 게 아닐까합니다만, 아무튼 어릴 적엔 TV 만화를 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신나기만 했습니다. 실은 그게 정상적인 어린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요. 황금박쥐와 요괴인간 둘 다 한국·일본 합작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파견한 제작자들이 한국의 동양방송 내 동양동화 직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제작도 이뤄진 것이긴 합니다. 이때 양성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로보트 태권V'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에 일조했다고 합니다.

어릴적 봤던 TV 만화는 그땐 그저 행복하기만한 순간이었지만, 이제서야 되돌아보니 한국 TV 애니메이션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셈이군요.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황금박쥐 1967년 원작. 영상 캡처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다음회에 계속>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