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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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쌀까 싶어 재래시장으로 왔어요. 그런데도 사과 한 개에 5000원이네요."

지난달 31일 시부모 제사를 지낸 정모씨는 "백화점에서는 사과 한 개에 1만5000원이어서 도무지 살 엄두가 나지 않더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생전에 과일을 좋아한 시부모님을 위해 제삿상에 올릴 사과나 딸기는 좋은 물건을 사는데 올해는 과일값이 유독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정에는 가격이 더 뛸 것 같아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는) 온누리상품권을 미리 사두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2월9일)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차례상에 오르는 국산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사과의 경우 지난해 기상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에 그야말로 '金(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3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을 보면 이날 사과 후지 상품 10개의 소매 가격은 2만9593원으로 1년 전(2만1858원)보다 35.4% 뛰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중 최고·최저 값을 제외한 3년 평균 가격인 평년 수준(2만1971원)과 비교해도 34.7% 높은 수준. 서울의 한 유통 채널에서는 10개 기준 4만4500원에 내놓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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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뿐만이 아니다. 배 가격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올랐다. 신고 배 상품 10개의 소매 가격은 3만3355원으로 1년 전(2만9457원)보다 29.9% 높이. 최근 한 달 사이 두자릿수(13.2%) 오르는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일제히 뛴 것은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때문이 크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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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전년(2022년) 56만6041t보다 30.3% 줄었다. 수확 가능한 성과수 재배 면적이 2만4867ha로 4.2% 줄어들었고, 10a당 생산량마저 27.3% 급감한 1598kg을 기록했다.

농촌 고령화로 문을 닫은 노후 과수원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수확을 두 달여 앞둔 7~8월 비가 자주 와 생육이 부진했다. 병충해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었으며 일조량이 부족해 품질도 좋지 않은 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착색이 불량하고 (일부 지역은) 우박 피해로 외관이 좋지 않은 등의 품질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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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물량도 줄었다. 지난달 기준 2023년산 사과 저장량은 전년(29만2000t)보다 30.6% 감소한 20만2700t, 배 저장량 역시 31.1% 줄어든 8만8100t 수준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로 설 선물세트 인기 품목인 사과, 배 가격은 설 명절을 앞두고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사과나 배의 대체 수요가 몰린 감귤, 딸기 가격 역시 동반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수급 안정을 위해 계약 재배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사과 비정형과와 소형과 출하 지원도 지속할 방침.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사과·배·감귤에 대한 할인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수입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하는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