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發 자동차 빅뱅 예고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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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 수가….”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한때 미국 기업의 자존심이었던 크라이슬러를 사모(私募)펀드인 서버러스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14일 발표하자 크라이슬러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버러스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한 대도 생산한 적이 없는 뉴욕의 사모펀드. 그러나 월가에서는 오히려 사모펀드가 다임러도 하지 못한 크라이슬러 살리기를 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버러스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양보를 얻어 내 크라이슬러 살리기에 성공하면 크라이슬러와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 경영진도 UAW에 똑같은 구조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모펀드에 매각’ 충격

○ 구조조정 회오리 일까

사모펀드의 기본 수익모델은 ‘문제가 있는 회사를 매입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회사로 탈바꿈한 다음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서버러스가 적자투성이인 크라이슬러를 흑자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전현직 직원들의 의료보험료와 연금 등 과도한 인건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크라이슬러가 부담해야 할 연금 및 보험료 누적액은 약 180억 달러.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를 합치면 950억 달러에 이르며 매년 불어나고 있다. 이 같은 비용은 자동차 1대당 1500달러꼴에 이른다. 그만큼 일본 독일 한국 등의 경쟁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빅3는 올여름 이 같은 복지비용과 관련해 UAW와의 까다로운 협상을 앞두고 있다. 월가는 서버러스가 물꼬를 터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단 월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14일 GM과 포드의 주식이 폭등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다. 특히 UAW가 그동안 서버러스로의 매각에 대해 반대해 오던 견해를 바꿔 지지했다는 점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월가의 한 분석가는 “추락한 크라이슬러의 경쟁력이 주인이 바뀌었다고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세금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빅3 중 하나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포드도 지난달 가진 대주주인 포드 가문 모임에서 일부 구성원이 지분을 팔거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은행인 퍼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를 고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시너지, 콘셉트 없는 합병 후유증

회생을 위해 다임러에 매각됐던 크라이슬러가 다시 위기에 처한 요인은 무엇일까.

14일 본보가 인터뷰한 워싱턴의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1998년 다임러와의 결합이 이론적으론 ‘미국+유럽’ ‘고급+대중적’의 만남으로 환상적 합병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에선 시너지효과를 내기 힘든 합병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복지비용’이 빅3 공통의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제일 작은 크라이슬러에 특히 부담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경영 신화인 ‘크라이슬러 회생’의 주역 리 아이어코카(82) 전 크라이슬러 회장도 최근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는 너무 많은 모델을 내놓다 보니 소비자들에겐 다 그게 그것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들은 시장의 변화를 읽는 데 늦다”고 지적했다.

○ 한국 업체엔 약 될까, 독 될까

한편 미국 빅3의 구조조정이 한국 현대·기아자동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나 일단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였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쪼개지면 글로벌 ‘톱5’로 순위가 한 계단 올라간다. 또 빅3가 생산 감축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면 미국 시장에서 밀어내기 판매를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 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빅3가 더욱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만들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최근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현대·기아차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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