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안도 타다오의 작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작전이 필요하다”는 안도 타다오에게 당신 인생에서 가장 유효했던 작전이 무엇인지 물었다. 열흘 뒤 오사카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그의 건축 철학만큼 간결했다. “가야 할 길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더 어려운 쪽을 선택하는 것이죠.”<br/>

프로필 by 손안나 2023.04.25
Ando Tadao, Bourse de Commerce, 2021. photo by Yuji ONO

Ando Tadao, Bourse de Commerce, 2021. photo by Yuji ONO

“빛의 교회입니다. 저 십자가로 빛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십자가 부분에 유리를 집어넣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신자분들이 유리가 없으면 추워서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죠. 저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추위를 참으세요!’라고 했지만 상대도 안 해주셨어요. 제가 빛의 교회에 전화를 걸면 그분들의 첫마디는 언제나 ‘선생님, 유리는 절대 제거하지 않을 거예요’랍니다. 하지만 말이죠. 저는 언젠가 저 유리를 꼭 없애고 말 거예요.” 지난 3월 31일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안도 타다오-청춘»으로 한국을 찾은 안도 타다오는 건축 강연회에서 ‘빛의 교회’ 전경을 화면에 띄워놓고 이렇게 말했다. 권투 선수가 잽을 날리듯 부지불식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오사카식 유머에 5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적어도 5분에 한 번씩 열 번은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빛의 교회의 유리를 없애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 나 혼자 웃을 타이밍조차 잊어버렸다. 언젠가 나도 빛의 교회를 보고 의심을 품은 적이 있다. 냉난방 시설도 없이 중정으로 외부를 받아들이는 스미요시 주택에 사는 아즈마 부부가 한여름엔 온 집안이 한증막인 탓에 햇빛이 덜 드는 계단가에 나란히 누워서 잠을 청했다는 일화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물이 떨어지기 일쑤였고 결국 사보아의 아들인 로제가 폐렴에 걸려 일 년간 요양원에서 지내야 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던가. 건축은 무엇인가?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줄곧 그에게 묻고 싶었건만 그가 “아름다움을 위해 추위쯤은 참아야지요”라고 당연한 듯 말했으므로 나의 머릿속은 기습펀치에 한 방 얻어맞은 듯 명쾌해졌다.
안도는 데뷔작 스미요시 주택이 줄곧 자기 건축의 원점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으로 스미요시 주택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비평과 비난을 떠안은 문제적 건물이기도 하다. 안도의 건축을 스토아학파에 비유한 비평가 아사다 아키라도 항변한다. “비가 내리면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우산을 쓰고 가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미요시 주택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글자 그대로 엄격한 생활을 강요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사회를 뛰어넘어 자연과 대화할 수 있도록 의도된 것이다.” 말하자면 스미요시 주택은 집주인에게 번거로움을 강요하는 건축가의 이기심이나 심술이 아니며 건축의 기능을 무시하고 예술작품처럼 자기 취향대로 휘두르는 아집의 결과물이 아니다. 안도는 그의 첫 번째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스미요시 주택을 이렇게 회상했다. “건축주 부부에게 완공한 집을 넘길 때 나는 ‘이 집은 보통 집에는 없는 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살기 불편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운 여름에는 옷을 하나 벗고 추운 겨울에는 하나 더 껴입고. 최선을 다해서 생활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했다. 엉뚱한 말이었지만 부부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비롯하여 새 집에 흔쾌히 적응해주었다.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은 집의 매력입니다’ 하고 웃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 건축 설계의 목적이란 합리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쾌적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닫힌 실내에서 숨죽이고 사는 것과 다소 불편하더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생활 중에 어느 쪽이 더 ‘쾌적’할까. 이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일상생활과 가치관의 문제까지 살펴서 궁리한다면 건축의 가능성은 더욱 넓어지며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아름다움을 위해 추위쯤은 참아야” 하는 안도에게 ‘아름다움’이란 자연이자 건축의 가능성이자 곧 그만큼 증폭되는 자유이다. “저는 건축의 본질이 인공과 자연, 개인과 사회, 현재와 과거 등 인간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 간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거리에 자연을 되돌려주는 활동 또한 제게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말, 안도는 세토 내해의 버려진 작은 섬 나오시마를 예술로 재생하는 과업에 착수했다. 베네세하우스,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까지. 나오시마의 건축 예술은 30여 년째 유기체로 진화하고 있고 여전히 안도에게 현재진행형 프로젝트이다. 몇 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고 내장 5개를 적출한 82세의 노건축가는 지금도 하루에 만 보씩 걷고 한 끼 식사를 30분에 걸쳐서 6번 하고 공부도 두 시간씩 하면서 기꺼이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큐멘터리 <Samurai Architect>에서 번뜩이던 그의 눈을 기억한다.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도 기꺼이 참아낼 만한, 어느 건축가의 필사적인 예술관이 그 안에 있었다. “한 단계 위로 가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일을 접는 게 나아요. 저라면 그만둘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해야죠. 죽을 각오로요.” 
 
Ando Tadao, Row House, Sumiyoshi - Azuma House, 1976.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Ando Tadao, Row House, Sumiyoshi - Azuma House, 1976.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안도 타다오-청춘»은 도쿄, 파리, 밀라노 등에 이은 7번째 국제순회전이자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갖는 최초의 전시입니다. 그만큼 누구보다 뮤지엄 산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계실 텐데요. 위치나 동선 등 전시 구성에 어떤 신경을 기울이셨나요? 
말씀하신 대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장인 미술관 자체가 전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전시의 위치 구성도 당연히 미술관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계획했는데요. 뮤지엄 산이 가진 미술관으로서의 특징은 회유성 높은 동선과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브리딩 스페이스(breathing space)의 존재이죠. 이번 전시는 건물을 '정원'으로 보고, 그 정원 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생전 선생님과 막역한 사이였던 도쿄대 명예교수 스즈키 히로유키는 “안도는 가는 곳마다 그곳만의 ‘기억’이 있음을 느낀다”고 평했습니다. 롯코 집합주택에 식물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장소의 기억’을 환기했다면, 뮤지엄 산에서는 원주 땅에서 채집한 돌들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장소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왜 하필 돌이었습니까? 
저는 일본이 '나무의 문화'라면 한국은 '돌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은 건축물의 기단이나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돌담의 풍경입니다. 비교적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라온 한국의 건축 문화가 갖는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이죠.
 
Ando Tadao,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2002. photo by Mitsuo Matsuoka

Ando Tadao,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2002. photo by Mitsuo Matsuoka

5월 말이면 뮤지엄 산 조각공원에 ‘빛의 교회’의 축소 버전인 ‘빛의 공간’이 완공됩니다. 2018년에 만들어진 첫 번째 명상 공간이 관람객을 반구 형태로 부드럽게 감싸는 빛의 공간이라면, 이번 공간은 빛의 대칭성과 그로 인한 긴장감이 특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 공간을 만들면서 원주에 대해 새롭게 추가되거나 수정된 해석이 있습니까? 
이번 ‘빛의 공간’은 풍경과의 관계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면의 공간 본연의 모습을 추구했습니다. ‘공간의 원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죠. 저는 그 주제에 대해 오로지 그곳에 비치는 빛의 모습을 고민하는 것으로 답변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완성된 명상 공간도 마찬가지로 빛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이번에는 주변 환경에서 더욱 분리된 형태로 순수하게 그 주제에 파고들 수 있었어요.
첫 번째 전시실에서 마주친 사진이 이상하게 마음을 울리더군요. 오요도 아틀리에 2 안도 사무소 직원들의 단체 사진이었습니다. 안도 사무소의 직원은 30여 명인데 1970년대부터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건축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스태프가 늘어나지 않으면 1인 업무량이 많을 것 같지만 실은 정반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밀도 높은 일을 해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건축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저는 아틀리에라는 조직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세계 각지에서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팀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 즉 '좋은 건축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공유하는 것이죠. 그 부분을 다잡고, 긍정적인 협업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프런트맨인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Ando Tadao, Punta della Dogana, 2009. photo by Shigeo Ogawa

Ando Tadao, Punta della Dogana, 2009. photo by Shigeo Ogawa

지난 3월 원주에서 열린 건축 강연에서 “저는 즐기고 있습니다. 돈은 클라이언트가 내니까요”라며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언급하셨습니다. 건축주와 관계를 맺는 일에 어떤 직관을 갖고 계십니까? 오모테산도 힐스 주민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이 끝나고 나서 “안도의 말을 듣고 있으면 홀딱 반해서 나도 모르게 찬성하게 된다”고 말한 일화도 있습니다. 
강연에서는 살짝 농담을 섞어서 이야기했지만, 건축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경제 행위이니까요. 만드는 사람이 아무리 창의성을 발휘하려고 해도, 그것을 꽃피울 기회가 없으면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습니다. 토지와 자금을 준비하고 건축을 만들게 하는 클라이언트야말로 건축 창조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결정할 때는 조건보다도,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와의 궁합을 봅니다. 근본적인 가치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사상과 감성을 지녔고, 새로운 건축에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원본 드로잉을 비롯해 건축 도면 수십 점도 선보입니다. 건축가들은 선생님의 건축 도면을 들여다보면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아주 기쁜 이야기입니다. 건축 도면은 우리가 타인에게 '이런 건축을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도면은 건축가의 말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의 감수성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겁니다. 소리 없는 ‘말’을 캐치해주신 것이니까요.
 
Ando Tadao, Shanghai Poly Theater, 2014. photo by Shigeo Ogawa

Ando Tadao, Shanghai Poly Theater, 2014. photo by Shigeo Ogawa

젊은 건축가였던 선생님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생님만의 탁월함도 있지만, 지진이 잦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상 목조 주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건축주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인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어떤 기회가 있다고 보십니까? 
건축은 사회적 산물이니, 시대도 사회 상황도 다른 50년 전의 일본과 현재의 한국을 비교하기는 어렵겠지요.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달려 나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것, 그리고 그 역경이 때때로 커다란 창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바람의 교회, 기도사키 주택 등 선생님의 건축은 복잡한 진입 시퀀스가 특징입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한 동양 건축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뮤지엄 산이나 푼타 델라 도가나 같은 넓은 공간에서도 여전히 이런 시퀀스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건축의 스케일이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축 설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요. 그 크기에 걸맞은 비례와 건축 언어가 필요한데, 작은 것을 그냥 크게 만든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척이나 본질적이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다만 그것을 체험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큰 건축이든 작은 건축이든 똑같으니까요. 자연과의 공생이라든가 빛에 의한 공간의 느낌이라든가, 그러한 근본적인 가치관은 큰 건물에든 작은 건물에든 일관된 것이죠.
노출 콘크리트는 쾰른성당, 파르테논신전, 피라미드처럼 구조체가 곧 마감재라는 점에서 감동적입니다. 선생님은 줄곧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라서 노출 콘크리트를 선택했다고 밝혀왔습니다. 실용성의 이유를 차치하고 노출 콘크리트에서 어떤 ‘미학’을 발견하십니까? 
장식이 없고 소재감이 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의 표면은 말하자면 새하얀 캔버스와 같습니다. 그곳에 자연의 빛이 비추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음영이 그려지지요. 그 자연의 숨결이 공간에 부여하는 생명감이야말로 노출 콘크리트의 ‘미학’입니다.
건축이 다른 예술과 구분되는 특별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굳이 말하자면, 건축에는 반드시 클라이언트가 있다는 점일까요. 클라이언트는 곧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Ando Tadao, Benesse House Museum / Oval, Naoshima, 1992 / 1995. photo by Mitsuo Matsuoka

Ando Tadao, Benesse House Museum / Oval, Naoshima, 1992 / 1995. photo by Mitsuo Matsuoka

작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안도 튜브’는 선생님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입니다. 2014년 상하이 폴리대극장부터 시작되었고 거슬러 오르면 1994년 바실리카 팔라디아나 전시에서 제시한 아이디어였죠.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때의 아이디어는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수정되었나요? 
옛날 일까지 다 알고 계시네요! 말씀하신 대로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거기에 뒤쫓아가듯 건축 디자인이 소비되는 풍조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축의 역할은 시간의 기억을 새기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긴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특히 저는 시대의 유행 같은 것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보다도 30년 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건축 아이디어를 30년 후에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일이 제 성격에 잘 맞아요.
“아이를 낳아서 돌보듯 건축물을 만드는 에너지를 건축을 돌보고 기르는 일에 쏟아야 한다”고 자주 강조하십니다. 건축을 돌보고 기르는 일이 단순히 건축을 유지보수하고 증축하는 데에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건축을 잘 ‘육아’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건축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이겠지요. 그러면서 어디 상한 곳은 없는지, 더러워진 곳은 없는지,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게 됩니다. 필요하다면 보수를 하고요. 건축도 인간과 같아서 정성껏 손질하면 아름답게 나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세월에 따른 변화가 ‘노화’가 아닌 ‘성장’이 되고, 때로는 ‘증식’이라는 창조적 기회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권투 선수 출신의 청년 안도 타다오는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만난 뒤로 인생이 뒤바뀌었습니다. 실제로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기 위해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미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뒤였죠. 만약 1965년 24살의 선생님이 한 달 일찍 파리에 도착해서 르 코르뷔지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싶으셨나요? 혹은 그에게 여전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만일 르 코르뷔지에를 만났다면 흥분해서 “아틀리에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말했을 겁니다. 그래도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덕분에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이 문제를 코르뷔지에라면 어떻게 해결했을지… 저 혼자 코르뷔지에와의 마음속 대화를 답이 나오지 않는 채로 계속 이어오고 있으니까요.
 
Ando Tadao, Chichu Art Museum, Naoshima, 2004. photo by Mitsumasa Fujitsuka

Ando Tadao, Chichu Art Museum, Naoshima, 2004. photo by Mitsumasa Fujitsuka

원주 강연에서 선생님은 “성공한 사람들은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미야케 리이치의 <안도 다다오, 건축을 살다>에 따르면, 선생님은 최근 우크라이나 출신 프로 복서 바실 로마첸코를 자주 언급하신다죠. 로마첸코는 파워 펀처는 아니지만 현란한 풋워크와 빠른 핸드 스피드로 상대방의 투지를 꺾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TKO가 매우 많죠. 건축가가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필연적으로 세상과 싸우고 방어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선생님의 방어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굳이 고르자면 저는 방어보다는 공격이 특기인 사람이고 저의 가족이나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스태프가 제 뒤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 한정해서 대답하자면, 어떤 상황에 빠지더라도 원점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근간만 확고하다면 시합은 어떻게든 되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원주 강연에서 선생님은 “누구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작전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삶에서 가장 유효했던 작전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야 할 길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더 어려운 쪽을 고르는 것이죠.
 
 
※ «안도 타다오-청춘»은 뮤지엄 산에서 4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린다.
 
 
손안나는 <바자>의 피처 디렉터다. 브루스 나우만의 회고전을 보기 위해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에 방문했다가 중앙 천창에서 내리쬐는 빛의 시간성을 목도하고 안도 타다오의 건축 예술에 매료되었다.

Credit

  • 손안나
  • 사진뮤지엄 산
  • 디지털 디자인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