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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식남’ 가가와…EPL 정글서 생존?


입력 2011.10.09 09:45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일 언론, 가가와 리버풀행 루머에 들떠

피지컬-내구성 떨어져 성공가능성 희박

리버풀과의 이적설에 휘말려 있는 가가와 신지. 리버풀과의 이적설에 휘말려 있는 가가와 신지.

영국 <데일리메일>은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 직전 32개국 출전팀 특징을 동물과 연관시켜 이목을 끌어당겼다.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대표팀 비유가 흥미롭다. 일본은 초식동물 가젤, 한국은 육식동물 리카온, 북한은 육식성 미어캣으로 비유한 것.

가젤(일본)에 대해서는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약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젤은 호랑이와 사자를 비롯해 치타, 표범, 재규어 등 고양이과 육식동물의 주식이다.

가젤이 육식 포유류의 주 타깃인 이유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연하고 달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젤이 주로 활동하는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에서는 식용으로 포획해 먹을 정도로 환상적인 꿀맛을 자랑한다.

영국에서는 일본 남자 축구선수들 이미지는 ‘연약한 초식동물’로 선명히 각인돼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실제로도 피지컬이 볼품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젊은 남성 마인드도 자국서 유래한 ‘초식남’(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만든 신조어)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육중한 근육을 키우기보다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몸매를 선호하는데 이는 일본 축구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약육강식’ 밀림 속 가젤처럼, 거친 유럽서 살아남기 위해 기동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장점 극대화)을 택한 결과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가가와 신지(22·도르트문트)가 대표적인 초식남이다. 그는 최근 유럽서 가장 터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리버풀행 루머에 휩싸여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 구단 담당 스카우트가 독일에 급파, 가가와 신지 출전경기를 면밀히 관찰할 예정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가가와 신지의 빅 클럽 이적설 핵심은 ‘마케팅’에 있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리버풀 메인 스폰서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구단 측에 노골적으로 아시아 유망선수 영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가가와가 과연 EPL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것. ‘진짜 맹수들’이 득시글거리는 EPL에서 ‘가냘픈 사슴’ 가가와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도망 다는 일밖에 없다는 일각의 편견이 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가와는 현재 유럽 2년차 징크스에 허덕이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우승 핵심 멤버 누리 사힌(23·터키)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하느라 두 마리 토끼(리그, 챔스) 모두 놓칠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 부진 중심에 가가와 신지가 있다.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해 압박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리그 흥행을 위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기치로 내건 분데스리가에서 가가와 신지는 그동안 압박과 피지컬에 따른 부담을 덜고 날렵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독일 초원을 누볐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상대팀에서 그의 이동경로를 간파해 덮치는 바람에 ‘가젤’ 가가와 신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독일 무대에서도 힘겨워하는 가가와가 맹수들이 득시글거리는 EPL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다. EPL을 누비는 신장 165cm 단신 아론 레논(토트넘)도 가가와 신지(172cm)보다 신장은 작을지 몰라도 내구성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위인 ‘육식남’이다.

아시아인 중 유일하게 한국 선수만이 EPL서 대를 이어 생존하고 있는 이유도 피지컬이 밑바탕에 깔린 압도적인 지구력 덕분이다. 하지만 일본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 가가와 신지의 리버풀행, 축하의 메시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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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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