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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지진희가 사는 법 "난 28살에 멈춰 있다"


입력 2015.12.12 08:52 수정 2015.12.13 00:41        이한철 기자

드라마 '애인있어요' 불륜 뛰어넘은 사랑 '공감대'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멜로, 끊임없이 하고 싶다"

지진희에게 '애인있어요'는 ‘대장금’ 이후 제2의 도약이라 할 만큼 뜻 깊은 작품이다. ⓒ 연합뉴스 지진희에게 '애인있어요'는 ‘대장금’ 이후 제2의 도약이라 할 만큼 뜻 깊은 작품이다. ⓒ 연합뉴스

"40대 이후 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지진희(44)가 20대 때부터 습관처럼 되풀이하던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과의 약속처럼 40대의 나이에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났다.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는 지진희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그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인생작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7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만난 지진희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는 "40대 이후 더 멋진 배우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데 '애인있어요'를 통해 조금은 보여준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이미숙, 김희애 선배를 보면서 얼마나 관리하고 노력하고 준비하면 그 오랜 기간 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결국 끊임없는 노력인 것 같아요. 하루 4~5시간씩 운동하고 식사 조절을 하죠. 저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려는 지진희의 자기관리법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지진희는 "항상 28살에 멈춰 있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한다"며 40대의 나이에도 한결 같은 동안 외모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전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실이 담겨 있는 '애인 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다.

지진희는 해강(김현주)의 남편 진언 역을 맡았다. 진언은 제약 기업의 외동아들로, 아내 해강의 모습에서 자신이 증오해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멀어지던 중 후배 설리(박한별 분)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설리도 해강처럼 독하게 변해 실망하게 되고, 그 순간 독고용기가 돼 돌아온 해강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지진희는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이런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면서 "절절한 멜로드라마는 늘 있었고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멜로드라마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불륜'이란 소재로 인한 편견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았다. 불륜이 아닌 웰 메이드 멜로드라마로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선 연출도 연출이지만, 배우의 연기 또한 중요했다.

"초반에 너무나 센 불륜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되면 드라마를 왜곡된 눈으로 보게 돼요.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선 진짜 진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드라마는 쉽지 않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재밌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 부분에 집중했어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정작 자신이 진언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

지진희는 "이런 캐릭터는 남자라면 다 싫어할 것 같다"면서 "누구한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데, 최진언은 남에게 피해를 준다. 또 현실에서는 우유부단한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희는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한 여자, 해강이에 대한 사랑이었다"면서 "다행히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함께 이해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애인있어요'는 지진희 자신의 능동적인 해석과 노력이 오롯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 연합뉴스 '애인있어요'는 지진희 자신의 능동적인 해석과 노력이 오롯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 연합뉴스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현주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지진희는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김현주를 끌어안고 살다시피 한다. 내가 감독이라도 그럴 것 같다"면서 "1인 2역, 자세히 따져보면 1인 4역이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오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손가락에 꼽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진희는 "김현주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배우까지 생각해서 함께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며 "아무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통은 자기를 더 들어내려 하는데 김현주는 그렇지 않다. 현명하고 똑똑한 배우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은 드라마에 대한 호평과 배우들의 만족감과 달리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하지만 지진희는 "그래도 초반엔 3% 수준에 그치던 것이 최고 9%까지 올라갔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팬들 덕분에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면서 "시청률은 생각하지 말자고 서로 얘기했다. 끝까지 좋은 작품으로 힘내서 가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청률은 몇 주 전부터 아예 보지도 않는다"면서 "이 드라마를 즐겁게 보고 있는 사람들, 또 분석해가며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재미나 느낌이 떨어지지 않고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청률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애인있어요'는 40대가 된 배우 지진희의 대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30대 배우 지진희에게 '대장금'이 있었다면, 40대 배우 지진희에겐 '애인있어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애인있어요'는 지진희 자신의 능동적인 해석과 노력이 오롯이 녹아 있어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지진희는 "'대장금'이 날 세상에 알렸다면, 내 힘으로 한 건 '애인있어요'인 것 같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대장금'은 내 드라마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이죠. 전 시키는 대로 연기했어요. 하지만 '애인있어요'는 감독님과 작가, 김현주와 같이 얘기를 많이 했어요. 대본을 한 번만 읽어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여러 번 읽었죠. 굉장히 많은 공부를 했어요."

'애인있어요'를 통해 지진희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배우인생 제2막이 비로소 막을 올린 셈이다. 20대의 마인드와 컨디션, 그리고 40대의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진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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