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기아 복사 트럭으로 친근

과거의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 기업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승용차보다 많은 기술을 요구하는 상용차는 더욱 그랬다. 정부의 산업 개발과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한 1970년대만 해도의 상용차는 사실상 외제차들만의 무대였다.

기아 복사도 대표적인 해외 기업의 라이센스 생산 제품이었다. 복사의 원형 제품은 마쓰다 복서로, 1969년 10월 처음 등장했다. 복서는 급증하는 중형 트럭 수요와 일본의 수송 근대화에 따라 개발됐다. 차 이름은 독일의 견종에서 유래했다. 투견으로 유명한 복서는 싸울 때의 모습이 권투선수 같아서 생긴 이름이었다. 마쓰다의 복서와 기아의 복사의 영어 표기(Boxer)는 같다.

이 트럭을 아시나요?⑥-마쓰다 복서

이 트럭을 아시나요?⑥-마쓰다 복서

마쓰다는 안전성, 편의성, 경제성을 테마로 복서를 개발했다. 복서의 외관은 양쪽 헤드램프 위에 자리한 사각 창이 특징이다. '코너 윈도우'라 불린 이 창은 전면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야각이 좁아 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돌출된 앞바퀴의 휠 커버도 특징이었다. 휠의 볼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휠 커버는 승하차 시 발판으로도 활용 가능했다.

실내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일본차의 특성상 단출했다. 7:3 비율로 나뉜 좌석은 뒤편에 공간이 존재하지만 별도의 침대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좌석을 완전히 눕히면 꽤 넓은 면적의 평탄화가 가능했다.

이 트럭을 아시나요?⑥-마쓰다 복서

차체는 'ㄷ'자형 2중 프레임을 채택해 고중량에 대응했다. 덕분에 덤프, 견인 등의 특장을 추가하더라도 적재량 손실이 적었다. 캡은 틸팅 시 안전성을 위해서 이중 잠금장치를 사용했다. 섀시는 파워 스티어링 휠과 드럼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했으며 뒷바퀴엔 8겹 이상의 리프 스프링을 장착했다.

동력계는 직렬 6기통 3.8ℓ 디젤의 YA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110마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영국의 디젤 엔진 제조사인 퍼킨스와 공동 개발했다. 엔진에는 배기 브레이크도 마련해 제동력과 브레이크 내구성을 확보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을 맞물렸다. 그러나 출력부족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이 이어졌다. 1973년, 마쓰다는 최고 115마력의 4.1ℓ ZB 엔진을 얹은 4.5t 복서를 선보였다. 이후 1975년에는 145마력 5.5ℓ의 ZC 엔진을 장착해 힘을 더 키웠다. 하지만 '배출가스 규제'라는 시대 흐름과 중형 트럭 시장의 쇠퇴를 거스르지 못하고 1980년, 타이탄에 제 자리를 물려주며 단종을 맞게 된다.

그러나 마쓰다와 돈독한 관계였던 국내의 기아산업은 복사의 명맥을 이어갔다. 1962년 마쓰다의 3륜 화물차를 도입하던 기아는 1971년부터 소하리 공장에서 복사를 라이센스 생산했다. 1976년, 기아산업이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자 복사의 생산 기지를 광주로 옮기고 생산을 맡겼다.

복사는 국내에서 군용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험로 주파를 위해 지상고를 높이고 휠베이스를 줄인 군용 복사는 'K300'이란 이름으로 활약했다. 군은 당초 예비군을 위해 복사를 도입했지만 현역의 요구가 적지 않아 복사의 보급을 확대했다. 민수용은 1993년 단종했지만 군용은 2000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재 기아 복사는 5,367대(2021년 5월 기준)가 국내에 등록돼 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