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트고 야물게 익어가고… 아이들은 보리를 닮았다
(::보리밭은 재미있다 / 이상권 글, 김병하 그림 / 길벗어린이::)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제목 그대로 정말 재미있다. 우리 그림책 출판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세밀화 그림책들은 생명, 자연, 소박한 삶이라는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의 감성과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를 보여왔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세밀화로 그린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자연의 풍경, 생명의 순환, 소박한 삶의 풍경들을 세밀하고, 잔잔하게 전하면서도 도심속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과 눈까지 잡아끄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림책은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보리밟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싹이 자라고, 꽃이 피고, 이삭이 여물고, 보리 타작을 한 뒤 빈 밭이 되기까지의 농촌의 풍경을 시간 순서대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줄거리, 비슷한 정보를 담아낸 그림책이 이미 시중에 몇권 나와 있다.
하지만 ‘보리밭은 재미있다’가 또 한 권의 고만 고만한 책을 보태는 것을 넘어서는 지점은 보리가 자라나는 과정 자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그 속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마음과 즐거운 놀이에 무게를 둔 것이다.
꼬마 남자아이의 눈으로 본 풍경이 서술돼 풀려나가는 그림책에서 아이는 보리를 밟으러 가는 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할 수 없어 투덜대다가도 보리밭위에 나란히 발자국이 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이어 아이들은 자라나는 보리밭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보리밭에 누워 곤충이름 대기, 풀이름 대기, 구름이름 짓기를 한다.
보리밭 속에서 꿩 둥지를 발견해 꿩이 새끼를 낳으면 새끼를 집에서 키워보겠다며 매일매일 알을 지켜보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야단맞은 날엔 보리밭 옆에 앉아 울면서 마음을 달랜다. 보리이삭을 구워먹기도 하고, 깜부기로 좋아하는 영숙이 얼굴을 문지르고 도망치면서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애에게 왜 장난을 치고 싶을까”라는 깜찍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보리가 누렇게 익을수록 장난치고 싶은 마음은 더해져, 거칠거칠한 보리이삭을 친구 바지춤에 넣고, 친구가보리이삭을 뜯어내기 위해 바지를 벗어내리면 “얼레 꼴레 고추 보인대요”라며 놀려댄다. 그리고 보리타작을 하는 날엔 힘든 일 때문에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쌓아놓은 보릿대 속에 굴을 만들고 들어가 혼자만의 방을 만들고 앉아 위안을 얻는다.
소꿉놀이, 자기집 만들기, 숨바꼭질, 곤충이름대기 등과 같은 놀이와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대하는 묘한 마음, 엄마 아빠에게 혼난 아이의 심정 등은 보리밭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도 매일 매일 접하는 놀이며 생활속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이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도 책속 이야기를 마치 자기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고, 책장을 넘기면서 놀이터로 뛰어나가, 컴퓨터나 텔레비전없이 할 수 있는 놀이를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것이다.
한편 여러권의 동화책과 생활사 박물관 같은 정보책을 통해 부드럽고 세밀한 필치로 사실적인 묘사를 주로 보여왔던 김병하씨의 세밀화는 넘실대는 푸른 보리물결, 보리밭 주변의 나비와 흑염소, 그리고 신나게 뛰어노는 개구쟁이들의 재미있는 표정 등을 세심하게 살려냈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kr
--- 문화일보 (2004년 4월 1일)
◆보리밭은 재미있다(이상권 글, 김병하 그림, 길벗어린이 刊, 7,800원)=보리밟기, 보리밭 나물 캐기, 보릿국, 꿩알 줍기, 보리 서리 등 어린 시절 보리밭에 얽힌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가득 담았다. 보리밭 풍경, 갖가지 풀과 동물, 아이들의 동작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 강원일보 (2004년 4월 3일)
아이들은 고사하고 이젠 웬만한 어른들도 보리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가 십상이다.대체 보리밭이 어떤 것이기에 지은이는 이렇듯 단정적으로 재미있다고 했을까? 호기심에 첫장을 넘기다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이른 봄,보리밭은 가족들의 기차놀이터가 된다.막 돋아난 보리싹이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한줄로 서서 보리를 밟다 보면 마치 기차놀이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어린 보리싹을 따서 된장을 풀어 끓이는 보릿국은 또 얼마나 향긋한가.그뿐이 아니다.숨바꼭질할 때도 보리밭은 그만이다.뛰놀다 배고프면 설익은 보리 이삭을 불에 구워 허기를 채울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터인가.
봄부터 여름,가을을 거쳐 겨울에 이르는 사계절의 보리밭 풍경을 꼼꼼한 세밀화로 그린 화가의 정성이 책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었다.컴퓨터 게임기가 없으면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만한 책이다.5세 이상.7800원. 이순녀기자
--- 서울신문 (2004년 4월 3일)
신나게 보리밟다 향긋한 보릿국 먹고
꿩둥지도 찾고 이삭 구워 군것질…내맘속 늘 푸른 놀이터 보리밭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얼핏 틀린 문장처럼 보인다. 주어와 술어의 결합도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니와, 보리밭이란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치 고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인 까닭이다. 하지만 <보리밭은 재미있다>에 그려진 옛 농촌 아이들에게 그 문장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동무들과 어울려 밭고랑 사이 꿩 둥지를 뒤지고, 보리이삭도 구워서 나눠먹을 수 있는 보리밭보다 재미있는 게 어디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보리 싹이 움터 오를 무렵이면,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보리밟기를 한다. 때늦은 눈이 내려도 눈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게 화나지만, 한 줄로 서서 보리밭을 밟다보면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 보리를 캐다가 끓인 보릿국에 밥을 말아먹다보면 보리의 어린 순이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향긋하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하얀 별꽃이 피면 보리밭은 꽃밭이 된다. 아이들은 우거진 보리밭에서 꿩 둥지를 엿보는 재미로 밭고랑을 기어 다닌다. 며칠쯤 지나 둥지에 가보면 꿩알 껍질만 뒹굴고 있고, 어미 꿩을 따라 달아난 새끼 꿩들은 귀신 같이 숨어버린다. 어쩌다 부모님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날 보리밭에 앉아 혼자 보리피리를 불고 있으면, 소금쟁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온 할머니가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
마른 검불이나 나뭇가지에 불을 피워 알이 통통하게 밴 보리를 구워먹거나 병에 걸려 까맣게 된 깜부기를 좋아하는 여자애의 얼굴에 문지르는 장난을 치다보면,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보리타작하는 날이 다가온다. 보리타작을 하느라 마을 하늘 가득 뿜어져 나오는 먼지와 까끄라기 탓에 온몸이 가렵고 쓰리다. 하지만 탈곡기에서 뿜어져 나온 보릿대를 쌓고, 그 속에서 뒹굴다 보면 절로 신이 난다.
보리밭이 휑하니 비게 되게 되면, 공놀이나 자치기가 시들해진 아이 하나가 밭 한쪽에 쌓인 보릿대 굴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는다. 어른들은 빈 밭을 보면서도 놀고 싶지 않은지 자꾸만 빈 밭을 갈아엎으려고만 한다. 그래도 보릿대 굴이 있기에 내년까지 참을 수 있다. 아이는 “다시 보리 싹이 날 때까지, 여기서 푸르른 보리밭을 마음껏 상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는 넘실대는 푸른 보리물결, 보리밭 주변에서 뛰어노는 개구쟁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해찰을 부리는 누렁이·호랑나비·흑염소의 모습을 꼼꼼하게 담은 그림이 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취학전. 이상권 글, 김병하 그림. -길벗어린이/7800원.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 한겨레 (2004년 4월 5일)
보리밭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보리밭은 재미있다(이상권 글·김병하 그림·길벗어린이·7800원)=보리밭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은 책. 자연 속에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봄이 되면 보리밭에는 온갖 들풀들이 함께 자라나 여기저기 나물밭으로 변하기도 한다. 다른 봄나물보다 보리 어린 싹을 따서 된장을 풀어 보릿국을 끓이면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음식이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하얀 별꽃이 지천으로 피면서 보리밭은 어느새 꽃밭으로 변한다. 우거진 보리밭 사이로 꿩이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으면 이때부터 아이들은 꿩알을 주우러 보리밭을 기어 다닌다. 그 때 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 국제신문 (2004년 4월 6일)
활짝 핀 봄, 밖으로 나가자
초등학교 교정이 온통 봄꽃 향기로 가득하다. 황사와 꽃샘추위를 견뎌낸 교정에 ‘봄의 전령’ 산수유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목련꽃·진달래꽃이 꽃대궐을 이루며 꽃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담벼락에 개나리와 벚꽃이 물감을 잔뜩 풀어놓을 때면,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야외 현장 학습을 떠난다. 이번주에는 출판가에도 완연한 봄을 알리는 책들이 출렁인다.
‘보리밭은 재미있다’(길벗어린이, 7800원)는 그 옛날 보리밭의 풍경과 추억을 생생하게 그린 그림 동화다. 넘실대는 푸른 보리 물결, 보리밭 주변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개구쟁이들의 재미있는 표정, 그리고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누렁이, 누렁이가 쫓아다니는 호랑나비, 한켠에 묶여 있는 흑염소 한 마리 등은 보리밭에 얽힌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 소년조선 (2004년 4월 7일)
보리밭이 재미있다니, 요즘 어린이들은 알 수 없는 말이지요. 보리밭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이 있는 어른이더라도 아주 오래된 일이라 저 밑에서 기억을 끄집어내야 할 거예요. 이상권 선생님이 바로 그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리밭에서 재미있게 뛰놀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거기에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라며 보리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는 김병하선생님이 그림을 그렸고요, 보리가 푸르디푸른 싹을 틔우고, 언 땅을 비집고 나와 어느 정도 자라면 식구들 모두 나와 보리밟기를 해요. 이 보리밟기는 하다 보면 절로 신이 나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버리죠. 보리밟기부터 시작해서 보리 뜯어 보리국 끓여 먹는 일, 보리 피리 불고 놀던 일, 보리밭에서 하는 숨바꼭질, 이렇게 보리가 나고 누렇게 익어 탈곡하기까지 과정을 재미있는 글과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어요.
--- 굴렁쇠 (2004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