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교 디자이너 "300번 떨어져도 도전, 또 도전…팔뚝 실리콘밸리 지도가 그 증거"
김영교 리프트(Lyft)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사진)의 팔뚝엔 문신이 있다. 실리콘밸리 지도다. 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그에게 고향도 아니고, 외국 지도를 피부에 새긴 이유를 물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제 보물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왜 보물섬일까. 김 디자이너는 “일하면서 얻었던 성취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술대를 나온 김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비영리단체, 기업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6개월간 300여 곳에서 쓴맛을 봤다. 인턴 인터뷰 중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쳤다. 포기를 생각할 때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질로우(Zillow)’에서 인턴 자리를 얻었다.

실패의 경험이 쌓인 만큼 기회는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는 분, 초 단위 계획을 짜서 하루를 보냈다. 3개월짜리 인턴은 두 번이나 연장됐고, 이때 얻은 성취는 다른 인턴 기회를 잡는 발판이 됐다. 그렇게 8년, 김 디자이너는 미국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의 자율주행팀 책임급 디자이너까지 올라왔다. 그는 “성취감은 일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고통과 스트레스를 다 이긴다”며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몸에 경험을 새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신을 보니 지도 곳곳에 보물을 표시한 것처럼 ‘X’ 표시가 몇 개 보였다. 그가 인턴, 정직원을 했던 실리콘밸리 회사 위치였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영어 실력이 발목을 잡았다. 김 디자이너는 “영어 연기학원을 다니고 프레젠테이션이 잡히면 2주 전부터 벽에 청중 사진을 붙여 놓고 연습했다”며 비결을 전했다.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론 ‘자부심’을 꼽았다. 김 디자이너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인의식이 생겼다”며 “그래야 개인이 빛날 수 있고, 더 좋은 회사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겸손도 강조했다. “미국에선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겸손해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이 다 알아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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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디자이너는 실리콘밸리 취업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일단 무조건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인은 완벽한 준비가 안 되면 도전을 꺼린다”며 “그것보단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리콘밸리에서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