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성 지지층 “배신자 ‘수박’ 감별”… “소총 준비” 살인예고 글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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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안 가결에 색출 나서
찬성 추정 명단 올리며 “낙선운동”
비명계 의원들엔 욕설-문자 폭탄
일부 의원 ‘부결’ 인증 사진 올려

“수박 색출” 압박에…  비밀투표 원칙 깨고 “부결” 투표용지 인증샷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수박’ 감별 
사이트(위쪽)를 만들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했다. 이 같은 강성 
지지층의 색출 압박 속에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부결 투표용지를 인증하기도 했다. 원칙상 투표용지는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된다. 온라인 사이트 화면 캡처
“수박 색출” 압박에… 비밀투표 원칙 깨고 “부결” 투표용지 인증샷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수박’ 감별 사이트(위쪽)를 만들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했다. 이 같은 강성 지지층의 색출 압박 속에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부결 투표용지를 인증하기도 했다. 원칙상 투표용지는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된다. 온라인 사이트 화면 캡처
“당 대표 등에 칼을 꽂은 ‘수박’(겉으론 더불어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의원 30여 명을 솎아내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무기명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22일 ‘개딸’(개혁의 딸) 등 당 강성 지지층이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수박인증 홈페이지’를 개설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신상을 올리는가 하면,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 속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광온 의원 등에 대한 총선 낙선운동도 시작했다. 이들이 벌이는 문자·전화 테러에 많은 비명계 의원실은 전화가 마비됐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비명계 의원을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누리꾼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라이플(소총)을 준비해야겠다”란 테러 암시 글을 올렸다. 경찰은 해당 누리꾼을 이 대표의 지지자로 보고, 인터넷주소(IP주소) 등을 추적하고 있다.

● 수박인증 사이트 개설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배신자를 색출하자” “수박을 모두 출당시킬 때까지 의원 한 명 한 명을 압박하겠다” 등 격앙된 반응의 글이 쏟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건 해당 행위’라고 규정한 뒤로 가뜩이나 흥분한 강성 지지층이 더 자극받은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지지자들이 만든 ‘가결 추정 의원 명단’이 올라왔다. 앞서 7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서명했던 비명계 의원 31명이 표적이 돼 ‘체포동의안 찬성 의심 의원 명단’에 올랐다.

최근 강성 친명계 김용민 의원이 제출한 ‘검사 탄핵소추안’의 공동 발의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의원들도 가결 의심자들로 지목됐다.

일부 지지자는 “‘수박 정치인’을 정확하게 확인해 주겠다”며 ‘수박 감별 사이트’를 개설해 설훈, 고민정, 조응천 의원 등의 사진과 신상을 올리기도 했다.

전날 거센 가결 책임론 속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광온 의원과 비명계 송갑석, 고민정 최고위원 등도 타깃이 됐다. 당원 청원게시판엔 박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이틀 만에 8500여 명의 당원이 동의했고, ‘사리사욕으로 내부 총질하는 송 의원에 대한 최고위원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5000여 명이 찬성했다.

가결 의심 의원 명단에 포함된 의원실들은 문자·전화 테러에 고통을 호소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사무실과 개인 번호로 ‘가결한 것 다 안다’며 육두문자를 하는 전화가 계속 와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 의원들 잇따라 ‘부결 인증’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일부 의원은 ‘부결 인증’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날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재명이네 마을’에는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어기구 인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글엔 어 의원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용지 사진이 포함됐다. 국회법상 무기명 표결 시 투표 용지는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된다. 다만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 지지자가 다짜고짜 ‘어기구 의원처럼 부결한 것을 사진으로 인증하라’고 요구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저는 부결표를 던졌다”면서 “그러나 제가 이런 말을 한들 제 말을 믿어주시겠느냐”고 호소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에도 체포동의안 통과 직후 웃었다는 비판을 받자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웃고 있는) 방송 영상은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이지, 표결 이후의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날 원내대변인직에서 물러난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가 의총에서 부결 주장 발언을 반박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고, 친이낙연계인 이병훈 의원도 “저는 체포동의안 부결에 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野 강성 지지층#배신자#수박#감별#소총 준비#살인예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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