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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의 낯선 아름다움

한지민은 영화 <밀정>에서 빈틈없고 단단한 표정을 지어 보일 것이다. 이는 그녀의 숨은 열망이 만개한다는 좋은 징조이기도 하다.::한지민,여배우,배우,영화,밀정,인터뷰,화보,한지민화보,엘르화보,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6.09.05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베스트는 O’2nd.



요즘처럼 더운 날이 있을까 싶어요. 이 여름 잘 지내고 있나요 아주 부지런하지 않지만 가만히 있지도 않는 성격이에요. 주말에 산에 다녀왔는데 다들 이런 날씨에 미쳤냐고 했어요. 나이가 들었나? 자연이 좋아요. 


영화 <밀정>을 촬영할 당시의 계절은 11월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3월, 한국에서 마쳤어요. 일하기에는 겨울이 여름보다 나아요. 겨울에는 많이 껴입으면 추위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름에는 벗어도 덥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수습이 안 돼요. 


1920년대 의열단과 일본 경찰의 암투를 그린 영화에서 의열단원 ‘연계순’을 연기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인물인지 딱 떠오르지 않았다면서요 시나리오에는 캐릭터의 색깔을 보여주는 구절이나 장면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연계순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신 현장에서 김지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캐릭터에 색을 칠해갔어요. 그녀가 왜 의열단에 뽑혔는지 궁금해하면 감독님은 “너처럼 작아서 숨기기 좋으니까” 하고(웃음). 갑자기 전화해서 “제 생각은요” 하고 이야기해도 감독님은 다 들어줬어요. 그러면서도 촬영 땐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했던 것 같아요. 하하. 사실 <밀정>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감독님이 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해서였어요.


영화에서 우리가 보게 될 한지민의 얼굴은 감독님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동안 머리로는 다른 어떤 생각을 하는, 그런 미묘한 연기를 주문했어요. 연계순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의열단에서 리더의 조력자인데 많은 걸 드러내지 않지만 단단하고 묵직한 면이 있어요. 흔히 장르물에서 볼 수 있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와는 다르게 강하다고 느껴질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전 작품에서 보지 못한 제 얼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돼요.


어떤 여자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든 현실에서든 엄마라는 존재가 그렇다고 믿어요.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는 강해져요.



랩 스타일의 슬립 원피스는 Surreal But Nice. 크리스털 장식의 스트랩 샌들 힐은 Monobarbie.



원피스로 입은 풀오버 니트 톱은 Proenza Schouler.



살면서 용기를 발휘하게 만든 사건은 불의를 보면 잘 못 참아요. 고등학생 때 버스정류장에서 소매치기를 보고 버스에 따라 탔어요. “방금 지갑 훔치지 않았냐”고 묻자 도망치더라고요. 저도 쫓아서 내리긴 했지만 잡진 못했어요. 지금은 현장에서 신인배우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과거에 많이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 기가 죽어 있는 후배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현장이 정신 없이 돌아가는 데다 잔뜩 긴장해 있으니 연기가 안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걸 잘 모르고 다그치는 감독님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해요.


촬영장에선 엄마 같은 존재군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밀정>의 촬영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공유 오빠, (신)성록이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해외 촬영이다 보니 쉬는 날이면 같이 밥 먹으면서 힘든 점이나 고민거리도 얘기하고, 그러다가 술 한 잔 마시며 남들 다 하는 사랑 이야기도 하면서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를까 푸념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작품을 찍으며 사적인 자리를 가져본 것도,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맘껏 나눈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남들은 잘 모르는 세계다 보니 친구들에게 일적인 고민을 털어놓긴 어려워요. 그래서 두 사람이 촬영 내내 고맙고 든든했어요. 답을 주지 않더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줬어요. 새해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감사의 문자를 보냈어요. ‘낯간지럽게 왜 이래’ 하고 답장이 왔지만.


어떤 고민을 공유했나요 작품 활동을 띄엄띄엄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텐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는 게 너무 아쉬워요. 그러면서 막상 시나리오나 대본을 보면서 이것저것 따지는 내가 답답해요. 배우로서 과도기에 들어선 것 같기도 해요.


주위에 내 사람이다 부를 만한 사람은 많나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오래 봐야 내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저는 진실된 사람에게 호감을 느껴요. 그래야 저도 진실로 대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밀정>이 개봉하면 가장 먼저 누구와 볼 건가요 항상 1번은 가족이에요. ‘저 이렇게 했어요’ 하고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프릴 디테일의 니트 드레스는 Romanchic.




슬릿 디테일의 핀 스트라이프 원피스는 Ports 1961. 드롭 이어링은 4c Diamond.



가족들의 평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엄마는 제게 냉정하지 못하고요, 언니가 평가를 해 주곤 하는데 드라마에서 제가 우는 장면을 보고 같이 울었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가족들이 처음에는 제 연기를 불안해하며 봤어요. 캐릭터가 아니라 내 딸, 내 동생으로 보니까요. 드라마 <경성스캔들> 때부터 조금씩 마음 졸이지 않고 보기 시작했대요. 그래서 캐릭터의 감정대로 웃기면 재미있다, 슬프면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려요.


배우로서 지금은 잘한다 싶은 영역이 생겼나요 술 취한 연기? 하하. 김지운 감독님이 송강호 선배한테 연계순 역으로 제가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영화 <플랜맨>을 봤는데 거기서 술 취한 연기를 잘하더라고 했대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만의 영역? 뭔가 특출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해 보고 싶어요. 드라마에서 귀엽고 청순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느꼈던 갈증들을 영화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그래서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데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 그게 또 고민이에요.


본인이 감독이라면 배우 한지민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보고 싶나요 어릴 때부터 멜로드라마, 영화를 좋아했어요. 드라마 <가을동화>는 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해요.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그렇고, 최근에는 영화 <남과 여>를 재미있게 봤어요. 시장 상황 때문에 멜로 장르가 덜 제작되고 있지만 그 시절에 봤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요.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겪는 경험들에 대해 갖는 기대감이 커요.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거든요. 나름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으면서 경험치가 쌓인 만큼 멜로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감정은 고독인 듯해요. 일도 그렇고,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요.


답을 찾고 싶은 게 뭔가요 사랑이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물음들이 많아요.




블랙 셔츠는 Millogrem. 크리스털 링은 Swarovski. 레이스업 디테일의 스커트는 Proenza Schouler.



주로 사랑을 주는 쪽과 받는 쪽, 어디인가요 진심으로 사랑을 주는 게 좋지, 머리로 계산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래야 나중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고 후회하지 않아요. 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날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전적으로 상대의 마음이잖아요.


본인의 삶에는 100%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못해요. 작품에서 빠져 나오거나, 관계를 완벽히 정리하고 비워내기까지 시간이 더뎌요. 주위에서는 왜 시간 낭비 하냐고 그러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웃음).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 주고 싶나요 누구나 갖는 로망 같은 건데 유학을 가보고 싶어요. 넓은 세상에 나를 풀어놓으면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이 아니라 유학이라니 의외네요 이왕이면 공부를 하고 싶어요. 공연예술을 하거나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어 뮤지컬과 관련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디가 좋을까요 하늘 보는 걸 좋아해서 맑고 예쁜 하늘이 있는 곳! 음식 사진은 잘 찍지 않아도 하늘 사진, 꽃 사진은 많이 찍는데 그럴 때면 나도 여자구나 싶어요.




한지민이라는 멜로 드라마
눈빛만으로 사랑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한지민의 드라마틱한 변신! 사랑스런 그녀와의 데이트가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확인 해보세요!

Credit

  • photographer 김영준
  • stylist 한혜연
  • editor 김영재
  • Hair Stylist 이혜영(Aveda)
  • Makeup Artist 전성희(Jenny House)
  •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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