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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이치로가 오타니에게 전한 한마디 “강속구보다 적응력”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9 17:10

수정 2018.05.09 17:10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왼쪽)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4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왼쪽)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4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어쩌면 생애 마지막 타석일지도 몰랐다. 전설적인 타자의 마지막치고는 초라했지만. 40대 중반의 무딘 칼을 지닌 무사에게 투수는 집요하게 빠른 공을 던졌다. 4개의 공 모두 150㎞가 넘었다. 나이 든 타자는 빠른 공에 적응하기 힘들다.
3-2의 한 점차 리드에 9회 말 1사 1, 2루였으니 예의상 맞춰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스즈키 이치로(45.시애틀 매리너스)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가 타석에서 마지막으로 본 공은 블레이크 트레이넨의 96마일(154㎞) 직구였다. 이날(3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게 2-3으로 패했다.

다음날 시애틀 구단은 "이치로가 구단 특별 보좌역으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은퇴를 의미했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뒤집어 놓은 천재 타자의 은퇴 경기로는 어딘가 허전했다. 일본 매스컴은 애써 은퇴 사실을 부인했다.

'스포니치'는 4일 "이치로와 시애틀 구단이 종신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 어디에도 없는 표현이었다. 향후 부상 선수가 나오면 언제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하지 못한다. 이치로는 내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릴 시애틀과 오클랜드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서 은퇴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치로는 일본과 메이저리그 통산 4367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서만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2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000안타 이상을 생산한 타자는 이치로가 유일하다. 일본(210개)은 물론 메이저리그(262개) 한 시즌 최다 안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치로는 내구성을 지닌 타자였다. 메이저리그서 10년 연속 3할, 200안타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골드글러브(포지션 별 수비 잘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를 수상하기도 했다. 또 10년을 내리 올스타에 뽑히는 이력을 남겼다.

이치로의 (사실상) 은퇴는 또 다른 천재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와의 만남을 앞두고 전격 발표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 둘이 투수와 타자로 맞붙는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아쉽게도 이치로는 7일 오타니의 시즌 5번째 등판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오타니는 이날 6이닝을 던져 2실점 시즌 3승(1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4.10. 최고 99.3마일(160㎞)의 스피드를 과시했고, 40㎞ 이상 차이나는 느린 커브의 비중을 높여 타자의 눈을 현혹시켰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7회 라이언 힐리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2점 홈런을 맞았다.

이치로의 은퇴 회견이 있던 날.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 구장에서 이치로와 오타니의 첫 대면이 있었다.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스포니치'에 따르면 이치로는 오타니에게 "홈런 비거리나 직구 최고 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충고했다.

미국에서 야구선수를 하려면 낯선 언어, 늘어난 경기 수(144→162), 일본에는 없는 시차(최대 3시간), 짧은 등판 간격(오타니는 예외지만), 음식, 어쩔 수 없는 인종간의 갈등 등등, 넘어야 할 산들이 널려있다.
이치로가 가장 강조한 말은 '적응력'이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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