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동방신기 “끼는 안늙어요”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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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오락프로그램 ‘스타킹’에서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3주 연승을 거둔 자칭 ‘40대 동방신기’가 “40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노정우(한정우) 믹키준진(장준진) 시아영석(이영석) 영웅용석(최용석) 최강원영(백원영). 신원건 기자
SBS 오락프로그램 ‘스타킹’에서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3주 연승을 거둔 자칭 ‘40대 동방신기’가 “40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노정우(한정우) 믹키준진(장준진) 시아영석(이영석) 영웅용석(최용석) 최강원영(백원영). 신원건 기자
“우리는 동방신기, 아니 ‘40대 동방신기’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40대 동방신기’를 쳐 보면 그들의 인기가 한눈에 보인다. 젊은 비보이에게도 부담스러운 고난도의 헤드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몸 전체를 회전시키는 동작)과 린(다리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앞으로 쓰러질 듯 몸을 숙이며 균형을 맞추는 것) 동작을 선보인 동영상을 비롯해 “아저씨 대단해요” “중년의 희망, 영원하라” 등 누리꾼들의 응원과 환호가 쏟아진다.

믹키준진(장준진·44) 시아영석(이영석·43) 유노정우(한정우·42) 최강원영(백원영·42) 영웅용석(최용석·41)으로 구성된 이들은 10일 방영된 SBS ‘스타킹’에서 40대의 몸이라고 믿기 어려운 유연함과 힘이 넘치는 춤을 선보이며 3주 연승을 거뒀다.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내용으로 3주 우승이면 최종 우승자가 된다.

13일 동아일보사를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TV 화면에서와 달리 굵은 주름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 손을 땅에 짚고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다.

“‘끼’가 나이를 이기더군요. 몸은 힘들지만 다시 춤출 수 있다니 숨겨진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듯합니다.”(믹키준진)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노피플’ ‘메신저’ 등 유명 댄스팀 멤버로 활동하며 알게 된 사이. ‘인순이와 리듬터치’ ‘짝꿍’ 등으로 TV 쇼 프로그램에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무대에 오를 기회는 점차 사라졌다.

“박남정 이주노(서태지와 아이들) 박철우(R.ef)가 저희랑 같은 팀에서 활동했죠. 그 친구들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좌절도 하고 그랬습니다.”(영웅용석)

‘춤꾼’이 춤을 버린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춤밖에 아는 것이 없던 이들은 손대는 것마다 실패했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몽땅 잃고 한강다리 위에 올라가 자살을 고민한 적도 있다”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칫밥을 먹은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등 사연도 구구절절이다. 지금은 청국장집 주방장, 동대문시장 옷가게 주인, 비디오 대여점 주인 등으로 다들 겨우 자리를 잡았다.

“15년 전쯤 다들 댄서를 그만두고 모였던 술자리에서 그랬죠. 우리가 마흔 살이 넘어도 지금처럼 춤을 출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함께 무대에 서 보자고.”(유노정우)

“방송에 출연하면서 하루 10시간씩 모여 춤 연습을 하다 보니 다들 생계는 포기했어요. ‘또 춤바람이냐’며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집안 어른들도 계시지만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시아영석)

이들 모두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다. 13세 연하의 부인을 둔 한정우 씨는 “춤을 다시 시작한 뒤 대화가 늘었다”며 “금실이 좋아진 덕에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생겼다”고 자랑했다.

“일곱 살 난 딸이 친구들의 부탁으로 제 사인을 40장이나 받아 가더군요. 동네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비디오 가게 매출이 늘면서 요즘은 집사람 앞에서 목에 힘이 좀 들어갑니다.”(최강원영)

‘40대 동방신기’는 곧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트로트 댄스그룹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젠 동방신기가 아닌 ‘슈퍼주니어T’가 우리의 라이벌”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는 열정과 꿈을 40대에 되찾았어요. 나이의 굴레에 얽매이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흔 살은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소중한 것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점이니까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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