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옻나무

미식가에겐 인기 높은 봄나물…혈압 높고 피부 민감한 사람은 부작용 주의

현대인들은 건강에 좋다면 불원천리(不遠千里)하여 전국 어디든 찾아간다. 최근에는 먹을거리 동호회도 생겼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옻순을 즐겨 먹는 마니아들도 있다. 옻순은 옻나무에서 나오는 새순이 15~20㎝로 자라는 5월 초순에 채취한다. 미식가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봄나물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옻은 우루시올(urushiol)이라는 성분을 갖고 있어서 옻을 타는 사람이 피부와 접촉하면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킨다. 가려움증과 피부발적이 심해 엄청 고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옻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시사철 먹는다.

예부터 옻의 독성이 미생물이나 벌레를 막아주기 때문에 고급 목공예품인 나전칠기 등 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도료로 사용돼 왔다. 옻의 색깔이 짙어 칠흑(漆黑)이란 단어가 생겼으며, 대구 인근의 칠곡(漆谷)이란 지명도 옻나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옻나무는 칠목(漆木)이라 하며,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20m에 이른다.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인 티베트 및 히말라야 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후풍토에 적합해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 충북 옥천, 경남 함양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옻나무 수액은 6~9월에 채취한다. 줄기와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유즙 같은 회백색의 생칠액(生漆液)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건조하면 암갈색의 건칠(乾漆)이 된다. 옻나무를 잘라서 불에 구워 나무 속의 수액을 채취하는 것을 화칠(火漆)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건칠(乾漆)을 한약재로 주로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건칠(乾漆)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있다. 약성이 강해 경맥의 기혈을 소통시키는 작용이 있어 부녀자의 월경이 없어지고 생리통이 심한 경우, 자궁과 난소의 양성 및 악성 종양에 해당하는 징가(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 등을 치료하는데 이용된다. 수족냉증이나 복부가 냉해서 생기는 딱딱한 덩어리인 적취(積聚)를 없애고, 충(蟲)으로 인한 복통을 치료한다.

징가와 적취의 치료에 주목해 근래에는 옻의 독성을 이용, 각종 암과 류머티스 질환 치료에 임상연구를 하고 있는데 일정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주성분인 우루시올은 전체 함량의 50~75% 정도를 차지하며, 회백색의 생칠(生漆)은 산화효소 라카아제(laccase)에 의해 공기 속의 산소와 결합해 검은빛의 수지가 된다. 우루시올은 피부에 옻이 오르는 원인인 동시에 옻의 여러 가지 유효한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약성을 유지하면서 독성을 제거하는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험적으로 인체 암세포주에 대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활성 능력이 있으며,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꿔주고 종양 절개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암세포의 급속한 증식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옻나무 추출물과 우루시올을 한달 간 장기투여했을 때 간독성지표인 GPT가 급격히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민간에서 옻나무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평소 간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한 복용은 삼가야 한다. 임산부,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피해야 하며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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