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이야기] 버섯

'신의 식품'으로 찬사 얻을 만큼 인체 자연면역력 향상 탁월

지난겨울은 몹시 추웠다. 겨울답게 건조함도 오래 계속됐다. 이런 날씨에 자랄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 그 생명력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터.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1월 말 해발 600m 이상인 강원도 방태산의 생물 종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영하 7℃, 습도 51%의 기후 속에서도 많은 버섯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음이 확인됐다. 생장이 확인된 버섯은 갈색털꽃구름버섯, 줄바늘버섯, 돌기고약버섯, 기계충버섯, 부채버섯, 팽이버섯 등 다양했다. 버섯들은 20㎝가 넘게 쌓인 눈이 기온과 습도를 높여준 덕분에 눈 아래의 낙엽과 고목을 분해하며 활발한 생명활동을 하고 있었다.

버섯의 이 같은 생명력은 인체에 많은 효능을 가져온다. 독버섯을 제외한 대부분의 버섯은 건강과 다이어트에 최적의 식품으로 꼽힌다. 무기질이 채소와 과일 못지않게 풍부한 데다 단백질이 육류처럼 들어 있어 서양에서는 '베지터블 스테이크'(vegetable steak)로도 불린다. 수분이 80% 이상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비타민B, D를 만드는 에르고스테린, 구아닐산 등을 많이 함유해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얼마 전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는 대부분의 버섯이 함유한 베타글루칸이란 면역활성물질이 인체의 자연 면역력을 향상시켜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베타글루칸은 면역증강 기능식품은 물론 항암 전문의약품으로까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버섯은 종류마다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 흔히 먹는 표고버섯은 풍부한 섬유질이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에 효과적이다. 다른 버섯에 비해 비타민B가 많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D와 엽산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도 탁월하다. 느타리버섯은 수분이 90% 이상이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

새송이버섯은 다른 버섯과 차이가 크다. 우선 수분 함량이 적어 다른 버섯에 비해 유통 기간이 길다. 다른 버섯에 없는 비타민 B6가 다량 함유돼 신경 안정과 피부 미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노화, 항암 효과가 있는 비타민C가 느타리버섯보다 7배, 팽이버섯보다 10배 많이 들어 있다.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으면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양송이버섯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위와 장 기능에 도움을 준다. 항암 효과와 함께 기혈 순환에 좋아 손발이 저린 사람이 먹으면 특히 좋다.

버섯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종이 많아 수시로 발견 소식이 들리지만 최근에는 새로 개발하는 품종도 쏟아지고 있다. 꽃송이버섯, 아위버섯, 머쉬마루버섯, 송이마루버섯, 잎새버섯, 잣버섯 등 독특한 효능을 가진 신품종 버섯을 골라 먹으며 건강도 챙기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버섯은 고대로부터 '대지의 음식'이라고 불리며 식용, 약용으로 인기를 누려왔다.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버섯에 '신의 식품'이라는 찬사를 붙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구하기 힘든 버섯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은 수천년 전부터 미식가들에게 진귀한 음식으로 평가받아 버섯 가운데 가장 비싸다. 최고가는 2007년 마카오의 카지노 제왕 스탠리 호가 구입한 송로버섯이 33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상황버섯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지난해 11월 지리산에서 발견된 상황버섯은 뽕나무의 수령이 120년으로 추정되는 데다 작은 크기의 버섯과 합해 무려 5.5㎏에 이르러 감정가만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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