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중에 떠 있는 집

삼성미술관 리움, 생존 한국 작가 첫 선택 서도호展

집이 공중에 떠 있다. 그것도 얇은 옥색 천으로 만들어진, 반투명 집이다. 손으로 잡힐 것 같지만 부서질 듯 잡히지 않고, 안과 밖이 있으되 서로 비치는 공간이다.

이것은 작가 서도호를 세계적인 미술가로 만들어준 '집' 시리즈다. 서울 성북동 한옥 본채 모양대로 실크로 바느질해 만들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녹아 있는 공간을 한땀 한땀 재현해 나간 작가의 작품은 세계 미술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생존 한국 미술가로 처음 선택한 작가가 서도호다. 이미 '백남준 이후 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가 서도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외에서 그 명성을 쌓아 나가고 있는 작가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6월 3일까지 열리는 서도호의 전시 '집 속의 집'전에서는 작가가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보여주었던 집 시리즈를 한데 모아 보여준다.

그의 대표작인 '서울 집/서울 집'은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성북동 한옥이다. 이는 조선시대 순조가 민간 생활을 체험하고자 창덕궁 후원에 양반집을 지은 '연경당'을 본떠 만든 집이다. 작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서울이 그리워졌다. 한옥에서 살았던 독특한 경험과 건축적 특징, 그 정서까지 이 작품에 담아, 벽이면서 벽 너머 공간이 보이고, 방에서 바깥의 자연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실물 크기대로 배관과 화장실, 부엌까지 오밀조밀하게 만들어 놓은 반투명 집 속에 들어가면,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2층 전시장에는 집에 대한 한층 복합적인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집 속의 집'. 미국의 집 안에 한옥을 넣는가 하면, 미국 집에 한옥이 별똥별처럼 날아와 부딪친 모습을 보여준 작품도 있다. 이는 미국 유학시절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한옥이 미국 집에 떨어져 부딪친 형태로 표현했다. '집 속의 집-1/11'은 미국 집 안에 자리 잡은 한옥을 통해 점차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는 상황을 묘사했다.

작가에게 집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자, 개인과 개인이 관계를 맺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문화적 충돌을 늘 경험하고 또 그에 적응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는 뉴욕과 서울 간 거리의 중간 지점인 태평양 한가운데 집을 세우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이러한 구상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집에 관한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 '집 속의 집'은 40여 점의 조각, 영상, 드로잉이 전시되고 있다.

서도호는 8월 14일 시작되는 대구미술관 주제전 '디스로케이션'전에도 출품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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