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김지호 “연극 목말라 드라마도 사양”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프루프’의 여주인공 캐서린 역을 맡아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김지호 씨. 홍진환 기자
‘프루프’의 여주인공 캐서린 역을 맡아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김지호 씨. 홍진환 기자
“섭외요? 제가 연극 출연시켜 달라고 졸랐어요. 하하.”

11일 막을 올리는 연극 ‘프루프’에 출연하는 배우 김지호(35) 씨. 그는 “연극을 하고 싶어 두 편의 TV 드라마 제의도 고사했다”고 했다.

“더 높은 드라마 수당이나 CF 수입도 생각났지만 연극을 하면 배우로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는 거 같아요.”

김 씨가 연극의 매력에 빠진 것은 3년 전. 연극 ‘클로저’에서 여주인공 역으로 호연을 펼치며 ‘연극무대에 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 씨는 당시의 경험을 “새로운 감동이었다”고 표현했다.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작품을 고민하고 분석해 본 적이 드물었어요. 그런데 ‘클로저’를 하면서 작품으로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화법이나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이나 배경 등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연기자가 된 기분이었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천재 수학자 로버트의 딸 캐서린.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오래된 수학 공식을 풀어내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해 고민하는 캐릭터다. “캐서린은 사회생활이나 대인 관계가 서툰 여자예요. 수학 공식은 완벽하게 증명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정확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첫 작품에서 연기의 재미를 느낀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생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두 번째여서 쉽게 풀어갈 줄 알았는데 오만이었어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니까 김지호와 캐서린의 캐릭터가 부딪치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몸짓이 맞는 건지 의심도 되고 집중이 흩어지면서 연기를 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해소가 됐는데 좋은 배우가 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언젠가 늙은 창녀처럼 질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은 아닙니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요. 연극을 하면서 나이를 먹으며 인물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꼈어요. 나를 버려야 작품이 보이고 작품이 보여야 내가 보여요. 그럼 비로소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역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죠.”

9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두레홀 4관. 02-764-876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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