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안도 다다오의 도전

“영원히 살아 있을 건축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실체나 형태 자체가 아닌,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기억으로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굳은 의지와 바람이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공간에서 다시금 살아난다.

프로필 by BAZAAR 2019.05.15

Armani Teatro 2001 - Courtesy of Giorgio Armani

<더 챌린지(The Challenge)>라는 전시 제목은 완전하게 당신과 부합되는 듯 보인다. 대형 회고전에 이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당신에게 도전은 무엇을 의미하나?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건축물을 만들어왔다. 개인의 주거지를 디자인하면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 더 큰 상업적인 커뮤니티 시설을 디자인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일의 규모가 점차적으로 커지며 문화적 상징을 지닌 빌딩을 디자인할 기회가 계속 이어졌다. 내가 디자인하는 작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건축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창작할 때면 건축물에 어우러질 수 있는 테마를 떠올리려 노력한다. 나에게 있어 전반적인 디자인 과정은 항상 도전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도전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는 이러한 반복적인 일이, 곧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 작업과 그 과정을 전시함으로써 내가 이룬 과거의 성취와 이루게 될 미래의 노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의 방대한 작업을 정리하면서 어떤 기준과 목적을 두었나?

각종 스케치와 블루프린트 원본, 영상 설치물, 기술 도면, 여행 일지 및 직접 찍은 사진들까지 50여 개의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것들은 약 반세기에 걸친 내 작업의 발자취, 현재와 미래의 프로젝트 등 다양하고 창조적인 도전의 결과다. 여러 그림과 모델이 내 건축의 본질을 이루는 네 가지 주요 모티프로 전시된다. 전시 테마는 ‘공간의 원초적인 형태/ 어번 챌린지(Urban Challenges)/ 풍경의 기원/ 역사와의 대화’이다. 이 네 카테고리가 건축에 있어서 내 커리어의 성장을 뜻한다.

 

Drawing of Armani Teatro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아르마니 박물관(Armani/Silos) 역시 패션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공간인데, <더 챌린지>는 이 공간에서 열리는 최초의 건축 전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우연히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내 전시를 보러 왔다. 그 자리에서 바로 같은 전시를 아르마니 박물관에서 열기로 했다. 아르마니 극장(Armani/Teatro)을 작업한 지 약 20년이 지났지만, 그를 다시 만나자 곧바로 그의 제안을 승낙하고 전시를 옮기게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다.

스토리라인은 같지만 공간에 의해 달라지는 점이 있을 것이다. 아르마니 박물관 역시 자연적 요소가 풍부한 곳이다.

같은 전시이지만 공간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다르게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도 그렇지만 국제가구박람회(Salone del Mobile)라는 프로젝트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수나 높이 같은 건축적인 요소와 빛을 통합해 건축물을 만든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빛에 관하여 당신이 느낀 가장 강렬한 경험은 무엇인가?

로마의 판테온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햇빛이 43m가량 되는 반구형 돔 위 8.3m 너비 정도 되는 원형 구멍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처음 그 공간을 접했을 때, 인간으로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빛은 삶을 아우른다. 이 경험은 내 인생에 무척 큰 영향을 끼쳤다.

 

Model of Bourse de Commerce (in progress), Paris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나에게 있어 전반적인 디자인 과정은 항상 도전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도전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는 이러한 반복적인 일이, 곧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치장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옷이나 머리 모양을 고수한다고 알고 있다. 본인의 패션과 관계없이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해 말한다면?

아르마니와의 첫 번째 협업은 아르마니 극장이었다. 1998년 초, 그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그는 밀라노 외곽의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1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패션 업계의 선두주자에게서 이러한 요청을 받은 것 자체가 매우 영광이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01년 완성되었다. 빌딩이 완성되었을 당시 미국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테러를 당했다. 이 사건 이후 많은 미국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할 공간을 잃었을 때, 아르마니는 극장을 그들이 사용하도록 내어주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패션에 유능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관대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그의 본사 건물을 개조하고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한 적도 있었다. 지난 기간 동안 아르마니와 했던 협업은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소재, 색, 형태에 있어 진정 탁월한 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일에 명예를 걸고 하며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디자이너는 세상에 다신 없을 것이다.

당신은 경험을 소중히 하고 모험이 특기인 사람이다. 앞으로 결정된 일들이나 계획을 듣고 싶다.

매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건축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곤 했다. 오늘날까지도 건축물을 창조하면서 부딪히는 장애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Fort Worth, 2002 - photo by Mitsuo Matsuoka

 

 

※ <더 챌린지>는 밀라노 베르고뇨네 가에 위치한 아르마니 박물관(Armani/Silos)에서 7월 28일까지 열린다.

Credit

  • 에디터|박 의령
  • 사진|Giorg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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