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18
외생균근
버섯이야기
쓴맛그물버섯속
Genus Tylopilus
 
쓴맛그물버섯속은
전세계에 75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3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국가표준버섯목록, http://www.nature.go.kr/kfni/SubIndex.do). 외생균근성 버섯(식물의 뿌리 외부에 균사를 형성하여 식물과 공생하는 버섯들)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주로 참나무목(Fagales)과 소나무과(Pinaceae)에 속하는 나무들과 공생하는 버섯입니다. 갓표면은 짧은 솜털로 덮여있어 벨벳 같은 느낌이 나며 대개 갈색에서 짙은 밤색을 띠고, 턱받이가 없이 통통한 대를 가지고 있으며, 어린시기에는 갓아래 관공이 흰색 또는 회색이었다가 성숙하면서 점점 핑크색이 되는 것이 다른 그물버섯속 버섯들과 형태적으로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이 속에 속하는 버섯들의 대부분은 쓴맛을 가지고 있으며, 식용할 수 없는 종들이 많으나, 일부 식용으로 알려져 있는 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속에 속하는 식용버섯으로 융단쓴맛그물버섯(T. alboater), 기와쓴맛그물버섯(T. arelatus), 끈적쓴맛그물버섯(T. castaneiceps)으로 3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쓴맛이 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식용으로 인식이 되어 있지 않으나, 유럽, 남미, 중국, 동남아 등에서는 이 속의 일부 버섯을 전통시장 등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쓴맛그물버섯 중 독버섯으로는 은빛쓴맛그물버섯(T. eximius), 제주쓴맛그물버섯(T. neofelleus), 흑자색쓴맛그물버섯(T. nigropurpureus), 이렇게 3종이 있으며, 식독불명인 종이 7종이 있습니다 (표 1). 이 속의 버섯은 종간의 구별이 매우 어려운 분류군 중에 하나로 전문가조차 형태만으로 구별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형태적으로 정확한 동정을 위해서는 어린시기부터 성숙한 시기의 모든 단계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최근의 분류체계의 변화로 인해 기존에 알려진 종들이 속속 신종이나 미기록종으로 보고되고 있어, 식용으로 판단되는 종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야생에서 채취하여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기록된 13종에 대해서도 최신의 분류체계(DNA 분석 및 형태학적 관찰을 통한 종합적 분류)를 적용하여 재검토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표1. 우리나라에 기록되어 있는 쓴맛그물버섯속 버섯 리스트 (13종)
No. 학명 국명 식독여부
1 Tylopilus alboater (Schwein.) Murrill 융단쓴맛그물버섯 식용
2 Tylopilus areolatus Hongo 기와쓴맛그물버섯 식용
3 Tylopilus balloui (Peck) Singer 황소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4 Tylopilus castaneiceps Hongo 끈적쓴맛그물버섯 식용
5 Tylopilus chromapes (Frost) A. H. Sm. & Thiers 노란대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6 Tylopilus eximius (Peck) Singer 은빛쓴맛그물버섯 독버섯
7 Tylopilus felleus (Bull.) P. Karst. 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8 Tylopilus ferrugineus (Frost) Singer 회갈색대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9 Tylopilus fumosipes (Peck) A. H. Sm. & Thiers 미친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10 Tylopilus neofelleus Hongo 제주쓴맛그물버섯 독버섯
11 Tylopilus nigropurpureus (Corner) Hongo 흑자색쓴맛그물버섯 독버섯
12 Tylopilus vinosobrunneus Hongo 포도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13 Tylopilus virens (W. F. Chiu) Hongo 녹색쓴맛그물버섯 식독불명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다양한 쓴맛그물버섯속 (Tylopilus) 버섯들
1881년 핀란드의 균학자 페테르 아돌프 카르스텐(Petter Adolf Karsten)이 이 속을 처음으로 정립하였는데, 모식종(type species: ‘속(genus)’을 정하는 데 있어 형태적 특징 기술과 계통학적 위치를 확립하는데 표준이 되는 종)은 ‘쓴맛그물버섯(Tylopilus felleus)’으로 1788년 프랑스 균학자 피에르 불리아드(Pierre Bulliard)가 그물버섯속(genus Boletus) 버섯으로 보고한 것을 카르스텐이 새롭게 ‘쓴맛그물버섯속 (genus Tylopilus)’으로 분리시켰습니다. ‘Tylopilus’의 뜻은 ‘울퉁불퉁한 모자’라는 뜻으로 그리어인 ‘tylos (bump - 고르지 않은, 울퉁불퉁한)’와 ‘pilos (hat – 모자)’의 합성어로 고르지 않은 표면을 보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직까지 이 쓴맛이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용시 이 쓴맛으로 인해 즉각적으로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복통, 설사 등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식용으로 알려진 종들의 경우는 이 쓴맛의 강도가 약하고 좀더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으나, 잘못 요리를 하면 이 쓴맛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 속에 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tylopilusin A, B, C가 있습니다. 이 물질은 은빛쓴맛그물버섯(T. eximius)에서 분리되어 밝혀졌는데, 펄비니산(Pulvini acids) 계열(천연화학색소물질의 일종으로 주로 그물버섯류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며, 일부 지의류에서도 분리됨)의 색소입니다. 이 물질은 병원성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사람에게 여러 가지 난치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일종)의 생장을 저해시키지는 못하지만 이균이 생성하는 노란색소를 저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병원성 억제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신규의약물질을 발굴할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이 버섯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은빛쓴맛그물버섯에서 분리된 tylopilusin의 화학구조
쓴맛그물버섯속은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버섯입니다. 그만큼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있지 않아, 그 첫걸음으로 국립수목원 미생물분류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 자생하는 쓴맛그물버섯속의 꾸준한 표본수집과 분류학적 연구로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Chakraborty D, Vizzini A, Das K. 2018. Two new species and one new record of the genus Tylopilus (Boletaceae) from Indian Himalaya with morphological details and phylogenetic estimations. MycoKeys 33: 103-124.

2. Fukuda T, Tomoda H. 2013. Tylopilusin C, a new diphenolic compound from the fruiting bodies of Tylopilus eximinus. The Journal of Antibiotics 66: 355-357.

3. Gelardi M, Vizzini A, Ercole E, Taneyama Y, Li T-H, Zhang M, Yan W-J, Wang W-J. 2015. New collection, iconography and molecular evidence for Tylopilus neofelleus (Boletaceae, Boletoideae) from southwestern China and the taxonomic status of T. plumbeoviolaceoides and T. microsporus. Mycoscience 56: 373-386.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김창선     박사후연구원 조종원, 이현     석사후연구원 곽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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