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트랜스포터'…현란한 액션 시작되다

  • 입력 2003년 1월 27일 17시 31분


코멘트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 (제이슨 스태덤)의 직업은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우리말로 직역하면 ‘운반자’다.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비록 ‘뒤가 구린’ 일을 하고 있지만 그의 직업 철칙은 뚜렷하다. 첫째,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말 것. 둘째, 거래는 익명으로 할 것. 셋째, 절대 내용물을 보지 말 것.

프랭크는 어느날 ‘월 스트리트’라 불리는 한 사내에게서 길이 150cm, 무게 50kg의 물건을 운반해줄 것을 부탁받는다. 운반 도중 가방 속 물건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가방을 열자 물건이 아닌 미모의 여인 라이(서기)가 발견된다. 세 번째 룰이 깨지면서 프랭크는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이 때부터 상황은 꼬이기만 한다.

뤽 베송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던 ‘택시’ 1, 2편과 많이 닮았다. 은행털이범이 현장을 빠져나가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프랭크가 선보이는 도시의 추격 신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 비트가 강한 음악에 맞춰 프랭크가 범죄조직과 격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은 어깨를 들썩이게 할 만큼 신이 난다. 감독은 정확히 계산된 무술동작을 통해 세련된 액션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화려한 액션도 빈약한 스토리를 감춰주기엔 역부족이다. 10년간 다이빙 선수로 활동했던 제이슨 스태덤은 조각 같은 몸매로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진기명기’ 쇼에 그친 느낌이다. 라이가 자신을 구해준 것에 보답하는 의미로 프랭크에게 몸을 허락하는 장면은 상업영화에 베드신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맨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라이가 납치된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허둥지둥 끝을 맺는다.

그나마 이 영화가 볼만한 액션 장면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이력 덕분이다. 코리 유웬 감독은 ‘이연걸의 보디가드’ ‘이연걸의 영웅’ ‘방세옥’ 등 지난 20년동안 30여편이 넘는 홍콩 영화와 ‘리쎌 웨폰4’ ‘엑스맨’ ‘로미오 머스트 다이’ 등 할리우드 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트랜스포터’는 그의 감독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