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오일 활용…의료기기 시장 도전"
“편백나무에서 나온 오일로 의료기기를 만들어 관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겠습니다.”

박상호 사천편백림 대표(55·사진)는 선친에 이어 편백 숲에서 나온 오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천편백림은 박 대표의 부친인 고(故) 박재석 씨가 1970년부터 사천시 축동면 11만9000㎡(3만6000평)에 40여 년간 단 한 번도 농약을 살포하지 않고 친환경 기술로 조성한 숲이다. 이곳에는 편백나무만 1만4000여 그루가 심겨 있다. 잘 가꾼 숲이지만, 2010년 부친이 작고한 뒤로는 5년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골퍼인 박 대표가 주로 해외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15년 프로골퍼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몇 달간 거의 밤을 새우며 편백나무를 공부했다고 했다. ‘숲을 팔아버릴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평생 숲을 가꾸며 고생하신 아버지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국내 편백나무 시장이 열악한 면도 있었다. 전국 몇 군데에 편백나무숲이 있지만 대부분 편백가구 제품 정도만 생산하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특허받은 편백나무 오일 추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휘발성이 큰 피톤치드를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당일 벤 나무에서만 오일을 추출한다. 사천편백림의 편백오일은 항염·항균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보리덤’이란 브랜드로 편백나무 오일을 함유한 샴푸, 보디워시, 보디로션, 선크림, 치약 등의 상품을 만들어 임업 고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해 중국 미국 베트남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박 대표는 의료기기 시장도 개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편백나무의 뛰어난 항염·항균 물질을 활용해 내년에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창상피복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클린룸 시설(GMP)과 의료기기 품질 경영시스템 ISO13485 인증을 획득했다. 주변 병원, 대학들과 협업해 조만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공헌도 지속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사천편백림을 주말에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산책로 4㎞와 아이들 체험장(33㎡ 규모) 7곳을 꾸몄다. 박 대표는 “내년에 암환자를 위한 민간 치유의 숲도 완공한다”며 “‘인간에게 최선의 치유는 자연’이라는 선친의 말씀을 잇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천=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