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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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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예찬,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 화양연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순간이나 시절이 있을 것이다.

한 떨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아련하게 지는 시간은
인생의 봄날, 화양연화와 순간의 영원함이 닮았다.

생기 넘치는 꽃들이 세상에 미모와 향기를 발산하는 지금
봄을 만끽하러 대전 오월드 ‘튤립축제’로 봄 소풍을 떠났다.

봄의 제왕 ‘튤립’의 계절, 4월

모처럼 따스한 봄 햇살 맞으며, 오월드 동물원을 지나 플라워랜드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만발하여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플라워랜드 입구 다리를 건너자 튤립 밭에 둘러싸인 마스코트 다정이, 다감이가 ‘튤립 축제’를 알리며 환영해준다.

개화 시기가 4~5월인 튤립은 지금이 가장 물오른 미모를 자랑한다.
특히 튤립은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꽃이라 낮에는 몽우리 잎을 오므리고, 밤에 잎을 활짝 여는 것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국화인 튤립에 얽힌 이야기는 화려한 꽃의 미모와 달리 슬프다.
옛날에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는데, 그 미모에 반한 왕자, 기사, 부자 세 사람이 청혼을 했다.
세 사람 다 너무 잘 생기고 훌륭해서 처녀는 그 중 한 사람을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자 세 남자는 이를 오해하여 모두 떠나갔고 상심한 처녀는 병을 앓다 죽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꽃의 여신 플로라가 그녀의 넋을 기리고, 왕관 모양인 튤립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이런 슬픈 전설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연인에게 구혼할 때 튤립을 선물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튤립 꽃잎 색처럼 타오르고, 사랑의 열병으로 인해 가슴이 검은 뿌리처럼 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색을 자랑하는 튤립은 색깔별로 꽃 이름이 있다.
빨간색은 ‘아펠돈’, 하얀색은 ‘화이트 드림’, 노란색은 ‘스트롱골드’, 보라색은 ‘블랙잭’이다.
꽃말 역시 저마다 다르다.
아펠돈은 “사랑의 고백”, 화이트 드림은 “실연”, 스트롱골드는 “바라볼 수 없는 사랑”, 블랙잭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플로라에 들어서자, 이 각양각색 튤립들이 사랑스러운 자태로 고개를 들어 햇살을 받고 있었다.

꽃바람 부는 봄날의 화원

플로라를 천천히 거닐다가 축제 마당을 지나 테마정원으로 향했다.
테마 정원은 계절에 따라 장미원, 무궁화원 등 테마별로 꾸며져
언제 가더라도 화사한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눈부신 색채의 꽃들이 드넓게 펼쳐진 꽃동산에서
발밑에 깔린 꽃들을 보며 걷느라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도착한 다음 곳은 따뜻한 나라의 특이한 식물류들이 있는 온실이다.
다양한 야생화와 희귀종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곳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꽃은 앙증맞은 리빙스턴데이지다.
채송화와 비슷한 꽃으로 겉에 많은 수포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건조한 기후에 강하여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남부가 원산지인 이 꽃은 희망과 평화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 옆에는 수많은 꽃들 중에서도 향긋한 꽃향기로 유명한 히야신스가 있다.
백합과에 속하는 꽃으로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가 감미로울 뿐만 아니라
특히 하얀색 히야신스는 신부들에게 부케로 인기가 많다.

이 밖에도 아네모네, 아기별꽃, 마리고데스, 리모늄, 버뮤다 제라늄, 수선화, 랜디 등 야생화들이 가득했다.
또 메발톱, 라난큐러스, 금난초, 뱅갈고무나무 같은 희귀종 식물 등도 온실에서 자라고 있었다.

인생은 꽃보다 아름다워

온실을 나와서 귀여운 대형 무당벌레가 있는 꽃동산을 넘었다.
대형 바람개비와 산책로가 있는 쉼터공간과 계단 폭포가 나왔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인어공주와 물고기들이 양 옆의 꽃밭과 어우러져 충만한 봄기운을 전해주었다.
산책로 끝에 소리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이곳은 바람의 힘으로 연출되는 꽃과 나뭇가지의 흔들림, 소리 등을 시각과 청각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소리정원을 지나 다양한 허브를 식재하여 향긋한 풀냄새를 오감으로 맛볼 수 있는 허브원으로 들어갔다.
매력적인 색상과 화려한 무늬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올라(바이올렛)에서부터 바위틈 사이로 숨어서 피는 노루귀꽃,
습한 곳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는 여러해살이 풀 설앵초, 서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향기를 지닌 새우난초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반나절을 꽃구경에 빠져 봄날을 즐기고 나니, 어느새 다시 오월드 정문 앞이다.
봄기운을 한 아름 안고, 봄 내음에 취해 테마파크를 나왔다.

어쩌면 인생의 화양연화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일지 모른다.
순간이 모여 한 시절이 되고, 한 세월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삶은 순간의 합이다.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꽉 잡아서
내 인생의 잊지 못할 퍼즐 한 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삶은 온통 봄날일 것이다.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지금’을 사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한 시절을 통과하는 법.
이번 주말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월드에서 봄을 나눠보자.
훗날, 내 인생의 화양연화 중 하나로 추억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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