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취재] 시민도 경찰도 ‘비폭력 집회’ 함께 만들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3 17:50

수정 2016.11.13 22:18

 주말 100만명 운집 역대 최대규모 서울 도심 촛불집회
경찰, 일부 시민 자극에도 평정심 유지 평화집회 유도
 내자동 로터리서 일부 시민.경찰 충돌로 부상자 발생
 집회 참가자 자발적으로 바닥 쓰레기 줍고 촛농 긁어내
주말 100만명 운집 역대 최대규모 서울 도심 촛불집회
주말 100만명 운집 역대 최대규모 서울 도심 촛불집회

주최측 집계 100만명이 모인 역대 최대규모의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충돌이 빚어지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시민 등 20여명이 연행됐다.

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는 사상 최대 인파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경찰도 일부 자극에 '비폭력' 유도

이날 촛불집회에 모인 인원은 오후 7시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이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로,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3만명) 참가 인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역대 최다 인원에도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도심에 모인 대다수 시민들은 돌발행동 없이 집회에 참가했고 법원이 허가한 경로를 지켜 행진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고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숨졌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것이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는 방송인 김제동.김미화, 가수 이승환.정태춘.조PD 등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해 시민들과 함께 했다. 특히 문화제에는 자녀들과 함께 참가한 시민 및 학생들이 많았다.

두 아들과 함께 집회를 찾은 김모씨(43.여)는 "중학생인 아들이 집회 전날 대통령 퇴진 요구를 하는 그림을 그려 같이 오게 됐다"며 "정말 많은 시민이 모여 놀라웠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성모양(14)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문제를 계속 접하는데 나라가 부끄러워서 거리로 나왔다"며 "지난주에도 참가했다"고 전했다.

경찰 역시 집회에서 일부 시민의 자극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히려 '비폭력'이라고 외치는 등 평화집회를 유도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뒤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바닥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모았다.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비추며 긁어내기도 했다.

■내자동 로터리 충돌… 31명 병원, 23명 연행

다만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내자동 로터리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다. 8000명 가량의 시민들이 내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북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관과 의무경찰, 시위대 여러 명이 호흡곤란이나 탈진 등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40대 남성은 경찰관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은 총 64명이다. 이중 경찰 4명, 시민 27명 총 3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총 8명이 다쳤으며 대부분 탈진 증세와 함께 경상을 입었다.

이번 집회에서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시민 23명을 연행, 6개 경찰서로 분산 이송해 조사 중이다.


한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달 말까지 주말마다 촛불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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