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닛산 쥬크 “달려야 즐거운 차”

닛산 쥬크
닛산 쥬크

희한하게 생겼다. 개구리 같기도 하면서, 개성이 충만하다. 양산차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을 지녔다. `상식 파괴자`라고 불러도 될만하다. 보닛 후드 양 옆에 방향지시등이 불쑥 튀어나와있고, 그 아래 웃는 듯한 형상의 그릴과 함께 헤드램프가 자리했다. 두 얼굴을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이다. 이 차를 처음 본 건 해외 모터쇼에서다. 당시엔 파격적인 디자인의 콘셉트카였는데, 거의 그대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닛산 쥬크(NISSAN JUKE) 얘기다.

`쥬크`는 닛산 기술력의 맛보기라 할 수 있는 차다. 생김새만큼이나 개성 있는 주행감각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옆모양은 닛산의 스포츠카 GT-R이나 370Z등의 그것과 닮았다.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걸 드러내는 요소다. 국내엔 단순히 앞바퀴굴림방식을 쓰는 가솔린 버전만 들여왔지만, 다른 나라엔 네바퀴굴림방식 차종도 있고, 고성능 버전인 쥬크-R 니스모 등도 있다. 그저 작고 싼 차로 만든 게 아니다. 철저하게 운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었고, 차 또한 열심히 달리기 위해 기본기를 다졌다.

그래서인지 내장재는 싼 걸 썼다. 고급스런 걸 기대한 사람은 분명 실망스런 인테리어가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자랑할 만한 건 죄다 빠져있다. 분명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그렇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빼 놓을 순 없다. 기본형이 2000만원 중반 대며, 고급형이 후반 대다. 다시 얘기하지만, 쥬크는 인테리어를 보고 사는 차가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렇게 다짐해야 오래오래 예뻐할 수 있다. `실용성`을 내세우는 SUV와 `주행감각`을 내세우는 스포츠카의 장점을 두루 갖춘 차다. 짐을 싣더라도 큰 부담이 없다. 산길을 신나게 달릴 때도 충분히 즐거움을 준다.

첫 번째 즐거움은 가속할 때 느낄 수 있다. 1.6ℓ 직분사 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은 5600rpm(분당 엔진 회전 수)에서 190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부터 5200rpm까지 24.5㎏·m의 힘을 고르게 뿜어낸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시원하게 가속된다. 의외의 파워가 느껴진다. 시속 190㎞도 거뜬하다. 터보차저가 큰 역할을 했다.

닛산 쥬크 실내
닛산 쥬크 실내

쥬크는 CVT라 부르는 무단변속기가 엔진과 맞물려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CVT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았을 때 가장 높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힘이 부족해 보이며,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아서다.

일반적인 변속기는 기어의 각 단마다 엔진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비율(기어비)이 다르다. 1단, 2단, 3단…. 이렇게 순서대로 기어를 올려야 한다. 각 단이 바뀔 때마다 엔진 사운드가 바뀌고, 차도 살짝 움찔한다. 이런 느낌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기어비가 없는 CVT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분명 재미없는 변속기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무턱대고 높은 엔진 회전수를 쓰는 CVT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쥬크는 CVT임에도 엔진 회전수가 변하며 가속된다. 아우디 일부 모델도 CVT를 적용했지만, RPM이 오르내려 즐거움을 준다. 차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놀랄 만한 요소다.

두 번째 즐거움은 핸들링이다. SUV들은 중심이 높아 휘청이게 마련. 쥬크는 달랐다. 탄탄하면서 유연한 하체가 매력이다. 게다가 작은 엔진을 탑재해 몸무게도 가볍다. 1380㎏에 불과하다. 그리고 차를 뒤에서 보면 바퀴가 놓인 지점이 실내공간을 많이 벗어났다. 정삼각형(△) 구조다. 좌우 밸런스가 꽤 좋다. 일반 도로에서 타기 아깝다. 구불구불한 산길이나 서킷에서 타면 재미있을 차다.

센터페이서엔 두 개의 모니터가 있다. 그 중 두 가지 모드로 변하는 다용도 화면은 에어컨디셔너와 주행모드 중 필요한 걸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스포츠카 답게(?) 횡 가속도를 눈으로 볼 수 있는 G-Force 모니터링 화면도 있다. 가속할 때나 멈춰 설 때, 코너를 공략할 때 등 차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쥬크는 2010년 6월부터 지금까지 세계시장에서 65만대(8월기준)나 팔린 차다. 대중적인 차가 아님에도 꾸준한 인기를 보인 건 철저히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랠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헤드램프, 모터사이클 같은 계기반, 높은 지상고로 SUV의 실용성을, 탄탄한 하체로 스포츠카의 장점까지 두루 갖췄다. 개성도 분명하다. 국내 시장엔 닛산 차 라인업이 그리 다양하지 않기에 소비자 입장에선 쥬크가 더욱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선 60여종에 달하는 모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닛산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그 콘셉트를 살려낸 게 아닐까 싶다. 쥬크를 정의하면, 결론은 한 가지다. `저렴한 가격에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라는 점.

박찬규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