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 촛불만큼 시민의식도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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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만 촛불만큼 시민의식도 ‘반짝반짝’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11.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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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에도 폭력시위 변질 안돼…“비폭력” 한 목소리
각목·물대포 등 전무…연행자 수 23명, 이전 대규모 집회比↓

[사회=광주타임즈]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돌발 행동을 할 때마다 터져 나온 시민들의 집단 자제력은 '한국 = 폭력시위'라는 그간의 이미지를 한 방에 불식시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표출이었다.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및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촉구 집회는 군중 시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사례였다.

특정세력의 개입이나 지휘 없이 '순수한 분노'로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모여도 성숙한 의식만 깔려있다면 얼마든지 평화집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백남기투쟁본부·민주노총 등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밝힌 예상 집회참가 인원은 최소 50만명, 최대 100만명이었다.

이날은 기준만 다를 뿐 사실 집회 시작 전부터 역대 최다 참가자 기록을 세웠다.

본 집회가 열리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3시10분께 경찰이 밝힌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에 모인 시민 수는 11만7000여명이다.

이날 전까지 단일집회 최다 기록이었던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집회 당시 참가자 수는 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이다.

경찰 추산 기준으로 이미 광우병 집회의 인원을 사전집회 때부터 넘어선 것이다.

오후 4시 본 집회와 5시 청와대 방향 행진 시작 후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6시30분 85만명, 7시30분 100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군중이 '국정농단 파문'이라는 충격과 분노를 안고 특정 공간에 집결했지만 폭력시위로 변질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본 집회에서 문화제, 자유발언 등에 박수를 치고 행진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쳤을 뿐 이렇다 할 몸싸움조차 일으키지 않았다.

경찰 역시 행진에서 일부 시민이 원활한 이동을 위해 우회로를 택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신고한 경로대로 가달라"고 방송만 할 뿐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옥의 티'는 있었다.

시위대는 주최 측이 신고한 4개 경로(▲서울광장→서소문로→서대문역교차로→서울지방경찰청 앞→경복궁역 교차로 ▲서울광장→을지로입구역→종각 →안국동사거리→경복궁역 교차로 ▲서울광장→덕수궁돌담길→새문안로5길→정부종합청사교차로→경복궁역 교차로 ▲서울광장→한국은행교차로→청계천2가 교차로→안국역교차로→경복궁역 교차로)에 따라 행진을 한 후 오후 6시30분을 전후해 각 종착지인 경복국역 교차로(내자동 로터리)에 도착했다.

이 곳은 청와대에서 불과 1㎞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으로, 여기서 경찰은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내자동 로터리 청와대 방향 진입로를 차벽으로 막았다.

이에 흥분한 일부 참가자들은 "열어라" "비켜라" 등을 외치며 방패벽을 치고 있던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차벽 위에 올라가 끌어내리려는 의경과 몸싸움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등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해산명령불응·공무집행방해)로 남성 23명이 연행됐다.

하지만 이같이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도 진정에 나선 건 같은 집회참가자들이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거나 의경 대원의 방패를 뺏을 때 "내려와" "하지마" "돌려줘" "비폭력"을 외쳤다.

연행자 수도 사상 최다 참가자가 모인 집회였음에도 이전보다 줄었다.

고(故) 백남기(향년 70세)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주최 측 추산 13만명) 당시에는 현장에서 검거된 연행자가 49명이었고, 경찰은 이 중 8명에 대해서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손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세월호 1주기 집회, 광우병 집회 등 이전의 대규모 집회에서 등장했던 쇠파이프, 밧줄, 각목, 경찰 물대포 등도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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