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몸집 작은 뱁새엄마의 ‘품은 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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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작은 뱁새엄마, 덩치 큰 뻐꾸기 아가에게 먹이고 먹이고 또 먹이지만…

뻐꾸기는 스스로 알을 품지 못합니다. 그래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습니다. 탁란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기생해 생명을 이어가는 새들은 우리나라에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두견이, 매사촌 등이 있답니다.

경북 영천의 한 과수원 배나무 가지 사이. 뱁새가 예쁜 항아리 모양의 둥지를 지었습니다. 이틀 뒤 4개의 알을 낳고 포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뱁새 어미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 한 마리가 몰래 자신의 알을 낳고 뱁새 알 하나를 가져가 버렸네요. 뱁새 부부는 이것도 모르고 알을 품습니다. 포란 12일째,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먼저 태어난 뱁새 새끼와 부화하지 않은 알을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합니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와 똑같이
삐악삐악 소리를 지르고 갖은 아양을 떨며 뱁새 어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습니다. 보름이 지나자 뻐꾸기 새끼는 어미 뱁새보다 몸집이 4~5배나 크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20일이 되는 날 날개에 힘이 생긴 뻐꾸기 새끼가 둥지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 뒤에도 일주일 동안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받아먹으며 비행준비를 합니다. 그러고는 여름 철새답게 동남아로
훌쩍 떠나버립니다.

경북 영천에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촬영도움=이범관 경일대 교수
#뱁새#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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