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 파격승진 안영석 “CEO처럼 일하라”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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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다임러크라이슬러 미국 본사에서 한국·일본시장 담당 총괄책임자로 일할 예정인 안영석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부사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크라이슬러 서초전시장에서 모형차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다음 달부터 다임러크라이슬러 미국 본사에서 한국·일본시장 담당 총괄책임자로 일할 예정인 안영석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부사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크라이슬러 서초전시장에서 모형차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월급쟁이’가 아니라 제 사업을 하는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 본사의 한국·일본시장 담당 총괄책임자로 내정된 안영석(39)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부사장은 승진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지역법인 부사장이 본사의 주요 시장책임자로 승진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다음 달부터 미국 미시간 주 어번힐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는 안 부사장을 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크라이슬러 서초전시장에서 만났다.

○ 아파트외벽 홍보 현수막 ‘아이디어 맨’

대우자동차 출신인 안 부사장은 2004년 7월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마케팅 이사로 입사한 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매출을 빠르게 늘린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는 ‘차를 제대로 알려야 잘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저녁마다 영업사원과 딜러를 만나 다임러크라이슬러 차를 알리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지프 캠프’를 안착시키는 데도 애썼다. 매년 열리는 지프 캠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지프를 비포장도로에서 운전하며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행사장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외벽에 크라이슬러 현수막을 달게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아파트에 달았던 현수막이 히트를 쳤습니다. 그 뒤에 그 아파트 외벽 광고료가 ‘금값’이 됐다고 하더군요.”

또 보안이 철통같은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2004년 10월 대형 세단 ‘300C’ 신차 발표회를 열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월급쟁이처럼 일하지 말라” “긍정적인 차별화를 하라”고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한 바를 몸으로 보여준 것.

2005년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매출은 전년보다 25% 늘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 나를 키운 건 대우… 시련이 더 단단하게 만들어

안 부사장의 파격 승진 배경에는 대우그룹 근무 시절의 호된 담금질이 있다.

2000년 대우차가 부도날 때 그는 대우차 베네룩스 판매법인의 총괄책임자였다.

“돈을 못 받을까봐 딜러들이 잇달아 소송을 걸어 네덜란드 법정에 여러 번 섰습니다. 나중에는 판사가 저를 먼저 알아볼 정도였죠. 직영점을 매각하며 내 손으로 ‘대우’ 문패를 떼는 일을 하고 나니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등 각기 개성 있는 브랜드를 지닌 그룹답게 유연하면서도 실용적인 문화가 강하다고 그는 평가했다.

“본사에서는 한국을 ‘놀라운 시장’이라고 평가하며 성장속도와 변화방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한번 힘껏 뛰어 한국의 위상을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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