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강원도 야생과일이 농가 수익원으로…껍질째 먹는 다래

입력 2013-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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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④

강원도에서는 ‘흔하다’는 의미로 예를 들어 쓰는 말이 ‘머루’와 ‘다래’다. 그만큼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 과일이 바로 다래였다.

그러나 이건 모두 과거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강원도 어디에서도 야생다래를 보기 힘들다. 다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토종 다래를 작물로 개발해낸다면 판로는 만들어질 수 있다.

◆토종 야생과일 다래, 상품화 할 수는 없을까?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새로운 소득 작물 개발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동안 복숭아, 파프리카, 하우스 딸기 등을 도내 농가에 전수해 성과를 올린 이후 한동안 후속타자가 없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2007년 ‘강원도 야생 토종 과실’을 새로운 소득 작물로 만들기로 하고, 다래를 선택했다. 다래는 강원도의 상징처럼 돼 있는 토종 야생 과일이다.

‘토종다래 안정생산 및 품질향상 종합수익모델’ 사업이 다래 신품종과 재배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생산량 증대와 상품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래는 키위의 시조(始祖)가 되는 과일이다. 원래 우리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다래가 선교사 등을 통해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 개발된 게 바로 키위다. 그래서 키위는 다래나무 과에 속하고 우리 이름은 참다래로 불린다. 키위는 야생 다래에 비해 4~5배 가까이 큰 반면 털이 있어서 껍질째 먹지 못한다. 반대로, 토종 다래는 크기는 작지만 껍질의 영양까지 취할 수 있어서 좋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는 야생 다래의 육종을 개발해 크기를 키우면 기존 키위와 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토종다래는 키위로 불리는 참다래보다 당도, 비타민과 섬유소 함량이 높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래 접목기술을 익혀라

2009년 강원도농업기술원은 2년 연구 끝에 청산다래와 광산다래 2개 품종을 육성해냈고, 관내 11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다래나무는 4년생부터 과실이 열린다. 2012년부터 수확이 가능했다.

토종다래의 생산량과 상품화율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정밀한 접목기술, 착과 습성에 따른 전정기술과 생산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접목기술은 교육 및 실습을 통해 숙련도 상승에 2~3년 소요된다. 그 외에도 식재용 포장 덕 시설 지원, 토양관리, 성장상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1,2년 차에는 열매가 없고 묘목이 작아서 병충해는 많지 않았고, 성장속도도 적당했다. 그러나 3,4년차 묘목이 군락을 이루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을만 되면 달래를 좋아하는 곤충과 각종 새들이 달래를 행해 달려들었다. 그물을 치고 유용미생물균을 뿌려도 실과가 생겼다. ‘껍질째 먹는’ 토종 다래는 유기농 재배가 원칙이다. 강원도 인제 구본준 씨는 토종 다래 재배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종 다래는 기존에 데이터가 완성된 농사가 아니어서 어느 시기에 어떤 병충해가 올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늘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했죠. 저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강원도 농업기술원 연구사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힘든 것은 농가뿐만이 아니었다. 청산다래와 광산다래 2개 품종을 육성하고 농가에 보급한 강원도농업기술원 엄남용 연구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관내 11개 농가를 돌며 다래에 적합한 접목기술과 전정기술을 만들었다.

◆토종다래 재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농가와 농업기술원 연구원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을 무렵 농가들이 용기를 얻을 만한 일이 한 가지 더 생겼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시작한 토종 다래 육성 사업이 2010년 농업진흥청 강소농 수익모델 현장접목연구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제 강원도 뿐 아니라 중앙부처에서 주목하는 사업이 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중장기계획을 세울 토대도 마련되었다. 토종다래 시범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의욕이 배가 되었다.

힘들었던 4년이 지나고 2012년 가을 농가는 첫 결실을 거두었다. 토종다래는 수확량 증가 및 품질향상으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2011년:198kg→2012년:385kg→2013:년:750kg)하고 있고, 이는 농가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단위 면적 당 매출도 2011년 280만4841원에서, 2012년 605만1059원, 2013년 722만7685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백화점 행사 등을 통한 판로 개척이 매출 향상에 기여했고, 다래효소, 다래 와인 등 2차 가공을 통해 가격을 2~3백 책정함에 따라 다래의 농가수취단가가 상승했다.

구본준 농가의 예만 봐도 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2년 1322㎡ 면적에서 800㎏를 수확해 500㎏을 kg당 1,500원에 판매해 75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나머지 300kg은 홍보용으로 사용했다. 2013년에는 같은 면적에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래는 사과나 배 등 같은 시기에 나오는 다른 과일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익이 높다. 구본준 농가는 지금보다 몇 년 후를 기다리고 있다.

“다래는 8년차가 성목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2016년부터 최고 수익을 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1,000kg 판매로 1500만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400평으로 얻는 수익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재배면적을 4000평까지 늘릴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면 시장을 잡을 수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산에 있는 야생 다래나무를 채집해 재배묘목으로 키운 토종다래는 개당 20g 정도로 키위(평균 90g)보다 작다. 그러나 당도는 키위보다 훨씬 높고, 피부면역 반응 개선효과가 있어 향후 아토피 치료제 등 의약품 원료로도 이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kg당 1만 5천 원 수준으로 납품이 가능해 사과, 배, 복숭아보다 가격이 높다. 강원도 농업기술원 엄남용 연구사는 다래의 시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래는 기능성이 높은 과일입니다. 열매는 변비에 좋고 이파리와 줄기는 피부 염증에 효과가 있어서, 스킨케어나 헬스케어 상품으로 기대가 됩니다. 키위 재배는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에 국한되지만, 다래는 중북부 지방까지 확대할 수 있어 상당히 전망이 있습니다. 미래가 보이는 작물입니다.”

토종 다래 재배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어느 순간 지역의 브랜드가 세상에 알려지고, 가공 상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나면, 예전 키위가 그랬듯 시장에 큰 반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 등 많은 지자체에서 다래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이 바로 다래 농사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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