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 카이카이 키키 단체전 '치유'
경계를 허문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술세계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는 만화에 뿌리를 둔 특유의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일찌감치 작품 가격이 100억원을 돌파해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비싼 작가'로 통하는 그는 특정 분야에 깊이 빠진 마니아를 뜻하는 '오타쿠'들의 문화를 예술에 접목했다.

일본 전통미술과 대중미술 사이를 오가는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슈퍼플랫(Superflat)'이다.

과거와 현재, 독창적인 것과 모방적인 것, 고급과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다.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페로탱 서울에서 개막한 단체전 '치유'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다.

무라카미 다카시를 비롯해 카이카이 키키 소속 작가인 미스터, 매드사키, 텐가원, 렁 카싱, 타카노 아야, 아오시마 치호, 쿠라야 에미 등 10여명의 작품 총 39점을 소개한다.

일본어로 카이카이는 '괴상함(怪)'을, 키키는 '기이함(奇)'을 뜻한다.

무라카미는 2001년 카이카이 키키 스튜디오를 설립해 신진 작가를 육성하고 아트 상품과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무라카미 작품은 5점이 전시된다.

입구에 걸린 신작 'A Half-open Eye'와 'I Stared with an Eye Peeled'는 눈동자를 소재로 한 회화다.

도라에몽 캐릭터가 등장하고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스마일리'를 비튼 작품도 있다.

무라카미의 뒤를 이어 슈퍼플랫 세계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미스터는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게임에 나올법한 여자아이의 얼굴을 그린다.

자칭 진정한 오타쿠인 그는 애니메이션 표현방식으로는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을 뒤집어왔다.

신세대 작가 쿠라야 에미와 오비 역시 만화 같은 형체와 과도하게 확장된 머리와 눈 등으로 그 족적을 따른다.

슈퍼플랫은 일본 현대 도예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라카미가 '급진적 예술가'라고 칭하는 무라타 신, 우에다 유지와 오타니 워크숍 등은 장인의 전통적 방식으로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도자기를 만든다.

경계를 허문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술세계
무라카미 다카시는 "오늘날 우리는 서구 미술사가 구축한 예술이라는 정의를 따라가지만, 동양에는 우리만의 역사가 있다"라며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이 두 개 문화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예술에 대한 편견과 경계를 지우려는 흐름을 살펴본다.

9월 4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